SK실트론 웨이퍼에 내년까지 장비 공급
첨단 반도체 필수품 '초순수'…日·유럽 의존
디스플레이·기판 등 첨단공정 수요 커질 듯
수처리 전문기업 한성크린텍 이 진정한 초순수 국산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12인치(300mm) 웨이퍼 기준 세계 3위 기업 SK실트론에 내년까지 자체 제작한 장비를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SK실트론은 초순수 관련 장비를 일본과 유럽 등 외국산을 사용하고 있는데, 내년부터 대체할 경우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관련 업계에선 장비까지 국산화해야 '국산 초순수'로 인정한다.
초순수는 전해질, 유기물, 미생물 등 물속 불순물을 제거한 물이다. 반도체 웨이퍼(원판) 제작, 전공정, 패키징(후공정) 단계에서 웨이퍼 세정할 때 쓴다.
박종운 한성크린텍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시간당 400t 이상 초순수를 공급하는 대용량 초순수 생산설비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SK실트론에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실트론은 이미 한성크린텍 기술이 투입된 초순수를 지난해 5월부터 하루에 1200t씩 쓰고 있다. 하지만 장비는 일본, 유럽 등 외국산을 유지하고 있다. 내년 한성크린텍 장비가 들어올 경우 SK실트론 초순수 공급량은 지금보다 2배 늘어난다.
초순수 국산화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자리를 함께한 길대수 한성크린텍 미래기술연구소장은 "웨이퍼 1장당 3000원가량 되는 초순수 단가를 더 낮출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순수 업계는 일본 업체가 한국보다 20~30%가량 단가를 높게 책정한다고 본다. 국내 초순수 기업이 일본 업체 기술력을 따라잡고 납품을 늘리면 SK실트론 같은 대기업 입장에서도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초순수는 AI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첨단 공정에 쓰인다. 특히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AI반도체, 10나노 초반대 D램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웨이퍼를 초순수로 씻지 않으면 파티클(입자)이 발생해 반도체가 오염된다. 엔비디아 AI반도체나 삼성전자 , SK하이닉스 가 고급 반도체를 더 효율적으로 제조하기 위해선 초순수가 필수라는 뜻이다. 글로벌 물산업 조사기관 GWI(Global Water Intelligence)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초순수 활용률은 2021년 기준 40% 수준이다. 최근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은 물론 기판 업체들도 공정에 초순수를 쓰기 시작했다.
한성크린텍은 SK실트론 납품이 주요 수요처를 늘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길대수 소장은 "SK실트론에 납품했다는 것은 우리 초순수가 세계적 수준이라는 증거"라고 했다.
SK실트론에 공급은 지난 20년간 문을 두드린 결과다. 1994년 LG마이크론(현 LG이노텍 ) 3공장 초순수 설비 사업을 따내면서 사업 첫발을 디뎠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기술 격차 때문이다. 강석태 카이스트 교수가 2022년 9월 발표한 내용을 보면 한국의 초순수 기술 수준은 일본 대비 81%, 기술 격차는 3.6년으로 나타났다. 수치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삼성전자 등 주요 업체들이 국산 초순수를 사용하기를 망설이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예산 300억원(민간 포함 시 443억원)을 투입한 2021~2025년 환경부의 초순수 생산 국산화 연구개발(R&D) 사업 업체로 선정된 이후 SK실트론 초순수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
박 대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메가 클러스터 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10~20년 동안의 먹거리를 찾을 수 있는 시장이 확보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성크린텍은 평택, 화성, 구미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경기도 소재·부품·장비 클러스터 수요기업 납품'이다. 경기도에는 삼성전자 평택, 화성 공장과 SK하이닉스 이천 공장 등이 있다. 용인에도 두 회사가 공장을 짓고 있다. 박 대표는 "생산 역량을 높이기 위해 평택 공장을 3년 안에 리모델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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