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수만 35개…투표기 사용 못해 수개표
또 위성정당 난립하면 용지 더 길어질 수도
72일 앞으로 다가온 이번 4·10 총선 투표용지 길이가 다시 한번 최장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당의 선거제 개편 논의가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다.
역대 최장 투표용지는 2020년 21대 총선 때 비례대표를 뽑는 투표용지로, 무려 48.1cm였다. 직전 총선인 20대 총선(33.5cm, 21개 정당)때 쓰였던 투표용지 길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후 치러진 첫 총선이었으나 거대 양당의 미래한국당, 더불어시민당 등 비례 정당이 난립하면서 투표용지가 길어졌다. 비례대표 선출을 위해 등록한 정당 수만 35개에 달했다. 이에 24개 정당(34.9cm)까지만 처리할 수 있는 기존 투표지 분류기를 사용할 수 없어 일일이 수개표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민주당은 선거제를 두고 고심 중이다. 당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약속했으나 병립형 회귀론이 나오면서 의견이 갈린 것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CBS 라디오에서 "두 제도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며 "병립형 회귀와 연동형제 유지 두 가지 안에 대해 조만간 지도부가 결정하고 당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이르면 이번 주 당 지도부가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 정당의 국회 진출을 도와 정치적 다원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결국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양당 구도만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각각 19석과 17석을 가져갔다. 만약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 이번에도 양당 모두 위성정당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투표용지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사용된 것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폭거에 대응하겠다"며 이미 위성정당 창당 작업에 나섰다. 병립형으로 회귀를 주장하고 있으나 현행 준연동형제가 유지될 경우를 대비해 지난 총선처럼 위성정당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9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이 다수당의 힘으로 지금의 이 잘못된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라면 국민의힘은 국민의 뜻에 맞는 의원 구성을 하기 위해 플랜B가 필요하다"며 위성정당 준비를 시사한 바 있다.
위성정당 외에 이미 창당 작업을 완료한 신당도 여럿이다. 우선 민주당 탈당 의원들이 주축인 '미래대연합'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가 '개혁미래당'(가칭)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과 양향자 대표의 '한국의희망'도 합당을 선언했다. 이밖에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옥중에서 '정치검찰해체당'(가칭)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책 싱크탱크 '리셋코리아 행동'을 주도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 창당설도 연일 나오고 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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