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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마스크 매점매석행위 '폭리 목적' 입증돼야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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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때 정부의 방침에 반해 마스크를 매점매석한 혐의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고의 이외에 '폭리 목적'이 입증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물가안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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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는 물가안정법 제7조의 '폭리 목적' 및 이 사건 고시 제5조 1항의 '영업' 개시시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김씨는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대란 당시 정부의 긴급수급조정조치, 매점매석행위금지 등을 지키지 않은 혐의로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먼저 김씨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2월 12일부터 5월 29일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승인을 받거나 식약처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KF94 보건용 마스크 43만6000여개를 9억2430여만원에 판매한 혐의(물가안정법상 긴급수급조정조치 위반)를 받았다.

2020년 2월 12일부터 3월 5일까지 보건용 마스크 1만개를 같은 날 동일한 판매처에 판매할 때는 식약처장에게 신고해야 했다. 또 같은 해 3월 6일부터는 동일 판매처에 3000개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를 같은 날 판매할 때는 식약처장에 신고를 해야 했고, 1만개 이상을 판매할 때는 승인을 받아야 했다.


김씨는 또 2020년 4월 24일부터 27일 사이 KF94 보건용 마스크 3만2000개를 매입해 판매하던 중, 1만2000장을 열흘 이내에 판매하지 않고, 같은 해 7월 14일까지 사무실에 77일간 보관한 혐의(물가안정법상 매점매석행위금지 위반)도 받았다.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정에 따라 2020년 1월 1일 이후 신규로 마스크 판매 영업을 한 사업자는 마스크를 매입한 날부터 10일 이내에 반환·판매하지 않는 행위가 금지돼 있었다.


1심은 김씨의 두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 김씨와 회사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김해시의원으로 재직할 당시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정부는 코로나19 감염병의 급속한 확산에 따른 위기 상황에서 마스크 수급 안정화를 위해 긴급수급조정조치, 매점매석행위금지 등을 시행했는데, 피고인은 신고 및 승인을 누락한 채 마스크를 판매하거나 장기간 반환 및 판매를 하지 않고 마스크를 보관해 정부 정책의 효과적인 시행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마스크 판매 행위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었고, 판매처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피고인이 신고 및 승인 대상이 아니라고 잘못 생각한 데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 또 피고인이 판매한 가격이 일반적인 시장가격을 넘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2심은 1심이 유죄로 판단한 김씨의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 김씨와 회사의 형을 벌금 500만원으로 낮췄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 중 김씨가 식약처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보건용 마스크 31만여개를 7억6720만원에 판매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마스크 1만2000장을 77일간 반환·판매하지 않은 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그대로 유죄로 인정됐다.


2심 재판부 역시 "피고인은 정부 정책의 효과적인 시행에 협조하지 않았다"라면서도 "피고인이 물가안정법 위반 행위를 통해 과도한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먼저 물가안정법상 긴급수급조정조치 위반에 대한 김씨의 상고는 기각했다.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여서 상고 대상으로 삼기 부적법하다는 이유였다.


반면 대법원은 매점매석행위금지에 대한 2심의 유죄 판단에는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봤다.


먼저 김씨의 행위가 문제됐을 당시 관련 고시가 ▲2019년 1월 1일 이전부터 마스크 판매업을 한 사업자 ▲2019년 1월 1일 이후에 신규로 영업을 한 사업자 ▲2020년 1월 1일 이후에 신규로 영업을 한 사업자를 구분해서 매점매석행위 판단기준을 달리 정했는데, 2심 재판부는 '2019년 12월 31일 이전에 마스크 재고를 보유했거나 마스크 매출을 발생시켰다고 볼 자료가 없다'라며 김씨를 '2020년 1월 1일 이후 신규 영업자'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김씨의 주장대로 2020년 1월 1일 이전에 마스크 판매 영업을 개시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씨가 이미 2010년 1월 31일부터 2020년 5월까지 적어도 45만6000장의 마스크를 전부 공공기관 또는 관공서에 공급·판매했던 점과 2019년 10월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내용의 물품등록을 해 다수공급자계약 방식의 조달계약까지 체결했지만 정부의 마스크 긴급수급조정조치에 따른 조달청의 지시로 조달판매가 일시 정지된 상태에서 계약이 일괄 해지 처리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재판부는 2심 재판부가 매점매석행위금지 위반에 따른 물가안정법 위반 혐의 유죄를 인정하면서 김씨의 '폭리 목적'을 쉽게 인정한 것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물가안정법상 매점매석행위금지위반죄는 (고의 외에) 초과 주관적 위법요소인 '폭리 목적'을 범죄성립요건으로 하는 목적범이므로, '폭리 목적'은 고의와 별도로 요구됨은 물론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 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폭리 목적'에 대한 증명책임도 검사에게 있으므로, 행위자가 이 사건 고시에서 정한 매점매석행위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폭리 목적을 추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김씨가 ▲2010년 1월 31일부터 2020년 5월까지 적어도 약 45만6000장의 마스크를 전부 공공기관이나 관공서에 공급·판매한 점 ▲마스크 부족으로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못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2020년 3월경 경남 소재 의료기관에 '마스크 공급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판매 광고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적법하게 마스크를 판매·공급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한 점 ▲당시 의료기관에 제시한 판매단가가 당시 마스크의 시장가격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점 ▲공소사실에 기재된 마스크 매입단가는 1940원 또는 1960원이고, 김씨가 공공기관이나 관공서에 공급한 약 35만장의 마스크 판매단가는 1200원 내지 2500원인 점 등을 김씨가 폭리를 목적으로 마스크를 매점하거나 판매를 기피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으로 들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해 2020년 3월경부터 마스크 판매와 관련한 수사가 개시된 상황에서 조달청의 조달판매 일시 정지조치 및 기존 다수공급자계약 일괄 해지 조치까지 이뤄지는 바람에 피고인들이 확보·매입한 마스크의 완전한 판매에 이르지 못했거나 그것이 통상적인 판매를 지연시킨 주된 원인이 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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