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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수영장이 따뜻하네'…3400억 투자금 유치, 컴퓨터로 데웠다[테크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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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골머리 앓는 서버 폐열 문제
수영장, 토마토 재배 등 이용법 연구
전력 소비 문제 완화 위해 필수적

컴퓨터는 보기보다 뜨거운 전자 장비입니다. 고사양 게임을 즐기다 보면 본체에서 열이 뿜어져 나오는 걸 느낄 수 있고, 컴퓨터 장치가 가득한 사무실의 실내 온도는 다른 방보다 더 높지요. 따라서 수백, 수천 개의 고사양 컴퓨터 칩으로 둘러싸인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열을 내뿜습니다. 일명 '폐열(waste heat)'이라고 하지요.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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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데이터센터들은 에어컨, 대형 팬 등 온갖 냉각 장비를 동원해 서버실 온도를 섭씨 26~28도로 유지합니다. 하지만 전쟁, 기후 변화, 유가 급등 등 온갖 글로벌 변수가 겹치면서 폐열 관리에 드는 비용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서버 관리 기업들은 열을 식히는 기술이 아니라, 열을 다른 곳으로 옮겨 추가 수익을 벌어들이는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양은 많지만 이용은 어려운 서버실 폐열

데이터센터가 내뿜는 열은 얼마나 많을까요? 현재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엔비디아의 AI용 GPU 'A100'을 봅시다. 한 장당 열 설계 전력(TDP·모든 회로가 동작할 때 배출되는 열의 수준을 와트로 표기한 것)은 400와트(W)입니다.


일반적으로 AI 데이터센터는 최소 수백장에서 최대 1만장 이상의 A100을 탑재합니다. 작은 데이터센터도 최소 10메가와트(MW)의 폐열이 발생합니다. 국내 약 151평짜리 데이터센터에서는 430MW의 폐열을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대략 7만2000가구의 난방을 책임질 수 있는 열입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네이버 클라우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네이버 데이터센터.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네이버 클라우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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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수준의 열로 보이지만, 사실 데이터센터의 폐열은 그다지 실용적이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폐열이 서버를 손상시킬 만큼 치명적이지만, 집이나 빌딩을 데울 만큼은 뜨겁지 않다는 겁니다.

데이터센터의 열을 파이프로 옮기면 온도는 급격히 내려가고, 가정·산업용 라디에이터에 도달할 때쯤엔 사실상 아무 쓸모도 없어집니다. 데이터센터들이 지금껏 수백 MW짜리 폐열을 낭비해 온 이유입니다.


수영장 데우는 데이터센터 등장

이 때문에 일부 데이터센터 기업들은 창의적인 솔루션을 고안해 냈습니다. 최근 2억파운드(약 34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영국 '딥 그린'은 데이터센터로 수영장을 데우는 스타트업입니다.


서버를 식힌 냉각 용액에서 열을 추출해 공용 수영장을 데우는 딥 그린의 기술 [이미지출처=딥 그린]

서버를 식힌 냉각 용액에서 열을 추출해 공용 수영장을 데우는 딥 그린의 기술 [이미지출처=딥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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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최근 컴퓨터 칩 냉각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액침냉각' 기술을 응용합니다. 액침냉각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한 용액에 서버를 집어넣어 열을 관리하는 기술입니다. 딥 그린은 서버를 식힌 뒤 뜨거워진 특수 용액을 열 교환기에 통과시켜 주변 공공, 민영 수영장을 데웁니다. 해당 과정에서 다시 차가워진 용액은 또 다른 서버를 냉각하는 데 재활용됩니다.


수영장 물은 항상 일정한 온도를 맞춰야 하므로 보기보다 상당한 열이 필요합니다. 난방용으로 쓰기엔 애매하지만, 여전히 뜨거운 데이터센터 폐열을 이용하기에 가장 안성맞춤인 공간이지요.


빅테크도 폐열 사용법 연구 박차

또 다른 이용법은 서버실이 세워진 건물 자체를 데우는 겁니다. 해당 솔루션은 주로 사계절 내내 쌀쌀한 북반구 국가의 초대형 데이터센터에서 주로 보입니다. 일례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빅테크 '메타'는 북유럽 데이터센터 폐열을 바깥으로 배출하는 대신 건물 내부로 돌려 난방 보조용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메타 스웨덴의 데이터센터 [이미지출처=메타]

메타 스웨덴의 데이터센터 [이미지출처=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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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다시피 데이터센터가 뿜어내는 뜨거운 공기는 실제 난방에 이용하기엔 비효율적입니다. 따라서 폐열을 온수 공급용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더 흔합니다. 예를 들어 메타는 폐열로 금속 코일을 뜨겁게 달궈 물을 끓이고, 아마존 데이터센터는 공기 처리 장치로 열을 끌어와 따뜻한 물을 만든다고 합니다.


서버실 열로 토마토, 땔감도 만든다

토마토 온실에 뜨거운 공기를 공급하는 네덜란드 '블록히팅' 엣지 컴퓨터 [이미지출처=블록히팅]

토마토 온실에 뜨거운 공기를 공급하는 네덜란드 '블록히팅' 엣지 컴퓨터 [이미지출처=블록히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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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실험을 하는 스타트업들도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블록히팅(Blockheating)'은 데이터센터 인근에 온실을 조성, 폐열을 끌어와 온실 내부를 데우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당 온실에서는 사계절 내내 토마토를 재배할 수 있다고 합니다.


폐열로 땔감을 만들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목재로 만드는 '펠릿 연료'는 가공 후 바싹 말리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데이터센터 폐열로 펠릿의 수분을 증발시키기도 합니다.


'전기 먹는 하마' 비난 피하려 안간힘

데이터센터들이 폐열 재사용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유는 결국 에너지 문제 때문입니다. 데이터센터는 과거에도 전기 먹는 하마로 악명 높았고, AI 붐으로 인해 더 강한 칩이 우후죽순 쏟아지는 현재는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서버실을 유지하는 데도 막대한 전력이 들지만, 그 서버실의 열을 계속 식혀주는 데에도 엄청난 양의 에어컨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데이터센터와 공존하는 각국 지역 사회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빅테크가 데이터센터 건설 장소로 주로 택하는 서유럽,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이미 데이터센터에 대한 반감이 강해졌습니다.


데이터센터는 무척 비싼 자산이지만, 막상 건설 시점을 제외하면 고용 창출 효과도 거의 없습니다. 지역 사회 입장에선 '혜택'을 느끼기 힘든 건물입니다. 폐열 이용법을 개발해서라도 효용성을 입증해야 하는 셈입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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