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유예 법안 안 다뤄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법 적용
50인 미만 사업장 사고재해자 가장 많아 우려 확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결국 27일부터 50인 미만 기업에도 적용되게 됐다. 50인 미만 기업 적용을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법 개정안은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당장 83만 개 사업장에 법이 적용되게 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50인 미만 소기업은 사고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법 적용을 준비하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영세한 탓에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안전 인력이나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법이 적용되면 중대재해 발생 시 대표 처벌, 경영 중단,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어 800만 명 이상 근로자의 일자리를 흔들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고재해가 잦은 제조업, 건설업종의 소기업은 패닉에 빠졌다.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번에 추가로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5인~49인 기업 근로자는 지난해 9월 기준 893만 명이다. 근로자 수로 기업 규모를 분류하면 가장 많은 사람이 일하는 곳이다. 문제는 그만큼 여기서 사고재해도 가장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까지 5인~49인 기업에서 발생한 사고재해자 수는 3만6336명, 사망자 수는 264명이었다. 각각 전체의 43.1%, 44.7%다. 업종으로 보면 같은 기간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사고사망자 수가 가장 많다. 제조업에서 세부 업종을 보면 기계기구·금속·비금속광물제품제조업, 식료품제조업, 화학및고무제품제조업, 선박건조및수리업 등에서 재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이 기업들에선 고령의 근로자가 많아 재해가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지난해 9월 기준 사고 재해자는 50세~54세 1만218명, 55세~59세 1만2178명, 60세 이상 2만6645명으로 고령일수록 많았다. 사망자도 60세 이상이 275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50대가 177명이었다.
50인 미만 기업에 외국인 근로자가 많다는 것도 재해 발생에 취약한 이유 중 하나다. 통계청의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5월 기준 외국인 취업자는 92만3000명이고 이 중 56.9%가 5인~49인 규모의 기업에서 일하고 있었다. 한국어 소통 능력 부족 등으로 재해 발생 가능성이 더 높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도 50인 미만 기업은 코로나19에 이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복합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아직 중대재해법 적용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실태 조사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의 80%가 준비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전문건설사를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96.8%가 중대재해법 대응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종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채희태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원은 "중소기업은 인력·재정적 여건이 부족해 중대재해법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준수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법 시행에도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다수"라고 설명했다.
결국 27일부터 법이 적용되면 영세 기업에서 중대재해법으로 처벌받는 사례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업은 대표가 생산부터 기획, 영업, 안전관리까지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아 중대재해로 대표이사가 처벌을 받을 경우 경영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 그 피해는 그곳에서 일하는 800만 명 근로자의 고용과 일자리에도 미치게 된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중대재해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건 많은 부담뿐만 아니라 소기업과 우리나라 전체의 안전에도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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