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내용의 신문을 동료 의원들에게 돌려 논란을 빚은 허식(66) 인천시의회 의장이 의장직을 잃게 됐다.
인천시의회는 24일 본회의를 열어 지방자치법상 지방의원 품위 유지 의무 등 위반 책임을 묻기 위해 시의원 18명이 공동 발의한 허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찬성 24표, 반대 7표, 기권 2표로 가결했다.
이날 본회의는 허 의장을 대신해 이봉락 제1부의장이 진행했다. 허 의장은 표결에 앞서 동료 의원들에게 재신임을 요청하는 신상발언을 한 뒤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당초 시의회는 전날 허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심의·의결할 예정이었지만, 본회의 진행을 맡은 허 의장이 자신에 대한 불신임안 상정은 위법하다며 해당 안건 상정을 '셀프' 거부해 처리가 불발됐다.
1991년 초대 인천시의회를 개원한 이래 불신임안이 의결돼 의장이 강제로 물러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 의장은 의장직을 상실했지만, 시의원 신분은 유지돼 앞으로 2년 5개월간 의정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인천시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차기 의장 선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의장 공백 장기화를 막기 위해 오는 6월까지 제9대 시의회 전반기 의장 잔여 임기를 수행할 차기 의장을 추대해 다음 달 본회의에서 선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허 의장은 앞서 지난 2일 전체 39명의 동료 의원실에 특정 언론사의 '5·18 특별판' 신문을 배포해 논란을 불러왔다. 총 40면으로 제작된 신문에는 '5·18은 DJ 세력·북한이 주도한 내란'이라거나 '5·18 유공자 상당수가 5·18과 관련 없는 인물'이라는 등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 소속이던 허 의장은 5·18 폄훼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징계를 논의할 인천시당 윤리위원회 개최가 예고되자 지난 7일 탈당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의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거부 의사를 밝혔다. 허 의장은 "동료 의원들에게 이런 신문이 있다고 얘기했더니 여기저기서 달라고 해서 참고삼아 보라고 전달했다"며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허 의장은 지난 15일에도 '5·18 북한군 개입설'을 담은 기사 사진과 링크를 시의원 단체카톡방에 또다시 공유한 사실이 알려져 광주시의회 5·18 특위가 그의 의장직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또 앞서 지난 12일 인천지역연대와 인천평화복지연대는 허 의장을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5·18 특별법은 5·18과 관련해 신문 등 출판물을 이용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발 단체들은 "특별법의 금지 행위에는 이미 출판된 신문을 배포하는 행위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허 의장은 2022년 7월 취임 후 여러 차례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지난해 공식 석상에서 "인천 교육이 교묘히 공산주의를 교육하고 있다"라거나 "미추홀구 애들은 욕을 입에 달고 다닌다"는 등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또 20022년엔 자신의 SNS에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관들에 대해 '경찰 나부랭이들'이라는 비하의 글을 올려 인천경찰 직장협의회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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