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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화약고'된 홍해…물류 격랑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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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습 지속"…후티 "전방위 보복"
해운 15% 통과…물류대란 코로나보다 심각
인플레 우려…소비자가 0.7%↑

홍해를 둘러싸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력과 예멘의 친이란 반군 세력 후티 간 대립이 극에 치닫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한 다국적군은 열흘간 8차례에 걸쳐 공격을 감행했다. 미국이 공습 지속 의사를 밝힌 가운데 후티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아 긴장이 나날이 고조되고 있다. 전 세계 물류 동맥인 홍해가 막히며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후티 반군은 누구?

후티 반군은 예멘의 시아파 무슬림 무장 단체다. 이들은 하마스와 레바논의 헤즈볼라 같은 무장 정파와 함께 스스로를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항하는 '저항의 축' 일부라고 주장한다.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국가들과도 대치하고 있다.

홍해서 후티 반군 대응 작전 펼치는 영국 구축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홍해서 후티 반군 대응 작전 펼치는 영국 구축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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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와 내전을 벌여 현재 수도 사나를 포함해 예멘 북서부를 장악하고 있다. 예멘 인구의 대다수가 사는 지역으로, 주요 해상 관문인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포함된다. 예멘 정부는 이란이 후티 반군에 군사·재정 지원을 했다고 밝혔으나, 이란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후티는 지난해 11월부터 홍해를 지나가는 이스라엘 상선과 이스라엘로 향하는 선박을 표적으로 공격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대응한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스라엘 관련 여부와 관계없이 무차별 공격을 퍼부으면서 미국이 대응에 나섰다.


장기화하는 대립…지정학적 갈등 고조

미국은 연일 후티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이며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21일(현지시간) ABC뉴스 인터뷰에서 "억제를 넘어 후티의 공격 지속 능력이 저하될 때까지 공습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 후티에 대한 공격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후티 반군이 지난해 11월19일 이후 홍해와 아덴만에 최소 31차례의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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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은 11일 오전 2시30분께 후티 군사 시설에 대해 첫 기습 타격을 실행했다. 호주, 바레인, 캐나다, 네덜란드 등이 이를 지원했으며, 한국을 포함한 8개국 정부도 지지 성명을 냈다. 이후 22일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예멘 내 후티 반군 근거지를 폭격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20여개국이 참여한 다국적 안보 구상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창설하기도 했다.


미국을 필두로 서방 국가들이 매일 공세를 퍼붓지만 후티는 물러서지 않고 팽팽하게 맞선다. 미국의 1차 공습 당시엔 전방위 보복을 경고했고, 실제로 미국 유조선을 향해 미사일을 쏘는 등 즉각 반격에 나섰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후티 수장 압둘 말리크 알후티는 지난 18일 연설을 통해 "미국과 직접 대결하는 것은 큰 영광이자 축복"이라며 "미국과 영국이 예멘에 미사일 공격을 가한 것은 후티의 홍해 상선 공격 영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미국 국무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후티 반군을 오는 2월16일 자로 '특별 지정 국제 테러리스트(SDGT·Specially Designated Global Terrorist)'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SDGT로 지정되면 미국 내 모든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과 거래가 금지된다. 후티 반군의 돈줄을 틀어막은 것이다. 후티가 SDGT로 지정된 것은 3년 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21년 1월 후티를 '외국테러단체(FTO)'로 지정했다가, 현지 구호 활동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유엔의 우려에 2월 FTO와 SDGT 지정을 해제했다. 이번에는 FTO 지정은 보류했다.


홍해 긴장이 확전될 양상을 보이며 주변국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 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항해의 자유를 믿고 지역 긴장 완화를 바란다고 밝혔다.


꽉 막힌 '물류 동맥'…코로나19보다 심각한 물류 대란

홍해 항행이 어려워지면서 전 세계 물류 대란 여파도 커지고 있다. 홍해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최단 거리 항로로, 전 세계 물류의 중추다. 전 세계 해상 운송의 약 15%가 홍해를 지나간다. 해양 데이터 플랫폼 마린 트래픽에 따르면 올해 1월 첫 2주간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선박은 약 150척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400척이 수에즈 운하를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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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클레르 AP몰러 머스크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적어도 몇 달 동안 공급망이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승자는 있을 수 없다. 결국 패자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비아스 마이어 DHL 그룹 CEO는 당장 2주 뒤부터 물류량 대비 컨테이너선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다수 선박은 홍해를 우회해 남아프리카 희망봉행을 택하고 있다. 약 3500해리를 더 가야 해서 물류 운송 기간이 많게는 2주까지 늘어나면서 비용도 증가한다. 해운컨설팅업체 드루어리에 따르면 이달 초 40피트 컨테이너 사용 가격이 15% 상승했다. 한국은 중국, 동남아시아, 남미 등에서 원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만들어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한다. 홍해 지정학적 분쟁이 장기화하면 국내 산업도 피해를 면치 못한다.


운항 거리가 늘어나고 선박이 부족해지자 물류 대란도 시작됐다. 테슬라 독일 베를린 그륀하이데 공장은 이달 29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생산을 중단한다. 홍해 항로가 막히며 부품 수급이 어려워져서다. 볼보도 자동차 기어박스 납품 지연으로 벨기에 헨트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영국 의류 업체 넥스트,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 미국 신발 브랜드 크록스 등도 배송 지연을 경고했다. 스티브 라마 미국 의류·신발 협회 CEO는 "홍해 해운에 대한 위협은 전 세계 해양 상업에 대한 위협"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물류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홍해 물류 대란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보다도 더 심각한 수준이다. 앨런 머피 시인텔리전스 CEO는 CNBC에 홍해 발 물류 대란으로 인한 선박 용량 감소는 2021년 3월 수에즈 운하 에버기븐호 좌초 사고 이후로 두 번째로 큰 규모라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보다도 훨씬 크다"며 "해운사들은 선박을 추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 대란 여파에 물가도 들썩거린다. JP모건체이스는 홍해발 배송 지연이 계속될 경우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소비자 물가가 0.7% 오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해상 운임과 보험료 등이 상승하는 탓이다. 홍해 물류 차질이 장기화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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