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한동훈 정면충돌, 김경율 공천논란이 진짜 '이유'일까

한동훈, 사퇴요구 사실상 거부
김경율 비대위원, 마포을 출마 과정상 문제가 논란
이면에는 김건희 명품백 수수 논란이 작용한 듯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주류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설에는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문제가 얽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 과정상의 문제가 갈등설의 공식 사유지만 이면에는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김 비대위원 문제 등이 밑바탕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 비대위원장은 21일 ‘대통령실 사퇴 요구 관련 보도에 대한 한 비대위원장의 입장’이라며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전날부터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이 김 비대위원 공천 문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큰 실망을 한 것으로 안다’, ‘윤 대통령은 한 비대위원장에게 보냈던 기대와 지지를 철회하고 비대위원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당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전한 것으로 안다’ 등의 보도가 나오며 술렁였다. 이어 이날에는 언론보도 등을 통해 대통령실과 여권 주류에서 한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 등이 나왔다.

일단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서 한 비대위원장에 대한 사퇴를 요구했다는 보도 내용 등을 부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냐’는 아시아경제의 질문에 "한 비대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용산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이른바 (한 비대위원장에 대한) 기대와 신뢰 철회 논란과 관련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강한 철학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동훈식 전략공천’이라는 말을 들었던 김 비대위원 출마 과정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에서 진행된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공천관리위원회의 시스템 공천 방침을 밝힌 다음 날 마포을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지역 당협위원장(김성동 전 의원)이 앞에 있는 상황에서 김 비대위원의 출마를 알린 것이다. 김 비대위원은 이와 관련해 "김 전 의원의 출마 의사가 없는 것으로 잘못 알고 한 비대위원장에게 잘못된 정보를 드렸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지역 당협위원장 등은 불공정 문제 등을 지적하며 격앙된 분위기다.

대통령실이나 여권 주류에서는 대중적 지지도를 가진 한 비대위원장이 김 비대위원을 낙점하는 식이 된 이번 논란 자체를 문제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인식은 이게 다가 아니라는 해석이 많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논란 이면에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와 관련한 입장차가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와 관련해 ‘몰카 함정’ ‘공작’으로 인한 피해자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반면 김 비대위원은 김 여사의 공개 사과 등을 요구하는 입장을 밝혔다. 더욱이 이 문제에 있어 신중한 입장이었던 한 비대위원장 역시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이 걱정할만한 부분이 있었다"거나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히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한 비대위원장이 김 비대위원을 억제는 고사하고 방치를 넘어, 태도 변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후 김 여사의 사과론 등은 여권에서 힘을 얻기 시작했다.

다만 이번 논란이 어디로 향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한 비대위원장이 일단 사퇴 등을 사실상 거부하고 정면 돌파에 나설 가능성이 엿보인다. 다만 일련의 갈등이 총선을 앞두고 여권이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약속 대련’에 그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차기 주자로 부상한 한 비대위원장이 주도권을 잡을 수도, 한 비대위원장이 실각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셈이다.

한편 유승민 전 의원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실의 의중을 전달받은 친윤(친윤석열) 주류들의 사퇴 요구를 받았으나 이를 거절했다는 보도 등과 관련해 21일 "주말 밤에 이건 또 무슨 막장 드라마냐"며 반발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권 주류 인사들이 한 비대위원장에게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는 내용과 사퇴 요구 배경에는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대응 문제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었다는 보도 내용을 소개하며 "대통령 자신이 만든 김기현을 내쫓고 직속 부하 한동훈을 내리꽂은 지가 한 달도 채 안 됐는데 또 개싸움이냐"고 맹비난했다. 그는 "무엇 때문에 이런 추악한 싸움을 하는 것이냐"며 "검사들이 한다는 정치의 수준이 고작 이것밖에 되지 않냐"고 비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