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문 코빗리서치센터장 인터뷰
"기대수익률 올릴 비상관자산
기관들 비트코인 편입 가능성"
수수료 낮은 '비트와이즈 ETF' 유리
이달 초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증시에 데뷔했다. 가상자산업계는 이를 두고 진정한 의미의 가상자산 제도권화 원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가상자산 산업의 투자 주체는 개인이었으나 이제 기관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관점이나 투자 내러티브가 형성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최근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의미, 시장 전망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 센터장은 비트코인에 대해 "금과 마찬가지로 통화량 팽창(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자산"이라며 "자산운용 포트폴리오에 리스크를 낮추면서 기대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비상관자산으로 기관들이 비트코인을 편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의미에서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고 정 센터장은 강조했다.
이번 현물 ETF 승인이 왜 중요한 것인지.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제도권 밖에 존재했다. 전통 금융권이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인정하는 중간 인프라가 필요했다. 지금까진 코인거래소가 다리 역할을 했다.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면서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도권 금융은 자산운용에서 규칙이 있다. 이 중 하나가 코인거래소와 거래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은 행정지도를 통해 규제했고, 국민연금 등 민간 기관은 사적 계약으로 가상자산 투자를 제한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되면서 비트코인을 주식화한 상품에 투자가 가능해진 것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사실상 직접 투자라는 주장도 있다.
▲엄격하게 보면 직접투자는 아니다. 비트코인 선물 ETF보다 가깝다는 정도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투자 대상은 증권이다. 가치를 담보하는 자산은 기초자산은 비트코인이다.
현물 ETF 승인으로 유입되는 추가 자금이 20조원 전후로 예상하는 근거는.
▲캐나다는 2021년 2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 승인 후 1년간 약 12~13억달러까지 성장했다. 캐나다 경제 규모가 미국의 13분의 1 수준이라 단순히 13배로 계산했다. 그래서 SEC가 승인한 비트코인 현물 ETF에 향후 1년간 200억달러가 들어올 것으로 추정했다. 갤럭시머니트리에서 나온 예측은 더 구체적이다. 미국 내 자산관리 규모를 약 30조달러로 추정한 뒤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고려해 해마다 점진적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로 자금 유입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승인 후 빠르게 늘 수 있을 것 같다. 현물 ETF 들어오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투자심리 확대로 나가고 가격 오를 텐데 장단기 추정도 이런 식인가. 금은 추정 근거가 있는데 비트코인은 어떤 식으로 추정하는지 궁금하다.
▲과거 상황을 기준으로 어림짐작할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 사이클을 보면 반감기가 있을 때마다 급등했다. 지금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은 2017년과 2021년이다. 2017년은 전고점 대비 비트코인 시총이 20배 상승했다. 2021년은 3배 뛰었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세 배 정도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추측한다. 과거에 없었던 비트코인 현물 ETF가 나왔기 때문이다. 제도권 자금이 들어오는 수요가 생긴 셈이다.
디지털 금이라는 평가 있다. 이 지위 강화될 것으로 보나.
▲너무 정확한 표현이다. 최근 비상관자산 표현이 나오는데 맞는 말이다. 제도권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은 개인들과 다르다. 원칙을 따른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려면 리스크 테이킹을 해야 한다. 그러나 리스크 테이킹을 안 해도 기대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내 포트폴리오와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편입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리스크는 줄이면서 기대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 적은 비용을 들여 기대수익률을 올리는 방법이 비상관자산을 편입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그런 자산이다.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이유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이자 미국 민주당 주요 후원자인 블랙록의 영향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SEC도 어쩔 수 없이 승인했다는 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블랙록이 민주당의 주요 후원자이므로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SEC 선택에 결정적 근거는 아니라고 본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그레이스케일과의 소송에서 왜 패소했는지가 중요하다. 법원이 SEC의 이중적인 입장을 지적했다. 비트코인 선물 ETF는 승인했지만, 비트코인 현물 ETF는 승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받았다. 이게 가장 큰 이유다.
SEC가 11개 현물 ETF 상품을 동시에 승인했다. 어떤 상품이 경쟁력 있다고 보는지, 시중의 ETF 상품 중 투자자들은 어느 요인을 중심으로 선택해야 할까.
▲ETF 목적이 기초자산 추종하는 것이다. 운용사가 상품을 잘 설계하면 수익률에서 큰 차이 없다. 다만 기초자산을 구현하는데 설계방식에 드는 비용이 운용사마다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운용 수수료이다. 비트와이즈가 0.2%로 가장 낮다. 첫 프로모션 기간에는 수수료 안 받는다고 한다. 가장 비싼 수수료를 요구하는 곳이 그레이스케일이다.
ETF가 열리면서 기관 자금 유입이 기대되지만, 접근성이 낮았던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도 쉬워질 전망이다. 가상자산 직접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초보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가상자산 시장만의 특성이 있다면.
▲사람들이 착각한다. 금이나 원유 가격 예측이 비트코인 가격 예측보다 더 쉽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금과 원유 자산이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원래 자산 가격은 예측이 쉽지 않다. 오히려 비트코인은 금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밸류 드라이버가 비슷하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선호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플레이션이란 소비자물가지수가 아니다. 통화량 팽창을 말한다. 차이는 하나다. 금은 희소성 있는 자산으로서, 통화량 팽창에 대한 헤징 목적으로 가치 보전할 수 있는 수단임을 사람들이 5000년 동안 인정했다. 대부분 가치저장 수단으로 금을 활용했고 비트코인은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아직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이 차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서 제도권 자금이 들어올 명분이 생겼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3위 거래소의 파산, 루나·테라 사태 등은 신뢰를 떨어뜨리는 주범이었다. 업계에선 어떤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업계가 노력을 하고 있다. 닥사(DAXA), 가상자산기본법 제정도 노력의 일환이다. 국회 혼자 만든 것이 아니라 가상자산 업계와 많은 소통을 통해 만든 것이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큰 자산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큰 것은 사실이다.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 전 세계 GDP의 3~5% 정도가 자금세탁이 되고 있다. 이 가운데 90% 이상이 은행권을 통해 자금세탁을 한다. 비트코인이 자금세탁 통로로 이용될 것이란 우려는 과하다. 또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커 다른 자산보다 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오해다. 주식이든 비트코인이든 사람들이 변동성을 잘 다루지 못한다. 패닉으로 손절매 등에 나서면서 손실이 실현되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변동성을 다루지 못한다는 표현이 더 크다.
올해 7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과 금융감독당국의 전담부서 마련 등 관련 시장 제도 정비가 한창이다. 가상자산 시장이 성숙하는 과정에서 업계가 바라는 바가 있다면.
▲개인투자자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 금융당국은 개인이나 기업이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이 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원래 투자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큰 투자손실이 발생할 때마다 부정적인 여론이 생긴다. 주가연계증권(ELS) 이슈도 마찬가지다. 대중들의 투자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이다. 특정 자산에서 손실보는 개인투자자가 많으면 관계자나 업계에 책임을 묻는다. 이러면 가상자산업계도 발전하기 힘들다. 다른 나라는 특정 금융투자상품에서 손실이 크다고 한국처럼 소란스럽게 다루지 않는다. 투자는 본인 판단, 본인 책임이다. 정규교육 과정에 경제와 금융을 따로 가르쳐야 한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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