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등록 동거혼 제도, 1999년 도입 후 출산율 증가 효과
신고만 하면 사회보장급여 혜택, 헤어질 때도 신고만 하면 돼
'팍스(PACS)'는 시민연대계약 또는, 공동생활약정을 의미하는 'Pacte Civil de Solidarite'의 약자다.
프랑스의 등록 동거혼 제도로, 1999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도입했다. 연인이나 커플이 함께 거주하며 아이를 출산해도 차별 없이 생활할 수 있고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팍스를 원하는 커플은 이성과 동성의 구분 없이 시청에 팍스계약서를 작성해 신고하면, 파트너로서의 법적 권리와 의무를 지게 된다. 팍스 기간 동안 동거 커플은 소득세와 부채(소득 공동 신고, 납세로 세액 감면 혜택), 사회보장급여(건강보험과 실업수당 등 파트너까지 포함해 혜택 대상에 포함), 휴가권 등 결혼과 동등한 혜택을 받는다.
프랑스의 최연소 총리로 임명된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교육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9일(현지시간) 이임식이 열리는 파리 마티뇽 호텔에 도착하면서 퇴임하는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의 환영을 받고 있다. 만 34세인 아탈 신임 총리는 프랑스 최초의 공개 동성애자 총리다. [사진=AFP/연합뉴스]
동거 커플 사이에서 자녀가 태어날 경우 남성은 자녀 친권과 양육권을 자동으로 획득할 수 없으며, 별도 친자 확인 절차를 밟는 경우에만 친권이 성립된다. 다만, 친권 성립 1년 이후라면 공동 양육권 획득이 가능하며, 부모 상의에 따라 누구의 성을 따를지 결정할 수 있다.
팍스는 해지도 수월하다. 파트너 한쪽이 계약 파기를 원해 집행 서류를 시청에 보내면 두 사람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끝난다. 각자 재산을 관리해 왔기 때문에 재산 분할은 없으며, 개인 호적에는 독신의 지위가 유지되고, 법적인 기록도 남지 않는다.
프랑스에서 처음 팍스 도입을 논의한 것은 동성 커플을 공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2013년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이후에도 팍스는 남아있다. 현재 팍스의 90%는 이성 간 결합이다.
젊은 커플은 정식 결혼의 사전 단계로 팍스를 결정하기도 한다. 팍스가 전통적 결혼제도보다 상대적으로 유연하다 보니 커플 간 결속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있다. 그러나 결혼했다가 서로 맞지 않아 초단기간에 이혼하는 것보다, 예비단계로 팍스를 통해 같이 살면서 결정하는 것도 요즘 사람들의 가치관에 맞을 수 있다는 옹호론도 적지 않다.
팍스는 프랑스의 출산율을 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1992년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1.74명에서 2022년 1.80명으로 늘어나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했다.
비혼 출산율도 주목할 만하다. 팍스 시행 후 프랑스의 비혼 출산율은 1998년 41.7%, 2012년 56.7%, 2020년 62.2%로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실제 프랑스 언론은 프랑스 아동의 60%는 부모가 팍스 중일 때 태어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INSEE 집계로는 2022년 한해 역대 최대치인 20만9827쌍이 팍스를 신청했다. 같은 해 전통적인 결혼을 한 부부는 24만1710쌍으로, 팍스와 근접했다. 코로나19로 프랑스 전역에 이동제한령이 발동된 2020년에는 사상 처음 팍스(17만여건)가 결혼(15만여건) 건수를 2만건 앞지르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동거 커플 등 다양한 가족 형태의 법적 보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생활동반자법)'을 발의했다. 대한민국 국적 또는 영주권을 가진 성년이 된 두 사람이 상호 합의에 따라 일상생활, 가사 등을 공유하고 서로 돌보고 부양하는 관계를 '생활동반자관계'로 규정하고, '가족'의 개념을 확장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다. 기존의 혈연·결혼 기반으로만 묶였던 가족의 범위를 '느슨한 연대'로 확장했다. 국내에서도 이제 공론의 장이 열린 셈이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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