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가자"던 20대 택시승객, 갑자기 등산화 들더니

강원 춘천에서 택시기사 폭행 사건 발생
뇌진탕·트라우마 증세로 운전대 못 잡아
지난달 대구에서도 20대가 기사 폭행

술에 취한 채 택시 기사를 막무가내로 폭행해 뇌진탕에 이르게 한 승객이 검찰에 넘겨졌다. 18일 SBS는 "지난달 10일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에서 택시 뒷좌석에 탄 남성 승객이 택시 기사에게 '빨리 가'라며 독촉하다가 갑자기 등산화로 택시 기사의 머리를 여러 차례 때렸다"고 보도했다.

[이미지출처=SBS 보도화면 캡처]

당시 택시의 내부 영상을 보면 승객 A씨는 택시 기사에게 "겁나게 빨리 가"라고 말하더니, 갑자기 등산화로 기사의 머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빨리 가겠다"고 말했는데도 A씨는 욕설을 하며 주먹으로 기사의 얼굴 등을 15차례가량 마구 폭행했다. 이후 택시 기사 김 모 씨가 갓길에 차를 세우고 탈출하려 했으나, 김 씨의 머리채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김 씨가 가까스로 탈출한 후 A씨가 문을 열고 따라 내리려고 하자, 지나가는 시민이 내리지 못하게 도와주면서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다고 한다. 택시 기사 김 씨는 SBS에 "그분하고 요금 문제 때문에 시비가 붙었다면 제가 조금이라도 이해를 할 수 있겠는데…."라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경찰에 검거된 A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혐의로 최근 검찰로 송치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피해를 본 김 씨는 폭행으로 귀를 심하게 다쳐 이명을 호소하고, 뇌진탕 증세로 한 달째 치료받고 있다. 아직 트라우마가 남아 운전대도 잡지 못하고 있다. 김 씨는 “다시 일하려고 하니까 귀에서 소리 나고 머리가 어지럽고, 뒤에 손님이 타면 자꾸 뒤만 보게 돼 일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택시 기사 폭행…법원도 엄중 처벌

연말연시 술자리가 늘면서 택시 기사에 대한 폭행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대구광역시 범어동 수성구에서도 택시 기사를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로 20대 승객이 입건됐다. 해당 승객은 목적지에 하차한 후 기사가 요금을 내라고 하자, 얼굴 등을 10여차례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당시 승객에게서 술 냄새가 났다는 피해자 진술 등을 토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운행 중인 택시의 운전사를 폭행하거나 협박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운전 중 폭행은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법원에서도 엄하게 처벌하는 추세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