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형 퓨처플레이 대표 인터뷰
'귀찮음의 자동화'…"사람·미래 읽는 투자"
"고령화는 새 가능성…로보틱스 등 주목"
"미래에 뭘 하고 놀지? 미래엔 어떻게 일하고 무엇을 먹지? 그땐 어떤 기술이 있지?"
지난해 설립 10주년을 맞은 VC 퓨처플레이의 고민은 항상 '미래'에서 출발한다. 최근 서울 성동구 퓨처플레이 사무실에서 만난 권오형 대표는 "퓨처플레이는 이름대로 항상 미래를 생각하고 일하는 하우스다. 10년 안으로 인류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만들자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끊임없는 '혁신' 고민… 로보틱스 분야 투자 확대
혁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퓨처플레이는 '딥테크'를 탐구한다. 지난해 고금리 등 영향으로 VC 업계가 타격을 받았지만 퓨처플레이는 '로보틱스'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권 대표는 "2020~2022년 매년 30~40개사에 신규투자를 했지만 지난해엔 29개사에 그쳤다"면서도 "각 회사를 보면 질적으로 유의미한 투자였다.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 딥테크 회사들에 주로 투자했다"고 밝혔다.
서울 성동구 퓨처플레이 휴게 및 사무 공간. 유리벽 한면에 "나는 그저 우주에서 내길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일 뿐이야"란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퓨처플레이의 투자를 받은 디지털 농업 솔루션 스타트업 아그모는 기존 농기계를 자율주행 농기계로 전환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트랙터와 이앙기, 관리기 같은 장치에 아그모의 솔루션을 연결하면 한정된 농지에서 작업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농지별로 경로를 만들어 생산량까지 끌어올린다. 또한 국내 최대 자율 운반 로봇 제작 업체인 대동에 자율주행 키트를 제공한다. 퓨처플레이를 포함한 총 누적 투자금은 19억원이다.
자동차 안전 시스템과 자율주행 솔루션을 개발하는 에이디어스(ADUS) 역시 퓨처플레이 등을 통해 시드 브리지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구체적인 투자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스마트 항만 등 기술적 가치가 높게 평가됐다. 권 대표는 "에이디어스는 상업용 자율주행 플랫폼을 납품하는 회사다. 항만에서 쓰이는 초대형 트레일러나 유럽의 트럭 운전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굉장히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에이디어스는 2022년 10월 설립 이후 6개월 만에 유럽 주문자위탁생산(OEM) 회사와 계약하는 성과를 냈다.
"미래 산업과 관련해 로보틱스가 지금 굉장한 변곡점에 와 있다고 생각하고 많은 투자를 집행했습니다."
권 대표는 "'하기 싫은 일이 모두 자동화되면 좋겠다'는 게 인간의 욕망이다. 청소와 도축, 쓰레기 처리 등 여러 욕망이 계속 쏟아졌지만 과거엔 기술이 부족해 진행하지 못했다"며 "이젠 기술 이용료가 저렴해지고, 산업에서의 적용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본래 이 분야는 스타트업이 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예를 들어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 금형 하나를 제작하려면 과거엔 1억원이 들었다. 이제는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100만~200만원에서 가능하다. 인공지능(AI)이 로봇을 훈련하는 과정도 많은 혁신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권 대표는 "이 같은 투자를 위해 퓨처플레이는 세상의 변화를 미리 인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령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분쟁으로 일어나는 충격은 무엇일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서 어떤 파장이 생길지, 이 일들로 한국의 어떤 스타트업에 무슨 기회가 생길지 등을 분석한다"고 전했다.
동시에 사람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개인의 강점을 진단하는 인재 경영 솔루션 '태니지먼트'를 인수해 직접 경영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태니지먼트는 커리어 설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보고서를 만들어주고, 개인의 특성과 조직에서의 적용 가능성 등을 진단한다.
권 대표는 "사람을 잘 이해해야 투자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어떤 구성원이 모였을 때 폭발성을 낼 수 있을지, 성공하는 팀 구성은 무엇일지 발견하고자 했다"며 "구성원이 자신에 대해 인지하고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면 조직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관리자로서도 구성원의 특성과 동기를 파악하고 움직여야 한다. 실제로 고객사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태니지먼트의 지난해 매출은 작년 대비 31.2% 성장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CJ, NHN 등 약 90개 업체가 이 분석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
"결국은 사람… 고령화 등 미래 변화에서 새 기회 찾는다"
권 대표가 본업인 회계사를 관두고 창업투자 분야에 뛰어든 것도 결국 '함께 성장하는 것'의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여러 스타트업을 돕고 같이 성장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가졌다.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며 사업에 대한 이해와 숫자 기반의 경영법을 배웠지만 보다 미래지향적인 활동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2015년 퓨처플레이 공채를 통해 심사역으로 합류한 그는 2022년 창업자인 류중희 대표와 함께 퓨처플레이 각자 대표로 취임했다.
권 대표는 "퓨처플레이는 본래 '펀드 사업'을 하는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소규모로 초기 투자부터, 중기와 후기까지 전반적인 도움을 줄 회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류 대표도 기본적으로 '조직하고 확장하는 일'에 열려 있다. 펀드 사업에 대한 필요성을 류 대표와 구성원들이 인정해줬고, 그 안에서 신뢰가 쌓였다"고 강조했다.
2013년 출범한 퓨처플레이는 현재 10여개의 조합을 운용 중이다. 출자약정금액을 포함한 총 운용자산(AUM) 규모는 약 2150억원이다. 지난해엔 액셀러레이터(AC)뿐만 아니라 VC 라이선스를 추가로 획득했다. 초기 스타트업 투자와 동시에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 지속적인 지원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해외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권 대표는 "특정 국가와 지역에 집중하기보다 혁신적인 미래 만들어내는 회사가 어디인지 살펴본다. 각국의 지역이나 문화의 특성에 따라 잘하는 부분을 찾아 현지 회사와 함께 투자를 집행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해외 투자 기업으로는 스위스의 엠보테크를 꼽았다. 엠보테크는 상업용 자율주행 컨트롤 시스템을 제공하는 업체다. BMW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자율주행 인지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
한국 사회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고령화'조차, 퓨처플레이는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받아들인다. 권 대표는 "내수적으로만 보면 한국의 생산 노동 인구와 내수가 급감할 것이다. 하지만 고령화에 따라 '생산 과정의 자동화'는 필수적이고, 자연스럽게 로보틱스도 발전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의 로보틱스는 자체적인 경쟁력까지 갖췄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공장 자동화가 잘 이뤄진 곳"이라고 짚었다.
"모든 변화에 부정적인 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변화가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과 VC에도 기회가 생긴다고 봅니다. 이 같은 관점에서 한국은 역동성을 계속 유지하며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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