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편의점 글로벌 1000호점 시대]⑦
국내 편의점 1982년 서울 신당동서 첫 발
40년간 급성장… 점포 수 5만개 돌파
편의점 울리는 정부 규제 완화해야
한국 최초의 편의점은 1982년 3월 서울 중구 신당동 약수시장 입구에 들어선 '롯데세븐'이다. 당시 롯데세븐은 132㎡(39.9평) 규모에 생활필수품과 즉석식품 등 2000여종 상품을 구비하고 문을 열었다. 하지만 롯데세븐은 개점 1년도 안 돼 문을 닫았다. 편의점이 일반 슈퍼마켓보다 비싸다는 인식이 컸던 탓이다.
편의점은 롯데세븐이 폐점한 지 6년 만인 1989년 다시 등장했다. 같은해 5월 올림픽아파트 상가 입구에 '세븐일레븐 올림픽점(1호점)'이 문을 열면서다. 세븐일레븐 1호점은 국내 최초로 24시간 영업 체제를 갖춘 편의점이었다. 매장이 알려지고 운영이 안정화되면서 매출도 일평균 400만원을 올릴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1989년 잠실 주공아파트 13평형 매매가가 약 40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당시 세븐일레븐 일평균 매출이 얼마나 높은지 가늠할 수 있다.
편의점 시장 42년… 생활 속에 스며들다
편의점은 국내 처음 도입된 이후 40년 동안 점포 수가 가파르게 늘며 급성장했다. 매장 수 기준 1993년 1000개를 돌파한 이후 ▲2007년 1만개 ▲2011년 2만개 ▲2015년 3만개 ▲2019년 4만개 ▲2021년 5만개를 넘어섰다.
매출 규모도 지난해 기준 약 3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011년 10조원을 달성한 이후 12년 만에 3배 이상 커진 것이다. 이 같은 매출 규모는 대형마트를 넘어 백화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하는 주요 유통업체의 업태별 매출(상품 및 서비스 거래금액) 구성비에 따르면, 편의점은 2021년 매출 비중 15.9%를 기록, 대형마트(15.7%)를 앞지른 이후 줄곧 백화점에 이은 오프라인 채널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편의점은 16.6%로, 대형마트(13.3%)보다 3.3%포인트나 높았다. 백화점(17.6%)과는 불과 1%포인트 차이였다.
편의점이 급성장한 배경은 인구 구조 변화가 첫 손에 꼽힌다. 1인 가구 비중이 증가하면서 소비 패턴이 근거리 쇼핑, 소용량·소포장 등으로 바뀌면서 편의점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각종 생활편의 서비스가 더해진 것도 성장의 기폭제가 됐다. 2000년 이후 자동입출금기, 택배, 온라인 구매 상품 점포 픽업 등의 생활편의서비스를 차례로 흡수하면서 편의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소매점에서 편리한 생활소비 공간으로 달라졌다.
또 다른 배경은 뛰어난 접근성에 있다. 편의점은 아파트, 오피스, 대학가 등 다양한 상권에 분포돼 1층 점포라는 입지 특성을 갖췄다. 거주자나 근무자, 유동인구 접근이 용이하다는 얘기다.
급성장 속 드리운 그늘
다만 이 같은 성장률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편의점 점포당 평균 매출액은 포화상태로 접어들면서 1% 수준을 가리키고 있다. 편의점 점포당 매출액 감소는 전체 매출액 성장과 비교해 점포 수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성장률이 정체되면서 편의점들도 경쟁력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우선 점포 시스템을 고도화해 점포 관리 효율성을 높이는 모양새다. 점포관리시스템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최근 GS25의 경우 PC 외에 모바일을 통해서도 점포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고 CU는 검색엔진을 도입, 셀프 포스 2.0통합 등 IT 인프라 고도화 작업을 지속해 시스템 편의성을 높였다.
점포당 매출을 올리기 위해 온·오프라인 연계 작업도 진행 중이다. GS25는 O4O(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톡 '동네 소식'에 입점해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근거리 오프라인 매장의 알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는데, 동네 생활권을 중심으로 로컬마케팅을 선보여 점포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CU는 최근 마케팅팀을 브랜드마케팅으로 재편하고 브랜드 스토리텔링에 재미 요소를 강화한 온라인콘텐츠들을 선보이고 있다. MZ세대를 겨냥해 선보인 '편의점 고인물' 시리즈는 누적 3억 뷰를 달성하기도 했다.
철저한 상권 분석에 기반해 우량점이나, 특화 매장도 선보이고 있다. CU는 최근 강남구 타워팰리스에 '컬리 특화매장'을 선보였다. 컬리에서 판매 중인 정육, 수산물, 계란, 채소 등 신선식품과 컬리의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넣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함이다. 지난달 말엔 마포구 홍대상상점에 '라면라이브러리' 콘셉트로 라면 특화매장을 선보이기도 했다. GS25는 지난해 11월 성수동에 GS25의 PB상품과 단독 운영 상품 중심으로 운영되는 '도어투성수'를 선보이기도 했다. 뒤늦게 편의점 사업에 뛰어든 이마트24는 특화매장을 중심으로 점포개발에 힘써왔는데, 주류특화매장의 경우 근거리 주류창고 역할을 맡고 있다.
편의점 울리는 정부 규제 완화 '숙제'
이같은 편의점 업계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정부 규제가 성장률의 발목을 잡고 있다. 편의점 가맹 사업 특성상 규제가 생기거나 바뀌게 되면 편의점 본사뿐만 아니라 약 5만여명의 점주도 함께 타격을 받는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이어지면서 사회적으로 낭비되는 비용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초 담배 광고를 가리기 위해 유리 벽에 붙인 반투명 시트지를 도입 2년 만에 제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021년 7월 편의점 외부 유리 벽에 부착된 시트지는 '매장 내 담배 광고가 밖에서 보이면 처벌하겠다'는 복지부의 엄포에 편의점 업계가 울며 겨자 먹기로 마련한 대책이었다.
당시 편의점 업계에선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흡연율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사고이며 시트지로 인해 근무자들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복지부는 '담배 광고가 보이면 안 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트지 부착 2년 만에 편의점 범죄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청소년 흡연율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트지 규제는 철회됐다.
차일피일 미뤄진 안전 상비약품 품목 확대 지정도 소비자들의 편의를 크게 해치고 있다. 현재 편의점에선 해열진통제 5종과 감기약 2종, 소화제 4종, 파스 2종 등 13개 품목을 판매하고 있는데, '타이레놀정 160mg, 어린이용 타이레놀정 80mg'이 생산 중단된 이후 대체 의약품 지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10년간 품목 수가 동일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지만 가장 많이 찾던 상비약이 끊기면서 점주들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오롯이 감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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