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고 사기당할 뻔했습니다.”
서울 강남구에서 아르바이트생 5명을 두고 카페를 하는 여성 소상공인 A씨는 이달 초 컨설팅 업체로부터 받은 이메일을 기자에게 보여주며 얼굴을 붉혔다. “중대재해법 때문에 불안해하는 자영업자를 등쳐먹으려는 업체가 눈에 불을 켜고 덤빈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A씨가 보여준 이메일은 '1월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적용되니, 그 전에 법정 의무교육을 받아라. 답장을 보내면 교육 비용을 안내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놀란 A씨는 답장을 보냈는데, 그 뒤 지인에게 "동네 카페는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이 아니라더라"는 말을 듣고 더 혼란스러워졌다. A씨는 업체가 요구한 입금은 하지 않은 상태이다.
컨설팅 업체의 이메일은 A씨를 속인 것이다. 중소기업기본법에서 규정하는 소상공인 중 상시근로자 수가 10명 미만인 경우는 중대재해법 적용에서 제외된다. 애당초 중대재해법에는 법정 의무교육 규정 자체가 없다. 이메일을 보낸 자칭 컨설팅 업체는 법을 잘 모르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등쳐 먹으려는 사기꾼인 것이다.
이는 A씨만 당한 일이 아니다. 현재 소상공인 온라인 카페에서는 중대재해법과 관련한 사기성 게시물과 소상공인들의 이 법 관련 문의 게시물이 매일 올라온다. A씨가 당할 뻔한 수법의 '법정 의무교육'과 관련한 광고와, "법 적용을 막아주겠다"는 이른바 컨설팅 광고도 무성하다.
기자가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에 이 문제를 문의하니 "단속 권한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현재 정부는 중대재해법이 새로 적용될 중소기업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만 정책의 초점을 맞춘다. 이 법의 이면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는 신종 사기범행에 노출된 소상공인들은 방치돼 있다.
중기부와 고용부 장관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까지 중대재해법 전면 적용을 2년 더 유예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하는 상황이다. 적용 유예도 중요하지만, 국회만 바라보고 법 유예를 촉구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의 전부는 아니다. 정부는 생업에 정신이 없고 법 지식도 부족해 중대재해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소상공인과 영세기업인의 어려움도 살펴야 한다. 컨설팅 운운하는 사기 범행을 단속할 권한이 없다면, 중대재해법 자체라도 더욱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전면 시행까지 겨우 9일 남았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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