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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부활' 기대와 우려…연착륙 조건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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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과열 우려 해법 마련해야
사회통합전형 의무선발 실효성 고민도
상위권 쏠림 '고교 서열화' 과제로

올해를 끝으로 일반고로 전환할 예정이었던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가 부활하면서 학교 현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내년도 고교학점제 시행과 함께 '교육 다양화'에 기여할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사교육 과열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내년 2월 폐지 예정이던 자사고와 국제고, 자율형 공립고(자공고), 외고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와 외고 등이 고교 서열화를 심화한다는 이유로 2020년 시행령 개정을 통해 2025년부터 이들 학교를 일괄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 방안이 '획일적 평준화'라고 보고 전 정부의 정책을 폐기했다. 교육부는 자사고 및 외고의 후기 선발전형 유지 등 기존에 제기했던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한 보완책을 함께 내놓았다. 하지만 제도 변화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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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증가, 막을 수 있나

당초 자사고·외고 등은 대입 전 '고입' 과정을 만들어 내면서 사교육비 증가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실제로 자사고·외고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 사교육비 지출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일반고 진학 희망 중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약 41만원, 자사고 희망 학생은 69만원가량으로 28만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교육부는 자사고 존치를 결정하면서 사교육 과열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도 제시했다. 고교 입시 일정은 전기와 후기로 나뉘는데 자사고·외고를 일반고와 함께 뽑는 '후기고' 선발로 유지, 학교생활 충실도를 위주로 평가하는 자기주도학습전형 운영을 통해 사교육 억제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날 교육부의 발표 직후 현재 대책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새 대입제도, 의대열풍 등과 맞물려 자사고 외고 존치는 경쟁 양상이나 사교육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회통합전형 20% 의무선발, 실효성은?

교육부는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가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사회통합전형 의무선발을 전국 단위 자사고 10곳 모두에 확대했다. 지금까지는 과거 '자립형 사립고'에서 전환된 전국 단위 자사고 6개교는 이러한 규제에서 제외돼왔다.


다만 지금까지 의무 규정이 있던 자사고에서도 사회통합전형 충원율이 절반에 못 미치는 곳이 많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도 있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3학년도 전국 22개 자사고에서 사회통합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은 757명으로, 모집정원 1664명의 45.5%에 그쳤다. 22개의 자사고 중 절반이 넘는 13개 학교는 사회통합전형 선발 정원의 50%도 채우지 못했다.


특히 교육부가 이번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인원 일부를 일반 전형으로 이월할 수 있도록 한 부분에 대한 비판도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는 논평을 통해 "교육부는 이번 개정안에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인원의 최대 50%를 일반전형으로 선발할 수 있는 꼼수까지 포함시키고 있다"며 "기회 불균형의 최소한 안전장치까지 제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사회통합전형에) 지원을 안 해서 못 뽑았어요'라고 하는 것을 넘어 자사고 스스로 초등 단계의 전형 대상자 학생들에게 자사고 진로를 안내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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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권 학생 쏠림·고교서열화 우려

자사고 존치가 내년 고교 입학생부터 적용되는 '내신 5등급제'와 결합하며 상위권 학생의 자사고 쏠림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행 내신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변화하면 1등급 구간이 상위 4%에서 10%까지 확대된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상위권 학생들이 자사고의 치열한 '내신 경쟁'을 두려워해 일반고를 택했다면, 내년부터 내신 부담이 줄어들면서 자사고·외고로 유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내신 등급을 완화한 측면은 있지만 (5등급제는)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병기해 균형을 잡아준 부분이 있다"며 "자사고에 유리한 방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입시 업계에서는 자사고·외고 등 경쟁률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올해 입시에서도 중3 학생 수는 전년 대비 5.4%(2만5213명) 감소한 반면,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원자 수는 951명 증가해 경쟁률이 상승한 바 있다.


자사고 폐지에 앞장서 왔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고교 서열화에 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 부총리가 '일반고 다양화를 통해 자사고의 수직적 서열화 등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어두운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서열화된 대학 체제와 고교체제를 수평적으로 개혁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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