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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걱정 없고 연봉 높아"…대기업 떠나 건설현장 뛰어든 2030[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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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분야 기술 시험 응시자 5년전보다 42.5% 늘어…이 중 2030세대 47%로 증가
원하는대로 일과 관리 자율적…일할수록 성취감·자부심 생겨

"그렇게 잡으면 안 되고 살짝 왼쪽으로. 그렇지, 손에 더 힘줘서."

지난 14일 오후 2시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한 오피스텔 건물 지하 1층. 눈이 내리는 주말에도 교육장은 시공 칼과 교육 자재를 들고 연수를 받는 수강생들로 분주했다. 이곳은 지난해 문을 연 인테리어 필름 아카데미다.


통상 건설 기술직에 대한 수요가 많은 중장년층 남성을 타깃으로 개소했는데, 여유시간을 활용해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젊은 수강생 문의가 빗발쳐 3개월 전 '주말반'을 따로 개설했다. 현재 평일반은 1~9기 모두 정원이 마감됐고, 주말반은 다음 기수까지 대기 인원이 꽉 찬 상태다.

이날 '새시 부착 교육'을 받은 수강생 7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4명이 20·30세대였다. 모자를 눌러쓰고 목재를 만지고 있는 여자 수강생들도 눈에 띄었다. 한 달 전부터 이곳에 나와 인테리어 시공을 배우고 있는 강다혜씨(29)도 그중 하나다.


강씨는 "지난달부터 평일엔 사무실에 나가 경영일을 하고, 주말엔 여기서 현장 기술을 배우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며 "막상 현장에 나가 보니 또래 교육생이 많아 낯설지 않았고, 현장에서 땀 흘리다 보니 사무실에서 보내는 평일보다 시간도 후딱 가서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인테리어 필름 아카데미에서 강다혜씨(29)가 샤시 부착 실습을 하고 있다.[사진=이서희 기자]

지난 14일,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인테리어 필름 아카데미에서 강다혜씨(29)가 샤시 부착 실습을 하고 있다.[사진=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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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기술직 지원자 5년간 42.5% 증가…2030이 47%

'기술직은 춥고 힘들다'는 편견을 깨고 사무실을 나와 건설 현장에 뛰어드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대기업, 공기업 등 내로라하는 직장을 그만두고 기술직을 택하는 이들도 생겼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간한 국가기술자격 정보집 '자격Q'에 따르면 2022년 건축 분야 기술 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16만1000명으로 5년 전인 2018년(11만3000명)과 비교해 43% 가까이 늘었다. 세부 부문으로는 건축설비기사·건축기계설비기술사 등 건축 설비 부문의 응시 인원이 2만7000명으로 5년 전 대비 가장 큰 폭의 상승세(36.1%)를 그렸다.


20·30세대 증가 추이도 두드러졌다. 전체 응시 인원 가운데 20·30세대가 차지한 비중은 2020년 44.0%, 2021년 44.3%, 2022년 47.0%로 매년 증가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건축 분야 자격증은 현장에서 널리 쓰이고 실무에 직결돼 활용도가 높다"며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 사이에서 매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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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건설 현장 기술직 구인을 위해 주로 활용되는 한 커뮤니티에 접속해 살펴보니, 최근 3개월간 서울 구로구를 중심으로 '함께 일할 팀을 찾는다'며 올라온 게시글은 40여개에 달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20·30세대에 속하는 초보 '조공(보조자)'이 올린 글이었다. 해당 지역에서 직장인을 위한 주말반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인테리어 기술 전문학원의 게시글도 10여개 올라왔다.


이대열 어알아 인테리어 필름 아카데미 대표는 "아무래도 현장 기술직은 춥고 힘들다는 편견이 있다 보니 젊은 층의 수요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예상외로 20대 초반의 아주 어린 친구들까지 문의를 많이 주고 있다"며 "평일엔 대기업, 공기업 등에 나가 본인 일을 하고, 주말엔 이곳에서 현장 기술을 배우면서 진지하게 향후 이직을 고려하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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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보다 성취감 높아…대기업 못지않은 연봉도

젊은 층이 현장 기술직을 선택하는 배경으로는 구직난 등 취업 시장의 어려움과 고용 불안정성이 꼽힌다. 기술직은 한번 배워두면 정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데다, 연차가 쌓일수록 높은 임금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원하는 대로 일과를 관리할 수 있고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자율성도 장점으로 꼽힌다.


5년간 경기도에서 의료 공무원으로 일한 김모씨(30)도 안정적인 직장을 뒤로 하고 기술직을 택했다. 업무에 대한 회의감이 짙어지던 차에 보다 능동적으로 '내 일'을 할 수 있는 기술직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김씨는 "공무원이라는 신분 자체는 안정적이었지만,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느껴져 회의감이 생겼다"며 "미래에 많은 직업이 기계로 대체될 것이란 전망이 있는데, 현장 기술직은 마지막까지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는 직종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인테리어 필름 아카데미에서 수강생이 실습 교육을 받고 있다.[사진=이서희 기자]

지난 14일,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인테리어 필름 아카데미에서 수강생이 실습 교육을 받고 있다.[사진=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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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수록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제대하자마자 인테리어 기술을 배웠다는 김호균씨(24)는 "주변에선 왜 기술직을 하냐며 만류했지만, 실제로 이 일에 뛰어들어 보니 노력한 만큼 결과가 눈에 보여 뿌듯하고 실력이 쌓일수록 연봉을 높이는 재미도 있다"며 "현재 한 달에 20~25일가량 일하는데, 연봉은 5000만원 정도로 대기업 부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존에 '좋은 직장'으로 통했던 대기업·공기업 등이 더는 안정성과 높은 임금을 보장해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젊은 층이 실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기업은 고용 안정성, 공무원은 임금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며 "청년층은 기성세대보다 변화하는 시대상을 개방적으로 수용하고 대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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