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적발돼도 형사처벌 불가
복지부, 올해 내 처벌강화 추진
의협, 법제화보단 자율징계권 요구
최근 음주 상태로 환자를 진료한 의사들이 끊임없이 적발되고 있지만 모두 자격정지 1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분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음주 진료는 환자를 위험하게 하는 비윤리적인 행위임에도 현행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의사들의 음주 의료행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음주 상태로 의료 행위를 하다 적발된 경우는 총 9건으로, 모두 1개월 자격정지 행정처분을 받았다. 연도별로는 2019년 5건, 2020년 1건, 2021년 2건, 2022년 0건, 2023년 1건이었다. 주로 야간진료나 당직근무 시 술을 마시고 진료했다가 환자가 신고해 적발된 경우다.
현행 의료법상 음주 의료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고, 심각한 의료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 음주 사실이 적발되더라도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하는 행위를 했을 경우 면허 자격을 정지할 수 있다'는 조항만이 적용된다.
2020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음주 의료 행위의 행정처분 기준을 자격정지 1개월보다 강화하라고 권고했지만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음주 진료에 대한 처분을 강화하려고 한다”면서도 “입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음주 진료 행위는 잊을 만하면 반복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한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A씨는 지난 12일 오후 11시께 술에 취한 채 60대 환자의 얼굴 봉합 수술을 했다. 해당 환자는 경찰에 "수술한 의사가 음주 상태로 의심된다"며 신고했고 A씨는 "저녁 식사를 하다 맥주를 마셨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처벌 규정이 없는 탓에 입건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앞서 2020년 10월 충북 청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의사 B씨는 음주 상태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집도했다. 당시 B씨는 공휴일이라 출근하지 않았지만 당직 의사로부터 응급수술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에 복귀했다. 산모의 가족은 B씨에게 수술 경과를 묻다 의사에게서 술 냄새가 나자 경찰에 신고했다.
의사의 음주 진료를 처벌하는 법안은 그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21대 국회에는 음주 진료 처벌에 대한 법안이 발의되지 않았다. 제19~20대 국회에서는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14년 당시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안을 제출했다. 해당 법안과 관련해 2015년 국회 검토보고서에서는 “의료진의 주취 진료 및 수술은 단 한 건의 사고라도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내부 윤리 지침이나 개인의 도덕적 의식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문제”라며 “법적으로 규제할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9년에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음주 의료행위 시 자격정지 조항을 신설하는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법안 모두 임기 만료로 인해 자연 폐기됐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는 음주 의료행위에 대한 처벌 법제화보다 의료인 단체에 징계권을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국민들의 오해가 있는데 모든 권한은 복지부에 있다”며 “선진국들은 자율 징계권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의협에서 조사 권한이 생기면 소수 의사의 일탈 행위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고, 국민들의 피해가 최소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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