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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빠른가'…제3지대 '속도조절론' 나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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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모이면 비빔밥 아닌 죽"
"물리적 통합보다 비전과 가치 공유 중요"

이낙연·이준석 전 대표, 양향자 의원, 금태섭 전 의원 등이 제3지대 신당 창당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기 통합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거대 양당의 극단 정치 타파'라는 공감대가 제3지대 신당들이 하나로 뭉치는 주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성향이 다른 각 당이 화학적 결합에 성공하기 위해선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통합된 비전은 물론, 선거제 개편 등 향후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은 14일 김종민·조응천·이원욱 의원 등이 중심이 된 미래대연합의 창당 발기인 대회 축사에서 "급하게 모여서 다 갈아버리면 그건 비빔밥이 아닌 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3지대 주요 인물들을 비빔밥 재료에 빗대며 서로의 개성을 살린 연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앞서 지난 12일 KBS라디오에서도 "무턱대고 합치자, 연대하자는 이야기는 당내 구성원들도 관심 있어 하지 않고, 대중도 지지율로 화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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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이 야권 신당과의 물리적 결합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배경은 과거 중도정당을 내세운 바른미래당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바른미래당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의원이 주도한 호남 기반 국민의당과 유승민 전 의원이 이끈 영남 중심 '바른정당'이 통합하며 창당했지만 2년 만에 계파 갈등으로 사라졌다. 결국 물리적 통합보다 각 당의 비전과 가치가 서로 얼마나 화학적 결합을 이룰 수 있느냐가 통합의 관건이라는 얘기다.

정치공학적 판단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총선 비례대표 선출 방식에 따라 제3지대 신당의 합종연횡 강도와 범위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개혁신당의 경우 비례대표제가 연동형이 될 경우 '느슨한 연대'를 추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후보에게 1표, 정당에 1표를 던지는 '1인 2표' 투표방식이다. 각 정당이 획득하는 총 의석 비율을 정당 득표율과 최대한 일치시키는 방식으로, 개혁신당 지지율만으로 상당한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너무 빠른가'…제3지대 '속도조절론' 나오는 이유 원본보기 아이콘

공천 주도권 등도 숙제다. 민주당 출신 제3세력 간 잡음도 감지된다. 최근 미래대연합 측이 새로운 미래의 이낙연 전 대표에게 '대선 불출마' 등을 요구했다는 일부 보도에 신경민 전 의원이 "그런 요구는 없었다"고 일축했지만 각 신당이 총선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신경전이 시작됐다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각 신당의 고민에 대해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이 이낙연 전 대표, 미래대연합 등과 너무 앞서 나갈 경우 국민의힘에서 추가로 이탈하려는 인사들이 합류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민주당 계열은 호남과 4050세대, 국민의힘 계열은 영남과 60~80세대가 기존 지지 기반이다. 신당 연대가 시너지 효과를 낼지 안 낼지를 놓고 속도 조절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빅텐트 시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거대 양당과 달리) 얼마나 상식적인가 하는 것, 그다음은 제3지대 안에서 정치적 리더십이 얼마나 발휘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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