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학자들이 바라보는 향후 1년 내 경기침체 확률이 40% 미만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점점 커지는 연착륙(Soft landing)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예상대로 오는 3월 연방준비제도(Fed)가 첫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응답은 10명 중 2명꼴에도 못 미쳤다. 경제학자 10명 중 3명은 오는 5월에 첫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14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제학자 71명을 대상으로 '향후 1년 내 경기침체가 발생할 확률'에 대한 응답 값을 평균한 결과 39%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조사인 작년 10월의 48%보다 9%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1년 전인 작년 1월의 61% 대비로도 확연히 낮아졌다.
코메리카 은행의 빌 애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초와 비교해 올해 경기침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며 "금리는 낮아지는 추세에 있고, 유가는 하락하고, 소득은 인플레이션 대비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WSJ는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약한 성장과 실업률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경기침체 확률은 낮아졌다. 경기침체는 아닐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1%대로 예상됐다.
금융시장에서는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이른바 연착륙이 가까워졌다는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이번 WSJ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연착륙 기대감이 고스란히 확인됐다. 설문에 참여한 경제학자들은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식료품을 제외한 미국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폭이 작년 11월 3.2%에서 올해 말 2.3%까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Fed의 물가안정목표치 2%에 근접한 수준이자, Fed 당국자들의 인플레이션 전망(2.4%)과도 거의 일치하는 숫자다.
앞서 Fed는 지난해 12월 공개한 점도표를 통해 올 한해 세 차례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첫 금리 인하 시점을 두고서는 여전히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금리선물시장에서 이르면 3월 인하 전망이 우세한 반면,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불과 18.4%만이 오는 3월에 첫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답했다. 오는 5월과 6월에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는 답변은 이보다 높은 31.4%, 34.3%로 각각 집계됐다. Fed로선 금리를 내렸다가 다시 올려야만 했던 1980년대 폴 볼커 전 의장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장의 기대보다 한층 더 신중한 행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또한 경제학자들은 Fed의 금리 인하폭 역시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고 답변했다. 현재 시장에서 상반기 금리 인하폭을 3차례가량 예상하고 있는 것과 달리, 경제학자들의 답변은 1~2차례에 그쳤다. Fed 내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로 꼽히는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3월은 금리 인하를 예상하기엔 너무 이를 수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완화 등에 대한) 더 많은 증거를 확인해야 한다"고 이러한 신중론에 무게를 실었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 또한 상품 인플레이션과 달리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끈적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앞서 지난주 공개된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예상을 웃도는 반등으로 조기 금리 기대감을 약화시켰다. 하지만 다음날 공개된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보다 더 둔화하며 3월 금리 인하론도 다시 탄력을 받은 모양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은 현재 Fed가 1월 동결 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을 80%가까이 반영 중이다.
인플레이션 지표에 이어 이번 주에는 미국의 경기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소매판매(17일) 지표, Fed의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17일),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19일) 등이 발표된다. Fed 내 3인자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등의 연설도 예정돼있다. 월요일인 15일은 마틴 루서 킹의 날로 금융시장은 휴장한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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