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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교실 탈락에 멘붕…'워킹맘 무덤' 초1 학부모의 생존비밀[K인구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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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전 직원 재택 '코니바이에린'
창업 때부터 유연근무…해마다 매출 늘고 증가폭↑
초등 저학년 자녀 있을 땐 日 2시간 자리비움 배려

편집자주대한민국 인구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기업에 있다. 남녀 구분 없이 일로 평가하는 기업 내 분위기와 가정 친화적인 문화가 곧 K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이기 때문이다. 저출산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지만, 적어도 일터에서의 부담감이 걸림돌이 돼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경제는 가족친화 정책을 선도하는 기업을 찾아가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지점을 짚고,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못하는 기업과는 다각도에서 함께 방법을 찾아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부터 변하도록 독려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분석한다. 금전적 지원보다 심리적 부채감을 줄여주는 회사의 문화와 분위기가 핵심이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다양한 측면에서의 대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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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니 아기띠’로 유명한 육아용품 제조업체 코니바이에린(코니)은 전 세계 100여개국에 제품을 판매한다. 전 직원 55명은 4개국·24개 도시에 흩어져 있는 자택에서 일한다. 2017년 창업 시점부터 도입한 전면 재택근무 체제 덕분이다. 재택근무의 생산성 논란은 여전하지만, 코니는 2020년부터 여봐란듯이 매해 매출 증가 폭을 키우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창업 6년 만인 지난해 연 매출액은 300억원을 넘어 전년 대비 1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코니에는 전면 재택근무에 매료돼 입사한 워킹맘이 많다. 전 직원의 90%가 여성이며, 절반 이상이 워킹맘이다. 창업 당시 출산 후 경력단절 여성이었던 임이랑 대표(38)가 육아와 커리어를 병행할 수 있도록 회사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반영해 도입한 것이 전면 재택근무였다. 그만큼 관련 제도를 마련하는 일에 회사는 공을 들인다. 직원의 고민을 반영해 빠르게 변화해 나가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퇴사까지 결심한 초1 워킹맘, 회사가 붙잡았다
지난해 12월 22일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등교시킨 뒤 자택에 마련해둔 홈오피스로 출근한 송명진 리드가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제공=코니바이에린)

지난해 12월 22일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등교시킨 뒤 자택에 마련해둔 홈오피스로 출근한 송명진 리드가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제공=코니바이에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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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초등 1학년이 ‘워킹맘의 무덤’인지를 절실히 깨달았어요. 협업이 한창인 오후 시간에 중간중간 자리를 비워야 해 일이 불가능해 보였어요. 업무 시간에 지장을 줄 수가 없어 퇴사하겠다고 말했는데, 회사는 사표 수리 대신 ‘같이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답변을 줬죠."

17년 차 브랜딩 전문가인 송명진 코니 브랜드그룹 리드(41)는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을 돌보는 일과 본인의 업무 사이에서 그야말로 ‘대혼란(카오스·chaos)’을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스스로 ‘일을 통해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성향’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커리어에 애정이 많은 워킹맘이었지만, 일과 육아의 양립만큼은 쉽지 않았다.


딸이 유치원생이던 2020년 11월 코니에 합류한 송 리드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등·하원 시간(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이 일정하고 보육 시간도 긴 덕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 후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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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주 등하교 시간이 달랐어요. 유치원에서 저녁 6시에 하원하던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니 낮 12시 전후로 하교했어요. 하교 후 이어지는 방과 후 교실 역시 당첨돼도 입학 한 달 후에나 시작했고, 저녁까지 학교에서 케어해주는 돌봄교실에선 떨어졌어요.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한창 일할 시간인 오후 12시에 아이가 하교하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대부분 학원도 주로 1시간짜리 수업이라 매시간 등·하원에 시간을 쓰면 연속해서 업무에 집중하는 게 불가능했어요."


당시 송 리드뿐 아니라 임 대표도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다. 둘을 포함해 총 4명의 초등학교 입학생을 둔 코니의 워킹맘은 함께 해결책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전 직원이 일하는 핵심 근무시간(한국시간 기준 오전 10시~오후 5시) 중 잠시 자리를 비울 수 있는 배려시간제를 강화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가 있을 경우 학기 초 하루 최대 2시간 조정이 가능하게끔 조치했다. 송 리드는 딸의 하교와 등·하원 과정에서 이를 요긴하게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재택근무 중 육아로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게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상자당 월 15만원을 지원하는 ‘자란다 서비스’를 신설했다. 송 리드는 "이를 통해 네 학부모 모두 무사히 1년을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환경이라면 둘째 낳아도…첫걸음마 순간 함께했죠"

코니에서 제품 개발 업무를 맡은 14년 차 직장인 전민지 MD(37)는 지난해 10월 육아휴직을 끝내고 업무에 복귀했다. 둘째 딸 출산 후 육아휴직 8개월 만에 한 복직이었다. 그는 코니에 2020년 10월 합류해 일하며 "이러한 환경이라면 일을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첫째와 둘째가 48개월 차이가 나요. 둘째를 낳아야 할지 계속 고민하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더라고요. 재택근무를 하면서 제가 물리적으로 아기 근처에 있을 수 있으니까 베이비시터 서비스를 활용해 집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덕분에 조기 복직도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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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MD는 전 직장을 다니던 2019년 첫 출산 당시에도 딸이 돌이 되기 전 복직했다. 당시 회사는 사무실로 출퇴근해야 해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베이비시터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다. 금전적인 부담이 커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전면 재택근무를 하면서 집중 근무 시간에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현실적인 부담은 덜고 친정 부모님도 마음이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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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방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이와 함께 있다 보니 전 MD는 둘째 딸의 첫걸음마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안방에 마련해둔 홈 오피스에서 일하다가 잠시 물을 마시러 나가면 둘째 딸의 얼굴을 보며 ‘까꿍’하고 웃는 모습을 보고 돌아올 기회도 갖는다. 전 MD는 "옆 방에서 딸이 까르르하고 웃는 소릴 들으면 안심이 된다"며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옆에서 대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직전 회사도 재택근무와 무제한 휴가를 제공하는 곳이었지만 코니처럼 100% 재택근무하는 환경은 아니었어요. 출근이 주된 방식이고 재택은 보조적인 방식이라 협업하는 팀원들도 배려해야 했어요. (이 회사에서는) 낮에 출퇴근 시간을 아껴서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퇴근 후에는 오롯이 육아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습니다. 회사가 매년 크게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재택근무와 육아를 함께 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편과 육아 부담 균형…"아이와의 시간 희생 최소화"

송 리드와 전 MD는 코니로 이직하게 된 핵심적인 이유가 전면 재택근무로 육아를 장려한다는 점이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들은 재택근무 덕에 일반적으로 여성에 쏠리는 육아·가사 부담을 남편과 균형 있게 나눠 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 리드는 금융사를 다니는 남편과의 육아 비중을 두고 ‘남편 6, 본인 4’라면서 "내가 비중은 적지만 출·퇴근자가 할 수 없는 핵심 시간대를 커버하고 있어 남편이 크게 불만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 MD는 같은 질문에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남편도 재택근무를 많이 하기 때문에 육아와 집안일은 대부분 5대 5로 분담한다"며 "남편은 첫째 케어, 나는 둘째 케어를 주로 맡아서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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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재택근무가 일과 육아를 공존케하는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두 사람은 집에서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이와 함께 집에 있더라도 육아와 일하는 공간은 분리해야 하고, 그 시간에는 아이를 돌봐줄 다른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 돌봄으로 인해 업무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송 리드는 "재택근무와 배려시간제는 일에 몰입하면서도 아이와 단절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에 가깝다"며 "일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에게 일생의 한 번뿐일 아이와의 시간을 최소로 희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일 숨 가쁘게 시간을 보내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등하교, 등·하원, 저녁부터 잠들 때까지 필수적인 시간이 충분히 확보된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전 MD는 "아이가 2명이지만 아이 낳았다고 무조건 배려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월급 받는 프로라면 당연히 주어진 업무에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 한다. 워킹맘도 일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진 않다"며 "개인에게 주어진 시간은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업무 결과의 품질로 판단하는 기업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K인구전략-양성평등이 답이다'
김유리·이현주·정현진·부애리·공병선·박준이·송승섭 기자
김필수 경제금융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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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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