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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도전자들]⑧"오랜 경험과 노하우로 무장"… 국회의장 도전하는 다선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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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영남 중진 물갈이론 변수
野, 86세대 교체론 불어올까

편집자주2024년 새해와 함께 22대 총선 정국이 본격 개막했다. 민심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습격을 당하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도 돌출하고 있다. 여야는 공천 국면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유권자는 공천 과정을 지켜보며 쇄신 여부를 판단한다. 정당이 지향하는 '방향'과 '인물'을 따져보는 것이다. 정당이 혁신만 하는 건 아니다. 때론 퇴행도 있다. 향후 4년간 국민의 대표자를 뽑는 것인 만큼 이들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주요 분야·세대별 출마자를 시리즈로 살펴본다. ①대통령실 ②관료 ③법조계·경찰 ④군 ⑤현역 맞대결 ⑥올드보이(OB) ⑦2030세대 ⑧중진의원

국회에서는 당선 횟수가 높을수록 관록(貫祿) 있는 정치인이다. 사회에서 맹활약한 사람이라도 국회에 입성하면 그냥 초선 의원에 불과하다. 선수가 높은 중진 의원들은 정당이 의사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지혜’를 보탠다. 때로는 여야 갈등 상황에서 ‘막후 협상’을 하는 등 '정치 윤활유' 역할도 한다. 국회의장이나 국회부의장 역시 이들의 몫이다. 다만 선거 때마다 나오는 ‘물갈이론’은 중진 의원들에겐 위협 요소다. 이번 총선도 예외가 아니다. 차기 국회의장, 국회 부의장에 도전하는 중진 의원들에는 누가 있을까.


15일 현재 21대 국회 최다선 의원은 6선인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이다. 박 의원은 2020년 6월부터 2022년 5월까지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냈다. 5선 의원은 김진표 국회의장, 정진석·조정식 의원 등 모두 12명이다. 이들 의원이 국회 최다선급을 형성하고 있다. 김 국회의장과 박 의원은 21대 국회를 끝으로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두 사람을 제외한 5선 의원들은 다시 한번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표밭을 누비고 있다. 당선하면 이들은 '국회의장'을 놓고 다시 동료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與, 영남권 중진 물갈이론 태풍일까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참패한 이후 등장한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친윤(친윤석열) 정치인, 영남 중진 그리고 당 지도부에게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를 요구했다. 혁신위가 조기 종료됨에 따라 험지 출마론은 힘을 잃은 듯이 보이지만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공천관리위원회 단계에서 ‘영남 중진 물갈이론’으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5선 이상 중진 의원 7명 가운데 4명의 지역구는 영남에 있다. 김영선 의원(경남 창원·의창)과 서병수 의원(부산 진갑),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이다. 이들은 직간접적으로 험지 출마론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모두 현 지역구에 그대로 출마할 계획이다. 서 의원은 지난 10일 출판기념회에서 "반드시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해야 한다. 당의 승리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면서도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해선 "지역구 국회의원은 절대 딴 데 가겠다, 불출마하겠다는 말을 함부로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건 영남과 달리 호남은 정치 세력의 부침이 있어서인지 중진 의원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호남에서는 3선의 이개호 민주당 의원(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을 제외하면 대부분 초·재선에 머문다. 과거 ‘국민의당’ 돌풍이 불었다가 민주당으로 흐름이 바뀌면서 중진 의원들이 대거 물갈이된 영향이다.

반면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지역으로 평가되는 충청 지역 의원들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물갈이론 영향을 덜 받는다. 본선 경쟁력이 최우선시되기 때문에 중진 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물갈이 대상이 되기가 어렵다. 오히려 ‘힘 있는 중진론’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다. 국민의힘은 충청권에 이상민(대전 유성을)·정우택(충북 청주·상당)·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 의원 등 5선 의원 3명이 줄지어 있다.


지난해만 해도 중진들의 희생 여부가 공천의 최대 관심사였다. 하지만 새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중진 희생론’과는 뉘앙스가 다른 발언을 내놓았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11일 부산에서 진행된 비대위 회의를 마친 뒤 부산 지역 공천 방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몇 선 이상 나가라. 이렇게 일률적으로 말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출마해서 이길 수 있는 분들, 그런 분들이 출마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을 탈당한 5선 이상민 의원이 영입되는 걸 지켜보며 중진 희생론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野, 세대교체론 바람 불어올까

[총선 도전자들]⑧"오랜 경험과 노하우로 무장"… 국회의장 도전하는 다선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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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경우에는 물갈이론이 지역보다는 세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의 경우 대부분 초·재선이고, 5선급 중진은 수도권이나 충청권에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 물갈이론의 핵심은 86세대(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 출생)에 맞춰져 있다. 86세대에 해당하는 안민석(경기 오산)·조정식(경기 시흥을) 의원 등의 경우 86세대 교체론의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조 의원은 당의 실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안 의원도 주류그룹에 속해 있는 상황이라 물갈이론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에서 이번 선거를 ‘운동권 특권 세력’에 대한 심판론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터라, 여론 추이에 따라 86세대 교체론이 다시금 불거질 여지가 있다.


이 외에도 민주당에서는 변재일(충북 청주·청원)·설훈(경기 부천을) 의원 등의 중진이 있다. 변 의원은 김진표 국회의장보다 한 살 적은 76세다. 당내 대표적 비주류인 설 의원의 경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탈당에도 ‘로키’를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으로 경선을 치른 뒤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3~4선의 경우에는 세대 교체론이 현실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 등 86세대 상당수가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 중진 의원들의 꿈은 국회의장

5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지역에서 저마다 차기 국회의장이 될 가능성을 언급한다. 총선에서 승리해 다수당이 된다면 선수에서 앞선 자신이 국회의장이 된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에 이어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은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국회를 대표한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하면 자신을 수십 년간 지지해줬던 지역민들에게 정치인으로서 ‘마지막 선물’을 줄 수 있는 정치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다음번에는 국회의장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지해달라"고 호소하는 전략을 쓴다. 정치권에서는 대선후보가 아니라면 중진 의원들의 마지막 바람은 ‘국회의장’이라고 말한다. 대통령이 아니라면 정치인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명예를 누릴 수 있는 자리가 국회의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세대 교체론에 대해서는 중진들도 할 말이 있다. 민주당 한 5선 의원은 "지금 국회는 초·재선 등의 열정만으로 운영되다 보니 사회적 분노 갈등을 정치가 심화시키는 지경"이라며 "초·재선들의 열정과 분노, 중진들의 경륜이 어우러졌을 때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치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 총선에서 당선한다면 국회의장에 도전하겠다고 말한 이 중진 의원은 "그동안 해왔던 지역 발전을 위한 기반을 단단히 다지고, 혐오의 정치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치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마지막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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