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피자 시키면 공짜였는데
결국 치킨 가격 인상 효과
피자 피클 300원. 치킨 무 500원. 반값 치킨이나 반값 피자를 사러 대형마트에 간 소비자라면 치킨 무와 피클의 추가 구매를 놓고 머뭇거린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동안 치킨이나 피자를 주문하면 당연히 공짜로 받았던 서비스였지만, 이제는 돈을 주고 추가 구매를 해야 하는 게 일상화됐다. 치킨값에는 공식적으로 포함되진 않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치킨 무 1개를 추가 구매할 때마다 치킨 가격도 500원씩 더 올라가는 셈이다. 이처럼 물가지수에는 잡히지 않는 조용한 물가 상승을 ‘스텔스플레이션(Stealthflation)’이라고 한다.
스텔스플레이션은 스텔스(Stealth)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기처럼 소비자물가지수나 생산자물가지수에 잡히지 않는 방식으로 물가가 조용히 올라 소비자의 구매력을 약화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본 제품의 용량이나 질은 그대로 두고 추가로 제공했던 서비스 가격의 상승이라는 점에서 가격은 그대로 두고 제품의 용량을 줄인 슈링크플레이션이나 제품의 질을 떨어뜨린 스킴플레이션과는 차이가 있다. 단 조용한 방식의 물가 상승이나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은 슈링크플레이션·스킴플레이션 등과 닮은 점이다. 스텔스플레이션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등장한 용어로 영국 경제학자 팀 하포드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스텔스플레이션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물가 장기화로 인해 소비자 피로감이 커지자 기업들이 스텔스플레이션 같은 새로운 방식의 비용 청구 전략을 펼칠 것이란 분석에서다. 유엔에 따르면 2022년 8.1%였던 전 세계 물가상승률은 2023년 5.7%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여전히 고물가 기조는 이어졌다. 올해 전 세계 물가상승률도 3.9%로, 3%대 고물가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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