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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월300만원 준다 해도 사람이 없다"…대림동 떠나 부천·시흥 가는 중국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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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2동 등록 외국인 수 코로나 이전보다 40% 줄어
대림보다 임대료 저렴한 인근 부천·시흥 등지로 이동
인력 빠지고 고령층만 남아 직업소개소들도 빨간불

"택시비 좀 챙겨줄게. 이거 여자도 하는 거야, 하나도 안 힘들어."
[르포]"월300만원 준다 해도 사람이 없다"…대림동 떠나 부천·시흥 가는 중국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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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2시 서울 지하철 2호선 대림역 8번 출구 앞 직업소개소에서 근무하는 상담 직원이 건너편에 앉은 파키스탄 남성 2명을 설득했다. 10평 남짓한 사무실엔 상담 테이블 7~8개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지만 소개소를 찾은 인원은 이들이 전부였다. 20여분 뒤 50대로 보이는 또 다른 중국인 남성 1명이 사무실에 들어왔지만 천장에 붙은 구인 공고를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사무실을 떠났다.


대림역 인근 직업소개소 앞에 구인 공고가 붙어있다. [사진=이서희 기자]

대림역 인근 직업소개소 앞에 구인 공고가 붙어있다. [사진=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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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직업소개소 직원은 "이 일대 직업소개소 주된 고객이 중국동포(조선족) 남성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계속 인력이 빠지더니 지금은 대부분 50대 이상 고령층만 남아 소개해줄 사람이 없다"며 "한 달에 300만원을 넘게 주겠다고 해도 모텔, 사우나 관리직 등에 면접 볼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대림역 인근 직업소개소 내부 모습 [사진=이서희 기자]

대림역 인근 직업소개소 내부 모습 [사진=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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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부터 30여년간 형성된 대림동 일대 중국동포 상권이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 높은 임대료를 버티지 못해 한 차례 썰물처럼 빠져나갔는데, 최근 불경기까지 겹치면서 대림동과 지하철로 오고 가기 쉽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 부천시·시흥시 등지로 떠나는 이들이 늘면서다.


대림동 외국인 급감…공실률은 증가

서울시에 따르면 중국동포 최대 상권인 '차이나타운'이 형성된 대림제2동의 등록 외국인 수는 코로나19 발발 이전인 2018년 9240명에서 지난해 5726명으로 5년 새 40% 가까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울시에 거주하는 한국계 중국인(조선족) 수는 18만3000명에서 6만9000명으로 62% 줄었다.


대림동이 포함된 영등포 일대 공실률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8년 7.50%에 불과하던 영등포구 공실률은 지난해 13.20%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대림역 11번 출구 인근에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김모씨(46)는 "원룸, 상가, 오피스, 업무시설 가리지 않고 세입자 문의가 줄었다"며 "예전에는 방 구하려는 사람이 많아 한 골목에 많아야 공실이 1~2개였는데, 지금은 대림역 초역세권 지역에도 3개월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공실로 남아있는 건물이 허다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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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대림동 중앙시장 초입에서부터 이어지는 차이나타운을 500m가량 걸으며 살펴보니 곳곳에 '점포 임대'가 붙은 건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어떤 건물은 한눈에 봐도 갓 지어진 신축이었지만, 2층부터 4층까지 통째로 세입자를 찾는 임대 문의 종이가 붙어 있었다.


반대로 중국동포의 새로운 상권 지역으로 떠오른 부천, 시흥 일대의 등록 외국인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부천시가 발표한 '부천시 등록 외국인 및 국내거소신고자 현황'에 따르면 부천시 등록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 수는 2021년 1만8500명에서 지난해 1만9500명으로 1000명 늘었다. 지난해 11월 기준 시흥시의 등록 외국인 수도 3만6000명으로 3년 새 13% 증가했다.


임대료 급등·불경기 겹쳐…"구직자도 없어"

이 같은 배경엔 최근 대림동 일대의 높은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새로운 지역으로 주거지를 옮긴 조선족들이 자리한다. 2010년 이후 대림동 일대는 임대 수익을 노리고 투자에 뛰어든 중국동포와 유커(중국인 관광객) 등의 영향으로 일대 임대료가 크게 뛰며 성황기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높은 임대료에 불경기까지 겹치면서 이를 버티지 못하고 인근 저렴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동포가 대거 빠지면서 인근 직업소개소들엔 빨간불이 켜졌다. 통상 건설 현장, 농수산업 등에서 구인을 줄이는 11~2월은 직업소개소 사이에서도 '비수기'로 분류되지만, 이를 고려해도 구직을 원하는 인원이 없어 당장 임금을 더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대림동 중앙시장 골목에 있는 4층짜리 건물에 '임대 문의'가 붙어 있다. [사진=이서희 기자]

대림동 중앙시장 골목에 있는 4층짜리 건물에 '임대 문의'가 붙어 있다. [사진=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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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찾은 대림역 인근 직업소개소 3곳 앞에도 구직자를 기다리는 공고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지만 실제로 사무실을 방문하는 이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직업소개소 관계자는 "보통 11월께 한국을 떠나 중국 본가에 갔다가 3월께 다시 돌아오기도 하지만, 이런 경향을 고려하더라도 지금은 사람이 너무 없다"며 "몇 년 새 이 골목에서 문 닫은 직업소개소가 꽤 된다. 우리도 하루에 전화 1~2통만 받는 날이 많다"고 말했다.


대림동에서 20여년째 웨딩홀을 운영하는 김성학 중국동포연합중앙회 회장도 최근 중국동포들이 대림동을 떠나는 배경으로 높은 임대료와 불경기를 꼽았다.


김 회장은 "2년 전만 해도 방 2개짜리 집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5만원 정도였다면 지금은 월세가 60만원까지 올랐다"며 "월세 내고 휴대폰 요금, 식비 지출하면 남는 돈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천은 중국동포들이 문화적인 토대를 두고 있는 대림역과 지하철로 그렇게 멀지 않으면서 대림보다 평당 500만원가량 저렴해 최근 거주지로 선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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