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장 학대 사건 지속 발생
동물권단체 13만8000명 서명
업계 종사자는 "입법 살인" 반발
최근 반려동물 번식장에서 동물 학대 사건이 지속해서 발생하는 가운데 ‘한국판 루시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른바 강아지 번식 공장을 막는 법안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는 상태다. 동물권 단체들은 빠른 입법을 촉구하고 있지만, 업계 종사자들은 생존권 문제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동물의 경매와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거래 금지, 월령 6개월 미만의 강아지·고양이 판매 및 제3자 거래 제한, 월령 6개월 이상인 동물 100마리 초과 사육 금지, 반려동물 생산업자·판매업자 관리 강화 등 내용이 담긴 동물보호법 개정법안을 발의했다.
또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지난달 생후 6개월 미만의 강아지·고양이 어미와 분리 금지, 생후 6개월 미만 강아지·고양이 판매 및 제3자 거래 제한, 30마리당 1명의 사육·관리 인력 확보 등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법안을 제출했다.
이들 법안은 2018년 영국의 루시법에 기초하고 있다. 루시는 영국의 한 사육장에서 구조된 강아지 이름으로, 반복된 임신과 출산으로 척추가 휘는 등 질병으로 사망했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영국에서는 자신이 직접 번식시킨 강아지·고양이만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올해부터 미국 뉴욕주는 펫숍에서 강아지·고양이·토끼 등 판매를 금지했는데, 공장형 번식장을 막기 위한 시도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에서도 강아지 번식장 학대 사건이 잊을만하면 터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경기 화성의 한 번식장에서는 동물 학대 정황이 포착돼 강아지 1400마리가 구조됐다. 이곳에서는 어미의 배를 문구용 칼로 갈랐고, 냉동고에는 강아지 사체가 약 100구가 있었다. 또한 허가 조건보다 1000마리 많은 강아지가 좁은 공간에 방치돼 있었다. 이에 앞서 2022년 11월 경기 연천의 한 번식장에서도 거듭된 출산으로 어미 강아지가 장기가 손상된 채 발견됐고, 치료받다가 끝내 사망했다.
현재 동물권 단체들은 13만8000여명의 한국판 루시법 지지 서명을 모았다. 19개의 동물보호단체가 모인 '루시의 친구들'은 우리나라에서 '강아지 공장-경매장-펫숍'을 거쳐 연간 20만마리 이상의 동물 판매가 무한정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오직 돈을 바라보고 이뤄지는 대량생산 대량판매 체제 속에서 영업장에서는 동물복지 준수는커녕 착취·학대하고 있다”며 “개정법안이 통과되면 동물 경매는 이 땅에서 사라지게 되고, 새끼동물을 유리장에 전시해놓는 펫숍 역시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반려동물 업계는 ‘입법 살인’으로 규정하고 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반려동물산업단체 비상대책위원회는 "10만 반려동물산업 종사자들을 무고한 국민을 범죄자로 만들고 생계 기반조차 철저하게 붕괴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며 "모든 것이 유동적인 생명체에게 60개월까지만 번식하라고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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