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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로 번진 '헬기이송'…응급체계·지방의료로 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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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참 안 좋은 선례 남겨" 비판 봇물
부산광역시 의사회 "지역 의료계 무시한 것"
의료계 현장서 혼란 빚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부산에서 흉기 습격을 당한 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서울대 병원으로 119 헬기를 타고 옮겨진 것을 두고 의료계에서는 연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 전원 결정은 각종 특혜를 활용해 지방의료를 패싱했다는 것이 의료계 중론이다. 부산대병원 의료진들은 이미 수술 준비를 마친 상태였기에 전원 당시 일부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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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여한슬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 과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가 일하고 있는 속초의료원에서 목 주변을 칼에 찔린 자상 환자가 오게 되면 의전 서열과 무관하게 애초에 환자를 접수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빨리 수술적 처치가 가능한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는 게 맞다. 사실관계만 말씀드리면 이 대표는 우리나라 외상 분야 최고 병원 중 하나인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내원했다. 한편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집도한 교수와 의료진을 감히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여 과장은 "언급할 일들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조바심으로 이렇게 글을 작성한다. 처치가 불가능한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할 경우 일부 환자들은 비용이 드는 사설 구급차 탑승을 거부하면서 119차량은 돈이 안 드니 불러달라는 등의 요청을 한다"며 "우리나라의 응급의료 체계가 무너지는 것을 절대 보고 싶지 않은, 저는 지방에서 일하는 일개 의사일 뿐이다"라고 우려했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는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이 안 되는 사정이 있었다면 가장 먼저 부산 지역 내 수술 가능한 다른 병원에 먼저 연락해 전원 요청을 해야 하고 안 된다면 인근 대구로 전원 가능 여부를 알아봐야 했다"며 "이를 무시하고 서울대병원을 지정해 전원 요청을 한 게 어떻게 응급의료체계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 공보이사는 "현재도 환자가 자신이 원하는 연고지 병원으로 전원 가는 경우는 흔하다. 그런데 중증응급질환, 중증외상 환자에서 진료 능력이 충분한 병원에서 수술과 입원 준비까지 하고 있는데 환자나 가족이 원해 '잘하는' 서울대병원으로 헬기로 전원해 달라고 한다면 (환자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냐"며 "만약 심정지가 발생한다면 귀중한 생명을 어이없이 놓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가 응급의료체계를 망치지 않게 해 달라. 이는 정치 논리나 진영 논리가 개입돼서는 안 되는 영역"이라며 "지역응급의료체계를 무시하고 흔들고, 보호자가 원하는 대로 이송하고 전원하게 되면 향후 응급의료체계가 온전히 유지될 수 없으며 그 결과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일반 국민들"이라고 했다.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 모임 임현택 대표(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는 "지방에도 좋은 병원이 많다. 지역의사제와 지역의대 신설을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이 솔선수범해서 그 병원을 안 다니면 누가 그 병원에 다니겠나"라며 "국회의원들은 본인이나 가족·지인이 아플 때 빅5병원에서 진료받으려고 하면서, 지역구 주민들은 수준 낮은 지역 신설 의대에서 치료받으라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회의원들 본인이 의료를 이용할 때는 지방의료, 공공의료를 외면한다. 그래놓고 지방에서 서울역으로, 수서역으로 몰려오는 환자들을 어떻게 막겠나"라며 "앞으로 가장 큰 문제는 이제 지방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환자들도 헬기를 부르려고 할 것이다. 무슨 명분이 있어서 이를 막을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부산시 의사회 "지역 의료계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 짓밟은 민주당 규탄해야"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아 버린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한다'는 부산광역시 의사회 성명문. [사진=부산광역시 의사회 제공]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아 버린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한다'는 부산광역시 의사회 성명문. [사진=부산광역시 의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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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의사회는 '지역 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아버린 민주당의 표리부동한 작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하의 성명에서 이 대표의 쾌유를 기원하는 한편, "부산대학교 병원에서 1차 응급조치가 이뤄진 이후 민주당 지도부가 보여준 이중적이며, 특권의식에 몰입된 행동에 지역의료인들은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환자의 상태가 아주 위중했다면 당연히 지역 상급 종합병원인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헬기가 아닌 일반 운송편으로 연고지 종합병원으로 전원했어야 마땅하다. 이것이 국가 외상 응급의료 체계이며, 전 국민이 준수해야 할 의료전달체계"라면서 "그러나 전국 최고 수준의 응급외상센터에서 모든 수술 준비가 다 되었음에도 병간호를 핑계로 몇 시간을 허비해가며 수도권 상급 종합병원으로 이송하였다"고 지적했다.


부산시 의사회는 "지방 의료 붕괴와 필수 의료 부족의 해결책으로 '지역 의사제'와 '지방 공공의대 설립'을 입법 추진한 민주당 스스로가 '우리나라 지역의료 문제의 실체'를 전 국민에게 생방송 함으로써,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증명해 보였다"라며 "심각한 응급상황이 아니었음에도 119헬기를 전용했다는 것은 그 시간대에 헬기 이송이 꼭 필요한 환자들의 사용 기회를 강탈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국의사총연합회(전의총)는 성명을 통해 "이 대표의 피습 이후 민주당의 대처는 의학적으로 적절하지 않았다"며 "단지 보호자가 원한다는 이유로 응급헬기를 이용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했다. 지방 의료를 위하는 척 했던 민주당의 내로남불 특권의식의 발로다. 특히 피습된 이 대표의 생명을 위협할만한 위험한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전의총은 "의학은 과학으로 동일한 사안에 대해 동일한 결론을 내도록 훈련받는 전문직업인 영역이다. 의학조차 정치 도구가 되는 것에 전문직업인으로서 한탄스러울 따름"이라며 "의학적 사실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재단하고 희롱하는 민주당을 강력하게 비판한다. 지역의료를 위하는 척 자신들은 수도권 병원만 고집하는 내로남불 특권의식도 비판한다"고 했다.


의사들 "구급차 불러달라는 환자 설득하느라 힘들다"

벌써 의료계 현장에서는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의사 직업을 인증한 A씨는 지난 4일 '서울로 이재명처럼 전원 간다고 구급차 불러달라는 환자 설득하느라 힘들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의사 인증을 받은 누리꾼이 작성한 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갈무리]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의사 인증을 받은 누리꾼이 작성한 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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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급성 담낭염으로 수술하는 환자가 서울 병원으로 가길 원해 전원 의뢰서는 써줬는데, 119구급차를 불러달라 해서 안 된다고 설득하느라 진이 빠진다"며 "왜 구급차 타고 못 가냐고 우기는데, 이재명이 참 안 좋은 선례를 남겨 한동안 진료실에서 서울 쪽 전원 119구급차로 보내달라는 사람들 설득할 생각 하니 한숨만 나온다. 우리 병원에서 수술 가능한데, 지방이라고 안 한다는 환자 설득하기도 목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의사 인증을 받은 B씨는 "병원 간 이송은 119가 해주지 않는다. 보호자가 수술받기 싫어서 서울대병원을 갈 수는 있지만 사설 구급차나 사설 헬기를 띄워야지, 119가 그런걸 해주는 건 전무후무한 일이다"라며 "지방에 의사가 없어서 지방공공의료를 위해 의대를 늘리고 공공의대를 만들어야 된다고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당 대표, 본인들 다쳤을 때는 지방에 최상의 의사와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데도 무리해서라도 서울대를 찾아갔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실력 있는 의사를 찾아가는 거다'라는 민주당의 발언을 보면, 지방의료는 딱 3등 국민인 지방민을 위한 질 낮은 의료로 생각하고 있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와 민주당은 대형병원에만 환자가 몰리는 사회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격차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각 지역에 공공의대 신설을 핵심과제로 설정했고 10년 동안 신규로 배출된 의사를 지역에 근무하게 하는 지역의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의 부산대병원 패싱은 기존의 정책적 노선과 정반대의 노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의료계 반대에도 강행 입법한 내용과 달리 이율배반적 특혜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일반 진료가 아닌 응급상황에서 발생한 일이어서 문제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 대표는 지난 2일 오전 10시 27분쯤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 인근에서 김모(67) 씨로부터 좌측 목 부위를 흉기로 찔렸다. 이 대표는 피습 이후 부산대병원에 입원했다가 헬기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2시간여 동안 경정맥 혈관 재건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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