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신한·동양 등 대형 보험사 잇따라 제3보험 선봬
새 참조요율·경험생명표 반영하면 가격경쟁력 확보
연초부터 생명보험사들이 '제3보험'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손해보험사 점유율이 75%에 달하는 제3보험 시장은 올해 생보사와 손보사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격전지다. 생보사들은 그동안 가격경쟁력에서 열세였으나 오는 4월부터 개정된 참조요율과 경험생명표 반영에 따라 보험료를 최대 50% 이상 낮출 근거가 생기면서 연초부터 손보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4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2일 '다(多)모은 건강보험 S1'을 출시했다. 삼성생명 상품 중 최다 수준인 144개의 특약을 제공한다. 한화생명도 같은 날 'The H 건강보험'을 선보였다. 암·뇌·심장 등 주요 질병에 대한 보장을 강화하면서 보험료는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신한라이프도 같은 날 '신한 통합건강보장보험 원(ONE)'을 출시했다. 진단·입원·수술비 등 개인의 보장 요건에 따라 100여가지 특약을 조립할 수 있는 통합 건강보험 상품이다. 동양생명은 전날 '수호천사 누구나 필요한 수술치료보험'을 내놓았다. 기본적인 수술과 새 의료수술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이들 보험은 모두 생보사와 손보사가 모두 취급할 수 있는 제3보험(건강·암·어린이보험 등)이다. 생보사들이 갑진년 새해부터 잇따라 제3보험 마케팅에 뛰어든 것은 지난해 말 보험개발원이 각 생보사에 전달한 '10차 참조요율 개정안'이 촉매로 작용해서다. 참조요율은 보험개발원이 보험사들의 경험통계(질병발생률·가입자 속성 등)를 기초로 산출한 업계 평균 보험요율이다. 보험사들은 새로운 보험상품을 만들 때 이 참조요율에 기반해 가격을 책정한다.
이번 참조요율 개정안에서는 생보사의 뇌 3종(뇌출혈·뇌경색·뇌졸중 발생률)과 심장 1종(급성심근경색증 발생률) 등 4종의 신규 발생률이 포함됐다. 그동안 종신보험과 변액보험이 주력 상품이었던 생보사는 뇌·심장 보험 통계 부족으로 참조요율이 아닌 국가통계나 자체 데이터에 의존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서 새로 산출된 뇌·심장 관련 질병발생률이 국가통계보다 최대 절반 이상 낮은 걸로 나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질병발생률이 낮아지면 계약자에 보험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그만큼 줄게되니 보험사엔 이익"이라며 "생보사는 그만큼 보험료를 낮춰 제3보험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 참조요율이 상품에 적용되는 시기는 2분기부터지만 한화생명은 'The H 건강보험'에 이를 선반영했다.
2분기부터 10차 경험생명표가 적용되는 것도 생보사엔 기회다. 경험생명표는 보험사로부터 받은 질병·재해·사망 등의 발생 확률을 수집해 연령·성별 등으로 세분화한 통계표다. 보험개발원이 3~5년 주기로 개정하는데 이번 개정은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1989년 1차 경험생명표가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평균수명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1차에서 남자와 여자의 평균수명은 65.65세, 75.65세였으나 9차에선 각각 83.5세, 88.5세로 늘었다. 평균수명이 늘수록 사망률이 낮아지니 생보사의 종신보험 보험료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9차 경험생명표 개정 당시에도 주요 생보사들이 앞다퉈 종신보험료를 10% 가까이 낮춰 판매했다. 다만 수명증가로 연금보험은 보험료가 오르거나 연금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현재 새 참조요율과 경험생명표 등을 반영해 보험 상품 전반의 적정 요율을 책정 중"이라며 "제3보험 등에서 가격경쟁력이 생긴 만큼 대형사 외에 많은 중소생보사도 가격 인하 행렬에 동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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