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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찍었는데 전국적 관광명소 탄생…'韓수묵화 닮은 흑백사진'[갤러리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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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케나 개인전, 내달 3일까지 공근혜갤러리
한국 배경 신작과 영국 배경 작가 초기작 공개

"매일 수많은 색으로 둘러싸인 우리에게 흑백사진은 변화를 주기 쉽고 더 많은 것을 표현할 뿐 아니라 신비롭게 다가온다. 컬러사진은 구체적이고 묘사적이지만, 나는 묘사보다는 암시를 선호한다. 흑백사진의 미묘함은 보는 이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그들 마음속에서 이미지를 완성하게 한다."

작가의 대표작이자 한국 관객에게 가장 잘 알려진 '솔섬'. Pine Trees, Study 3, Wolcheon, Gangwondo, South Korea, 2011) [사진제공 = 공근혜갤러리]

작가의 대표작이자 한국 관객에게 가장 잘 알려진 '솔섬'. Pine Trees, Study 3, Wolcheon, Gangwondo, South Korea, 2011) [사진제공 = 공근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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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미처 몰랐던 한국의 매력을 흑백사진에 담아 세계에 알린 영국 출신 작가 마이클 케나는 흑백사진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풍경 사진의 대가로 전 세계 사진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작가는 다양한 풍경을 통해 사람과 주변 환경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궁구해온 철학가이기도 하다. 그의 개인전 'New KOREA & ENGLAND'가 오는 5일부터 한 달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지난해 11월 70세 생일을 맞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한국을 배경으로 지난해 촬영한 최신작들과 고향 영국에서 과거 1970~80년대에 작업한 초기작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한국 관람객들이 그의 대표작으로 기억하는 '솔섬'은 사실 우연히 촬영된 것이라고 작가는 회상한다. 매 작업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자신이 담을 수 있는 최상의 이미지를 포착하려 노력한다는 그는 '솔섬' 촬영 당시 폭우가 쏟아지기 전, 구름이 몰려와 어두워진 상황이 오히려 최상의 촬영환경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Galumlee Beach Tree, Taean, Chungcheongnamdo, South Korea. 2023ⓒMichael Kenna. [사진제공 = 공근혜갤러리]

Galumlee Beach Tree, Taean, Chungcheongnamdo, South Korea. 2023ⓒMichael Kenna. [사진제공 = 공근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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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진 한 장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기지 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강원도 삼척의 소나무 숲 '속섬'은 케나 작품의 제목을 빌어 '솔섬’으로 지명을 바꾸고 강원도 관광 명소로 지정됐다. 한국인에게조차 낯설었던 솔섬은 그의 오래된 카메라에 담긴 풍경을 통해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인간의 개발 의지보다 더 중요한 예술적 자산의 가치를 증명한 사례로 두고두고 회자하는 사건이다.


작가는 늘 인물이 없는 풍경을 흑백 카메라에 담는다. '사람이 떠나간 뒤의 분위기(atmosphere left behind)'를 담으려는 그의 노력은 성장배경에 기인한다. 영국 북부 위드너스 아일랜드계 가톨릭 가정에서 성장한 작가는 가난한 환경에서 다섯남매와 생활하다 성직자가 되고자 신학교에 입학해 사제수업을 받았다. 7년의 수학 기간 동안 명상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존경심을 키웠다는 최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도 "(나는) 우리 주위에 보이지 않는 강력한 능력을 가진 분이 존재함을 믿는다. 나는 무엇이든 사진을 찍을 때 표면 너머와 표면 밑을 보려고 노력한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Michael Kenna, Biei Hokkaido Japan 2009  ⓒMark Silva [사진제공 = 공근혜갤러리]

Michael Kenna, Biei Hokkaido Japan 2009 ⓒMark Silva [사진제공 = 공근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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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더 선명한 컬러를 위해 모두가 기술과 속도에 천착하는 흐름 속에도 꿋꿋이 흑백사진을 고집해왔다. 더 고요하고 부드러우며, 기억에 오래남기에 흑백작업을 선호한다는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여유를 갖게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든 것이 화려하고, 빠르고, 시끄러우며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작가의 작품은 여유와 함께 고독을 선사한다. 그는 위협받기보다 명상하듯 차분함을 느끼게 하고 싶다는 바람을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전한다.


새벽이나 밤 시간대, 10시간 가까이 되는 장노출을 이용해 풍경을 담는 촬영 기법으로 동양의 수묵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그의 작품은 수평, 수직, 대각선을 이루는 풍경적 요소를 통해 시각적 사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지난해 5년 만에 한국을 찾은 작가는 울릉도, 독도를 방문해 다양한 우리 바다의 풍경을 담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남 고흥, 신안, 충남 태안 등 지난해 그의 카메라에 담긴 'New KOREA' 작업을 공개한다.


Wave, Scarborough, Yorkshire, England. 1981ⓒMichael Kenna. [사진제공 = 공근혜갤러리]

Wave, Scarborough, Yorkshire, England. 1981ⓒMichael Kenna. [사진제공 = 공근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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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개인전에는 전 세계 사진 컬렉터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의 대표작이자 영국 시리즈를 대표하는 '파도'가 전시된다. 1981년 제작한 이 작품은 이미 수십 년 전 완판돼 그동안 한국에서 전시할 수 없었다. 북요크셔 해안가의 부서지는 높은 파도를 촬영한 걸작으로 최신 사진집 '사진과 그 이야기'의 표지이자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 가장 많이 소장된 작품이다.


다음 달 2월 3일에는 작가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 관객과 만나는 시간도 진행될 예정이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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