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행정상 제재 처분 면책 규정 확대
최근 식당에서 성인 행세를 한 학생들에게 속아 술을 팔았다가 영업정지를 당하거나 음식값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억울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구제하기 위한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법제처는 구매자 나이 확인과 관련된 사업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청소년 보호법' 등 6개 법률 개정안이 지난 26일 국회에 제출됐다고 31일 밝혔다. 앞서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현재 일부 법률에만 명시된 행정상 제재 처분 면책 규정을 나이 확인이 필요한 영업 전반으로 확대해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은 나이 확인을 요청받은 사람이 이에 협조해야 하는 의무 규정을 명문화했다. '공연법',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등 4개 법률에는 구매자 등이 신분 확인에 협조하지 않았거나, 신분증 제시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경우 영업장 출입이나 물건 구매 등을 제한하는 근거를 명시했다. 특히 '공중위생관리법' 등 4개 법률에는 청소년이 위·변조 혹은 도용한 신분증을 사용했거나 폭행·협박 등으로 청소년임을 확인하지 못한 경우 영업정지 등 사업자에 대한 제재 처분을 면제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했다. 이는 그간 일부 법률에만 있던 제재 처분 면책 근거를 나이 확인이 필요한 영업 전반으로 확대한 것이다.
미성년자에게 속아 술을 판매했다가 영업정지나 고소를 당했다는 사연은 온라인에 꾸준하게 올라오고 있다.
지난 성탄절 연휴에는 성인인 척하는 미성년자에게 14만원어치 술과 음식을 팔았다가 그 부모에 고소당했다는 사연이 알려졌다. 해당 업주는 "여자 손님 2명이 착석했는데, 염색한 긴 생머리가 가슴까지 내려오고 화장에 핸드백까지 들어 스무 살은 넘어 보였다"며 "손님이 자리를 뜬 후 이들의 부모가 전화해 온갖 욕을 퍼붓고 고소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영업정지 처분과 과징금은 저와 직원들, 아르바이트생들 생계까지 위협한다"며 "유해하다는 미성년자 술·담배에 대한 처벌이 판매자에게만 있고 구매자인 청소년에게는 아무런 조치도 없느냐"며 억울해했다.
술을 마신 뒤 자신이 미성년자라며 음식값을 내지 않고 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달에도 인천에서 주류를 포함해 16만원어치를 먹은 뒤 계산서에 "신고하면 영업정지인데 그냥 가겠다"는 메모만 남기고 달아난 일이 있었다.
식품위생법 제44조는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차 적발 시 영업정지 60일, 2차 적발 시 영업정지 180일, 3차 적발 시 영업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을 받는다. 다만 면책 조항으로 "식품접객영업자가 신분증 위·변조나 도용으로 청소년인 사실을 알지 못해 불송치·불기소되거나 선고유예 판결을 받으면 행정처분을 면제한다"고 규정한다. 행정처분 면제 사례는 2020~2022년 194건으로, 전체 적발건수 대비 약 2.8%에 불과했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이번 법률 개정은 민생과 직결되는 사항"이라며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법제처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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