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된105㎜ 곡사포를 트럭에 탑재
차륜형 자주곡사포 ‘풍익’으로 재탄생
105mm 곡사포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사용한 프랑스제 75mm 야포를 바탕으로 설계한 야포다. 미군은 1941년 105mm 곡사포의 M101 모델을 도입해 육군과 해병대에 보급했다. 이 모델은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에서 사용됐고 이후 M102 모델로 성능 개량됐다. 미국은 M101 모델을 세계대전 이후 연합국 등에 매각하거나 빌려줬다.
우리 군은 1978년까지 미국으로부터 105㎜ 견인포 3000여문을 받았다. 105㎜ 견인포는 한국전쟁 이전부터 지금까지 70년 넘게 운용하는 우리 군의 가장 오래된 화포다.
군은 육군 포병에서 도태되던 105㎜ 곡사포를 5t 군용 트럭에 개조·탑재해 K105A1(풍익) 차륜형 자주곡사포로 재탄생시켰다. 풍익은 국내 방산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생산한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당시 풍익 차륜형 자주포가 21발의 예포를 발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육군에서 ‘풍익’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6·25전쟁 당시 포병장교였던 김풍익 중령을 기리는 의미다. 1950년 6월 26일 경기도 의정부 축석령 전투에서 당시 포병학교 제2교도대 대장이었던 김풍익 소령은 남하하는 북한군의 T-34 전차를 저지하기 위해 105㎜ 곡사포를 직접 조준 사격해 첫 탄으로 적 전차를 파괴했다. 그러나 두 번째 탄을 발사하려는 순간 적 전차의 포탄이 날아왔고 부대원들과 함께 전사했다.
105㎜ 견인포를 활용하는 것은 기존에 보유한 포탄 340만발을 쓰기 위해서다. 또 박격포보다 명중률도 높다. 방열시간도 짧다. 방열시간 단축은 신속한 사격 능력을 갖췄음을 뜻한다. 11명이 운용하는 105㎜ 견인포의 첫 탄 발사 시간은 약 4분 30초. 반면 풍익은 3명이 1분이면 충분하다. 개량이라는 마법을 거쳐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풍익의 장점은 자동사격통제장치다. 자동사격통제장치는 공격 목표에 대한 좌표를 받아 입력한 뒤 포수가 탄을 장전하고 발사하면 된다. 오차범위가 줄어 명중률이 높다. 복합항법장치도 특징 중 하나다. 복합항법장치는 관성항법장치와 군용 위치정보시스템(GPS)을 합쳐서 부르는 말로 포를 쏠 때 포의 위치와 자세를 감안해준다. 기동 성능도 뛰어나다. 최고속도 70㎞의 주행 성능은 물론 31도, 60% 경사를 거침없이 오르고 기울어진 상태에서 멈춰서 버틸 수 있는 제동력도 갖췄다. K105A1는 15㎏에 달하는 105㎜ 탄 60발을 차량 뒤쪽 적재함에 싣고 이동할 수 있다. 승무원과 차량 좌우에는 장갑판을 설치해 방호력도 높였다.
풍익은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풍익의 수출용 명칭은 EVO-105이다. 중남미나 동남아 국가에서 선호한다고 알려졌다. 베트남의 경우 월남전에서 사용한 미국산 105㎜ 곡사포를 러시아제 우랄(URAL) 트럭에 올렸지만, 품질과 가격에서 ‘K-방산’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방예산이 많지 않아 T-50, KT-1 등을 수입했던 나라의 경우에 가격이 비싼 K9보다 풍익을 선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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