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사채·리딩방 등 기업형 범죄 활개
최근 검거 조폭 가운데 75%가 10∼30대
10~20대의 MZ세대들이 인천의 조직폭력조직에 가입해 도심 한복판에서 집단보복 폭행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폭력행위처벌법 위반(범죄단체 등의 구성·활동) 등의 혐의로 인천의 조직폭력조직인 꼴망파 A씨(23) 등 5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28일 밝혔다. 또 조직폭력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23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후배를 폭행한 B씨(21)는 기소 중지했다.
이른바 'MZ 조폭'으로 불리는 10∼30대가 합류하며 조직폭력배가 꾸준히 세를 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서민을 대상으로 한 협박·집단폭행 등 전통적 범죄보다는 폭력조직을 결성하거나 합류하는 형태의 범죄를 주로 저질렀다. [사진=아시아경제]
2021년 꼴망파에 가입한 A씨 등 7명은 지난 2월 같은 조직원 C씨(21)가 노래방에서 다른 손님들로부터 폭행당하자 야구방망이와 쇠 파이프 등으로 3명을 보복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또 C씨의 자해로 생긴 머리와 눈 부위 상처를 노래방 손님들에게 당한 것처럼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경찰에 제출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나아가 A씨 등 8명은 2021년 3월부터 지난 5월까지 8차례에 걸쳐 기강을 확립한다며 후배 조직원들을 세워놓고 야구방망이로 때리는 일명 '빠따' 폭행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적발된 조직폭력배는 모두 29명이다. 인천 중구 신도동을 거점으로 1987년 결성된 꼴망파가 26명, 간석동을 거점으로 하는 간석식구파가 3명이다.
경찰 조사 결과, 적발된 꼴망파와 간석식구파 조폭들은 대부분 1990~2000년 태생으로 MZ세대로 파악됐다. 특히, 꼴망파는 2010~2015년 주축 조직원들이 대거 구속되면서 세력이 크게 약화했으나 2020년 이후 1995~2006년생인 이른바 'MZ세대' 조직원을 충원하면서 세력을 다시 확장하고 있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조직원 중에는 17살의 10대와 21살의 대학생도 조폭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4세대 조직범죄에 활발히 가담하는 MZ세대
앞선 사례와 같이 이른바 'MZ 조폭'으로 불리는 10∼30대가 합류하며 조직폭력배가 꾸준히 세를 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서민을 대상으로 한 협박·집단폭행 등 전통적 범죄보다는 폭력조직을 결성하거나 합류하는 형태의 범죄를 주로 저질렀다. 특히, 최근 경찰이 올해 하반기 조직폭력 사범 1183명을 검거한 가운데 이른바 'MZ세대' 조폭은 888명으로 75%를 차지했다.
지난 7월,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비상장주식을 마치 상장이 확정된 것으로 속여 팔아치운 조직폭력배 A씨(39)를 비롯해 모두 51명을 검거하고 이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MZ세대가 조폭에 활발히 가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찰 관계자는 "MZ세대 조폭이 최근 늘어난 것은 금전적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라며, 이들은 보이스피싱과 리딩방 사기, 대포통장 유통 등 제4세대 조직범죄에 활발히 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불법 유사 투자자문 사이트, 일명 투자리딩방을 운영하며 피해자 500여 명으로부터 400여억 원을 가로챈 조직폭력배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들은 투자 전문가를 사칭해 피해자 572명으로부터 모두 410억 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사기 방조 등)를 받고 있다. 투자리딩방을 운영한 87명 가운데 20~30대 MZ 세대 조폭이 41명이나 됐다. 이 중 7명은 기존 경찰 관리 대상 조폭이었지만, 34명은 부산 지역 폭력조직 등에 신규 가입한 조폭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이 사용한 방식은 기존 조폭 범죄와도 달랐다. 먼저 투자나 재테크에 관심 있는 이들의 개인정보를 사들여 투자 유인 문자를 보낸 뒤 연락이 온 사람을 단체대화방으로 불러 가짜 투자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속였다. 실은 가짜 성공 사례를 올린 이들도 공범이었다. [사진=아시아경제DB]
원본보기 아이콘이들이 사용한 방식은 기존 조폭 범죄와도 달랐다. 먼저 투자나 재테크에 관심 있는 이들의 개인정보를 사들여 투자 유인 문자를 보낸 뒤 연락이 온 사람을 단체대화방으로 불러 가짜 투자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속였다. 실은 가짜 성공 사례를 올린 이들도 공범이었다. 그런 뒤 관심을 보이는 이들을 1대 1 대화방으로 초대해 "나만 믿고 따라오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투자금을 받아 챙겼다.
이후 이들은 주식이나 가상자산 등에 실제 투자하지 않고 가짜 투자 사이트를 만들어 허위로 부풀려진 수익금이 창에 뜨게 했고, 이를 통해 피해자들을 더욱 믿게 했다. 행여 피해자들이 인출을 하려 하면 "아직은 때가 아니다. 다른 투자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만류하는 수법을 썼다. 572명 각각으로부터 뜯어낸 돈은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7억원에 달한다. 피해자 중에는 주부, 일반 회사원뿐 아니라 의사도 있었다.
나아가 총책과 사이트 관리, 회원 모집, 대포통장 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사기 행각을 벌였다. 또 피해자들로부터 뜯어낸 돈으로 고급 외제 차를 타고 다니는 등 호화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에게 계좌 등 명의를 대여한 이들 9명도 이들로부터 평균 2000만 원을 받고 계좌, OTP 카드, 공인인증서 등을 양도했다. 경찰은 9개월여의 수사 끝에 조폭들의 사무실과 은거지를 찾아내 대포통장, 대포폰 등을 압수하고 범죄수익금 24억 원 상당을 기소 전 추징보전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연계해 이들 허위 투자사이트 32개도 폐쇄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MZ세대 조폭이 폭력 범죄단체의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불안을 조성하는 지역 내 폭력 범죄단체에 대해서는 엄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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