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만나자 출입문 치는 등 위협도
法 "공무원 징계 절차따라10만원 선고"
'묻지마 범죄'가 사회불안을 일으키는 가운데 층간소음 문제도 이대로 방치할 경우 강력범죄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이번엔 층간소음을 견디다 못해 윗집을 찾아가 현관문을 발로 차는 등 위협한 공무원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A씨는 지난 3월 20일 오후 10시쯤 층간소음을 이유로 자신이 사는 세종시 아파트 위층 B씨(53·여) 집에 찾아가 발로 현관문을 차거나 주먹으로 여러 차례 두드리고, 이튿날 엘리베이터 안에서 B씨를 마주치자 출입문을 주먹으로 치는 등 거친 행동을 해 B씨를 불안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진=아시아경제]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9단독 차호성 판사는 경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54)에게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3월 20일 오후 10시쯤 층간소음을 이유로 자신이 사는 세종시 아파트 위층 B씨(53·여) 집에 찾아가 발로 현관문을 차거나 주먹으로 여러 차례 두드리고, 이튿날 엘리베이터 안에서 B씨를 마주치자 출입문을 주먹으로 치는 등 거친 행동을 해 B씨를 불안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4월 1일 오후 7시쯤 또다시 B씨 집을 찾아가 현관문을 발로 차거나 주먹으로 여러 차례 두드리기도 했다.
A씨 측은 "피해자가 발생시킨 층간소음에 대해 소극적인 항의를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1심 법원은 "공동주택 건물 내부로 일정한 소음이 전달된다고 하더라도 바로 윗집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자가 상당한 불안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은 여전히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태도를 보인다"며 "다만 이번 사건으로 공무원인 피고인에 대해 징계 절차가 개시된 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경범죄 처벌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길을 막고, 시비를 걸고, 거칠게 겁을 주는 말이나 행동으로 남들을 불안하게 하면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태료, 구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거주자 86% “층간소음 줄어든다면, 돈 더 낼 수 있다”
최근 공동주택의 고질적 문제인 '층간소음'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앞선 사례와 윗집에서 '쿵쿵' 소리가 난다는 이유로 해당 집 문 앞에서 칼을 갈거나 여러 차례 현관문을 발길질하는 등 분쟁도 잦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주자 10명 중 9명은 층간소음을 줄인 아파트라면 분양 시 추가 금액을 더 낼 의지가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가 되며 정부는 최근 '기준 미달 시 준공 승인 불허'란 초강수까지 뒀다. 이에 건설업계에선 층간소음 방지를 위한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실제 수요자들 입장에선 '돈을 더 내더라도 소음 피해를 줄이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LH 토지주택연구원은 최근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저감 방안에 따른 비용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에 담긴 '공동주택 거주자 대상 층간소음 관련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공동주택 거주자 1000명(설문조사 기관 표본)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한 결과 88.1%는 층간소음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불편함 수준은 10점 만점에 5.6으로 나타났다. 일반 인식 측면에선 10년 전(3.2, 5점 척도)과 비교해 현재(4.2 수준) 사회 전반에서 층간소음 민감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응답자들은 ‘층간소음 저감형 아파트’ 선택에 긍정적이며, 현재 발생하는 층간소음을 평균 58.3은 줄어야 층간소음 저감형 아파트로 인정할 수 있다고 답했다. 층간소음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아파트 시공 시 소음 차단 자재 사용'(39.5%), '아파트 공간 구성(설계) 변경'(34.5%)을 가장 주요한 해법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층간소음 저감형 아파트 분양에 따른 주택 구매 시, 추가 금액을 부담할 의향이 없다는 답변은 13.7%에 그쳤다. 반면 절반 이상(53.8%)은 100만원 이상 낼 수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50만원 이상~100만원 미만을 부담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가 19.5%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500만원 이상~1000만원 미만(17.5%), 1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16.1%), 3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50만원 미만(각 13%), 1000만원 이상(3.8%), 금액 무관 부담(3.4%) 등 총 86%의 응답자가 추가 금액을 부담할 의사가 있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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