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서 '걷기' 주제로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 열려
올해엔 '걸음'을 주제로 전국에서 다양한 전시회가 열렸다. 걸으면서 미디어아트 등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테마길도 인기를 끌었다.
울산 북구에 위치한 예술창작소 소금나루2014는 오는 26일부터 30일까지 창작소 내 소금나루 작은미술관에서 '일곱만디와 12경, 예술로 걷기' 전시를 연다. 소금나루2014를 거쳐 간 입주작가 10명이 북구 명소인 '일곱만디 12경'을 답사하고 각 장소를 상징하는 스탬프 작품을 만들었다. 북구 일곱만디는 호암만디·무룡산·동대산·천마산·우가산·동축산·기박산성이다. 12경은 명촌억새군락지·강동화암주상절리·달천철장 등이다. 전시장에서 관람객이 실물 스탬프를 직접 찍어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서울 강남구 코리아나미술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아 지난달 말까지 국제 기획전 '스텝×스텝'전을 열었다. 인간의 가장 일상적인 행위인 걷기가 예술인들에게 어떤 영감을 줬는지 다뤘다. 강서경·신제현(한국), 브루스 나우먼·에브리 오션 휴즈(미국), 차이밍량(말레이시아), 폴린 부드리·레나테 로렌스(독일), 클라라 리덴(스웨덴) 등 5개국 현대미술가 7팀의 작품 15점을 선보였다. 타임지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된 브루스 나우먼은 초기 스튜디오 실험 영상 '콘트라포스토 자세로 걷기'를 선보였다. 서양의 고전 조각상에 적용됐던 콘트라포스토(한쪽 다리에 무게중심을 싣고 다른 쪽 다리는 편하게 두는 자세)처럼 과장되고 불편한 걸음을 반복해 걸으며 사물보다는 자신의 신체 행위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지난 9월 ‘걷기, 헤매기’ 전시를 개최했다. 한국·과테말라·벨기에·세르비아·인도네시아·홍콩 등 6개국 현대미술가 13인 작품 25점이 걸렸다. 걷기의 다양한 양상과 보행자 이야기, 길 위에서 만난 도시의 역사와 오늘날의 풍경, 그 안에 담긴 사회·문화적 쟁점에 대해 다뤘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레지나 호세 갈린도·프란시스 알리스 등 해외 유명 작가가 참여해 높은 관심을 끌었다. 퍼포먼스를 현대미술의 한 장르로 확립하는 데 기여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세르비아)는 '연인, 만리장성 걷기'로 화제를 모았다. 연인 울라이와 90일간 만리장성 양 끝에서부터 걸어 성 한가운데서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은 작품이다.
전국 곳곳에서 거리를 걸으며 문화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다양한 행사도 열렸다. 제주에서는 지난달 '보행자의 날'(11월11일)을 맞아 '서귀포 달빛 하영걷길' 축제를 개최했다. 걷기 참여자들은 이중섭 작품을 예술로 그린 미디어아트 작품을 감상하고 천지연폭포 전망대·서귀포항·서귀진지 등 곳곳을 들러봤다. 같은 달 경남 밀양에서도 경남 밀양문화관광재단이 '밀양걷다' 행사가 열렸다. 참여자들은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활동을 하며 밀양아리랑길을 걷고 해천상상루 미디어아트를 관람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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