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 유묵 113년만 고국行
추정가 크게 넘어 최고가 낙찰
안중근 의사(1879~1910)가 사형 집행을 앞두고 쓴 마지막 글씨가 사상 최고가로 낙찰돼 113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20일 서울옥션에 따르면 전날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린 제176회 미술품 경매에서 안 의사가 옥중에서 쓴 마지막 유묵(고인이 생전에 남긴 글씨) '용호지웅세 기작인묘지태'(龍虎之雄勢 豈作蚓猫之態)가 19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용과 호랑이의 웅장한 형세를 어찌 지렁이와 고양이의 모습에 비견하겠는가"라는 내용(龍虎之雄勢 豈作蚓猫之態)의 글씨는 안 의사가 1910년 3월에 중국 뤼순 감독에서 사형 집행을 앞두고 쓴 묵서(먹으로 쓴 글씨)로 추정된다.
"경술년 삼월 뤼순 감옥에서 대한국인(大韓國人) 안중근이 쓰다"라는 글과 함께 안 의사의 상징인 왼쪽 약지 한마디가 없는 손바닥 도장이 찍혀 있다. 안 의사는 애국을 맹세하며 왼손 약지를 스스로 잘랐다.
묵서는 4억원에서 경매가 시작돼 추정가인 5~10억원을 훌쩍 넘어 안 의사의 유묵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전 최고가는 2018년 7억5000만원(승피백운지우제향의·저 흰 구름 불러 타고 하늘나라에나 가야겠다)이었다.
이 묵서는 그동안 일본인이 소장하고 있었으며, 이날 국내 개인 소장가가 낙찰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경매로 나라 밖을 떠돌던 안 의사의 묵서가 113년 만에 국내로 돌아오게 됐다. 안 의사 유묵은 문화재청 승인 없이는 해외반출이 불가능하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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