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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비 받고 잠적, 식중독 공갈…자영업자 등치는 사기꾼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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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 발생 사기·공갈 年 5000건
피해액 적어 신고 안 하는 점 노려

"일하겠습니다. 가게까지 찾아갈 교통비를 보내줄 수 있나요?"

충북 청주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7월 주방 직원 채용 공고를 낸 뒤 울산에 사는 이모씨(23)에게 이 같은 연락을 받았다. 급여 300만원에 숙소 무료 제공을 조건으로 내걸 정도로 구인이 급했던 A씨는 흔쾌히 승낙하며 "식사도 하고 올라오라"고 교통비 5만원을 이씨에게 송금했다.


하지만 돈을 받은 이씨는 "열심히 하겠습니다"란 문자를 남긴 후 잠적했다. 이씨는 비슷한 방식으로 자영업자 160명에게 1000만원 넘게 가로챈 혐의(사기)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8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부산 중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B씨는 지난해 12월28일 당황스러운 전화를 받았다. B씨 식당에 방문했다가 식중독과 장염에 걸렸다는 이모씨(38)가 "병원비와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보건소에 통보하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결국 B씨는 치료비 명목으로 17만원을 이씨에게 송금했지만, 정작 B씨의 식당에 방문한 적도 없었다.


이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서울과 부산 등 전국의 식당에 전화해 공갈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30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자영업자 13명에게 치료비와 합의금 명목으로 241만5780원을 뜯어냈고, 미수에 그친 경우도 82회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영업자 A씨가 지난해 7월2일 이모씨와 나눈 문자 내역. 송금을 받은 사기범 이씨는 이내 연락이 두절됐다.[사진=피해자 제공]

자영업자 A씨가 지난해 7월2일 이모씨와 나눈 문자 내역. 송금을 받은 사기범 이씨는 이내 연락이 두절됐다.[사진=피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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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업장을 노린 사기범들이 활개를 치며 영세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자영업자 대상 범죄의 경우 피해 금액이 소액인 경우가 많아 피해 회복도 잘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은 별도로 자영업자 대상 범죄통계를 집계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전국 상업범죄 피해 조사'에 따르면 사기 범죄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피해액은 연간 4239억6363만896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국내 첫 자영업자 대상 범죄 피해 조사였다.


당시 전국 8140개 사업체(한국표준산업분류상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를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됐는데 재산범죄 피해자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주점업(30.3%)이었고, 이어 소매업(27.8%), 숙박업(21.7%), 음식점업(21.5%) 등의 순이었다.


자영업자들이 겪는 범죄 규모는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19일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상점'에서 일어난 사기·공갈 범죄는 2020년 5446건, 2021년 4427건, 2022년 5128건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던 2021년을 제외하곤 매년 5000건 넘는 자영업자 대상 범죄가 발생한 셈이다.


피해 금액이 소액이라 자영업자들이 신고를 잘 하지 않는다는 점도 범죄 원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자영업자 160명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이씨를 심리한 울산지법 제2형사단독 황형주 판사는 "소액을 편취할 경우 피해자들이 잘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겨 범행을 이어왔던 것으로 보이고, 또 실제로 피고인에 대한 처벌 의사를 밝힌 피해자는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160명 중) 60명 정도다"고 판시했다.


피해자 A씨도 피해 금액이 적어 신고하지 않았다가 경찰의 연락을 받고서야 피해자가 더 있음을 인지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에게 '처벌을 위해 피해 신고 접수를 부탁한다'는 연락을 일일이 돌렸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업종별 협회 등과 협조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범죄 수법들을 알리고,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피해 금액이 적더라도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신고를 철저히 하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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