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손상 행위 처벌 꾸준히 강화
숭례문 방화범·언양읍성 낙서범 모두 실형
"경복궁 중요성 고려할 때 중형 예상"
지난 주말 서울 종로구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 테러'가 일어난 가운데 범인에 대해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08년 숭례문 방화범에 징역 10년이 선고된 이후 문화재 훼손 형량이 강화됐고, 훼손범에게 징역형이 선고된 전례가 다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복궁의 역사적 중요성을 생각할 때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6일 새벽 경복궁 담장 일대에 스프레이를 이용해 '영화 공짜' 문구와 함께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 문구 등을 낙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음날 밤에는 영추문 좌측 담벼락이 길이 3m·높이 1.8m에 걸쳐 또 다른 낙서가 이뤄졌다. 경찰은 1차 사건의 용의자 2명을 추적 중으로, 2차 사건 용의자는 범행 하루 만에 자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3년 이상 유기징역이 가능하다. 단순 낙서가 아닌 중요한 범죄라 생각해 그만큼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화재 손상 행위 처벌은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된 이래 꾸준히 강화돼 왔다. 최초 제정 당시 문화재보호법은 '국보 또는 보물로 지정 또는 가지정된 문화재를 손상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백만환(10만원, 현재 가치 약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해당 조항은 1970년 벌금형 없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개정됐고, 1999년 대상이 무형문화재를 제외한 모든 국가지정문화재로 확대됐다. 2020년부터는 용의자들이 훼손한 문화재 복구 비용까지 전부 배상하도록 명시됐다.
이전 판례를 살펴봐도 높은 형량이 예상된다. 2008년 숭례문에 불을 지른 채종기(범행 당시 70)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숭례문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 문화재로 해외에까지 널리 알려져 있고 국보 1호로 지정돼 우리 국민은 높은 민족적 자긍심을 간직해왔다"며 "국민들은 상상할 수 없는 사건으로 인한 충격과 수치심으로 고통을 감내하기 어려운 큰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또 2009년 사적으로 지정된 전북 전주시 전동성당 출입문에 스프레이로 낙서한 2명에게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2017년 사적인 울산 울주군 언양읍성에 붉은 스프레이로 낙서한 40대 박모씨에게는 징역 2년이 선고됐다.
당시 재판부는 "국가지정문화재인데 범행 때문에 원상복구가 쉽지 않은 점 등에 비춰볼 때 엄히 처벌해야 한다"며 "특히 국가지정문화재를 훼손한 것은 죄가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연수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벌금형이 없는 범죄이고, 언양읍성 낙서 사건 등 유사한 사례를 기준으로 보면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중요한 문화재를 훼손한 것 등을 고려했을 때 처벌이 중하게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도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실형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경복궁은 주요 문화재 중 하나다. 숭례문 사태 때와 같이 그 중요도를 감안하면 형량이 더 크게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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