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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나눔 위축시키는 '기부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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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나눔 위축시키는 '기부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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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가 최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조협회’(희망브리지)의 비위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인사·복무, 예산·회계·계약, 의연금품·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 등 운영 전반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 채용 서류 심사 시 심사위원에게 특정인을 지정해 높은 점수를 부여하도록 강요했고, 근거 규정 없이 대외협력관을 위촉·운영하며 지속해서 자문수당을 지급했다는 게 행안부 설명이다.


무엇보다 기부자들이 예민하게 여길 ‘회계 부정’이 확인됐다. 의연금과 기부금을 하나의 회계로 관리해 사업 간 분리 및 수입과 지출의 투명한 구분이 불가한 점, 기부받은 주식을 다음 회계연도에 현금화 및 배분위원회 계좌에 납입해 의연금 즉시 납입 의무를 위반하고 기부 가치를 손실시켰다는 부분이 지적됐다. 협회 자문위원이 이사로 있는 업체와 다수의 자문용역 계약을 체결했는데, 해당 업체는 타 저자 논문을 이름만 변경해 용역 결과물로 제출했다. 형사소송에서 패소했음에도 같은 건으로 민사 소송을 제기해 패소하며 소송비를 과다 집행한 사실도 발견됐다.

희망브리지는 국내 대표적 재난구호 단체이자 기부문화 확산의 주역 중 하나다. 1961년 7월 충청도와 호남·영남에 수해가 발생했을 때 국내 최초로 발족한 민간 모금기구 ‘전국수해대책위원회’에서 출발했다. 이후 학생모금, 공무원모금, 극장모금, 우표모금, ‘사랑의 열매’ 달기 운동, ARS 모금 등 다양한 모금 방식과 캠페인을 도입해 재해 피해자들을 지원했다. 올해 여름 집중호우 당시 수많은 기업과 유명인사, 일반 시민이 피해복구에 써달라며 이곳에 성금을 기탁했다.


검찰 수사를 받게 된 희망브리지는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앞으로 있을 조사에 성실하고 숨김없이 응해 진실을 밝히겠다"며 제기된 의혹을 부인했다.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실제 비리 행위가 있었는지, 처벌로 이어질지는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기부단체가 정부의 감사 결과에서 비리를 지적받고 수사선상에 오른 것만으로도 60년 넘게 쌓은 신뢰도에 타격을 입게 됐다. "국민 성금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더 투명한 관리와 운영이 필요하다"는 행안부 지적은 그래서 일리가 있다.


기부단체 또는 기부를 받은 인물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기부는 위축된다. 2017년이 그랬다. 딸의 친구를 살해한 일명 ‘어금니 아빠’ 이영학(무기징역)은 딸의 희소병 치료를 핑계로 10억원 넘는 후원금을 끌어모아 고급 외제차를 모는 등 호화생활을 누렸다. 같은 해 기부금 127억원을 횡령한 ‘새희망씨앗’ 사건이 알려졌다. 그 결과는 연말 ‘기부 한파’로 이어졌다. 6년 전인 그해 12월14일 ‘사랑의 온도탑(기부 목표액 1% 달성 시 1도씩 오름)’은 27.9도로 이전 같은 기간보다 13도 낮았다. 당시 ‘기부포비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잊을 만하면 고개를 드는 기부 관련 비리 의혹은 나눔의 온기를 낮춘다. 소외된 이웃들의 겨울은 그만큼 더 춥다. 검찰은 엄정한 수사로 썩은 부분을 도려내야 한다. 투명성 강화는 두말하면 입 아프다.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 걸리고, 쌓은 명성을 무너뜨리는 데는 5분 걸린다"는 워런 버핏의 말을 명심했으면 한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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