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기차·배터리 시장이 꺾이면서 韓 기업 '휘청'
유럽 전기차·배터리 시장이 꺾이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전기차 산업이 역성장으로 돌아선데다 중저가 제품을 기반으로 한 중국의 점유율 확대 속도가 높아지면서 우리 기업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 자료를 보면, 올해 11월까지 누적 독일의 전기차 판매 대수는 62만7000대다. 전년 대비 5% 감소했다. 특히 11월 판매 대수는 6만3000대에 그쳐 전년 동기대비 39% 급감했다. ACEA는 12월에도 역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올해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6년 이후 첫 역성장이 가시화한 것이다. 독일의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지난해 32.2%, 2021년 83.3% 2020년 206.8% 성장하며 급속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이같은 전기차 시장 위축은 보조금 축소 탓이다. 독일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전기차 구매자들을 위한 정부 보조금을 줄였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도 중지했다.
또한 올해 9월 1일부터는 개인 전기차 구매자들에 한해서만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며 회사, 재단, 법인 및 협회 차량도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했다. 독일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은 지난 8월말 기업 구매자에 대한 보조금이 폐지됐고 이달부터 차 판매가격 4만~6만5000유로(약 5674만~9221만원)의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도 없어졌다.
독일은 지난해 기준 유럽 전체 전기차 시장의 32%를 차지했다. 독일의 부진은 곧 유럽 전체의 전기차 판매 둔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전기차 왕국 노르웨이도 올해 역성장이 확실하다. 올해 11월까지 누적 판매 대수가 10만3000대로 지난해 11만8000대에 대비 12% 감소한 상태다.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인 유럽의 역성장은 배터리 업계에 '리스크'다. 또 다른 3대 시장인 북미와 중국은 자국 산업 확대와 공급망 재편 전략에 따라 블록화했다. 유럽도 블록화가 일부 진행하고 있지만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일본 등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큰 제약없이 뛰어들 수 있다. 이때문에 유럽은 전기차·배터리 시장의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중국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아닌 NCM(니켈·코발트·망간)배터리를 무기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NCM 배터리는 한국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배터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자료를 보면, 올해 1~7월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57% 수준으로 집계됐다. 2021년에는 70%가 넘었다. 중국산의 점유율이 40% 수준까지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2019년 36%에서 최근 2% 안팎까지 추락했다.
중국 기업들이 NCM523(니켈·코발트·망간 비중이 5:2:3)과 NCM622(니켈6·코발트2·망간2) 수준의 '미드니켈 배터리'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대부분 NCM811 등 니켈 비중이 80% 이상인 '하이니켈 배터리'를 강점으로 앞세우고 있다. 하이니켈은 에너지 밀도가 뛰어나지만 가격이 높다는 단점을 가진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중저가 배터리 채택이 늘어나면서 중국의 유럽 시장 점유율도 올라간 것이다.
CATL 등 중국기업들은 공급망 수직계열화로 가격 경쟁력도 끌어올렸다. CATL의 경우 업스트림 분야에서 감축한 비용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등 선순환 구조도 만든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CATL은 올해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점유율 26.6%를 보이며 2위(70.3GWh)를 기록했다. 점유율 26.7%를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70.5GWh)을 바짝 뒤쫓고 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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