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아들 명의로 유모에게 거처 제공
아들이 유모 내쫓으려 소송…“임차료도 내라”
법원 “실소유주 아버지”라며 아들 소송 기각
아들이 어린 시절 아버지의 유모였던 90대 노인을 내쫓으려 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유모의 편에 서서 아들과 맞선 아버지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해당 사건은 대한법률구조구조공단이 선정한 올해의 법률구조 우수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8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유모는 과거에 A씨와 함께 살면서 그를 키우고 집안일을 담당했다. 그러나 나이가 든 뒤 집을 나와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살았고, 폐지를 수집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게다가 치매 증세마저 보이게 됐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A씨는 2014년 7평(23㎡) 크기의 오피스텔을 매입해 유모에게 거처를 제공했다. 다만 오피스텔 명의는 아들로 했다. 고령의 유모가 사망하면 오피스텔을 아들 B씨에게 넘겨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2021년 40대의 아들 B씨는 유모에게 “오피스텔을 비워주고 지금까지 밀린 임차료 약 1300만원도 달라”고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그동안 자신이 전문직으로 일하며 모은 돈과 대출금으로 오피스텔을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씨는 유모의 편을 들어 성년후견인을 자청했고, 1심 재판부는 “오피스텔의 실질적인 소유주는 아버지 A씨”라며 B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오피스텔 매매 당시 아버지가 오피스텔 매수 계약을 하면서 명의만 아들에게 신탁했다”는 공인중개사와 매도인의 증언이 결정적이었다.
이와 별개로 A씨는 아들의 명의로 오피스텔이 등기된 것이 무효라며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청구 소송을 진행해 승소했다. 결국 B씨는 오피스텔 소유권마저 잃고 아버지에게 넘겨주게 된 셈이다. 항소심에서도 서울동부지법은 B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유모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에서 유모를 대리한 공단 소속 김기환 변호사는 “명의신탁 법리에 따르면 승소가 쉽지 않은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길러주신 은혜를 잊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한 아버지의 의지가 승소를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해당 사건을 ‘2023년도 법률구조 우수사례’로 선정했다.
한편 다른 우수사례로는 아파트 단지 내 환풍구 추락사고로 사지마비가 된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 사례, 택시 탑승 중 폭언에 노출된 어린이에 대한 정서적 아동학대 인정 사례 등이 꼽혔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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