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재질…오래 되면 균열 발생
90년대 말부터 전국 곳곳에 설치
부산에서 길을 걷던 20대 청년이 발밑에 맨홀 뚜껑이 갑자기 부서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8일 부산 동구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11시10분께 부산 동구 좌천동 한 인도에서 20대 행인 A씨가 밟은 맨홀 뚜껑이 부서졌다. 사고 당시 A씨는 팔을 인도에 걸쳐 바닥으로 떨어지진 않았으나 어깨를 다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맨홀 뚜껑을) 밟는 느낌이 났는데 그대로 발이 빨려 들어갔다"며 "빠져나오지도 못할 것 같아서 엄청 무서웠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고가 난 맨홀의 깊이는 2m가 넘으며 아래는 뻥 뚫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바닷가 근처라 아래로 바닷물이 흐르지만 추락방지막과 같은 안전시설도 갖춰지지 않았다.
A씨가 밟은 맨홀 뚜껑은 도시 미관상 주변과 어울리게 만들어진 이른바 '조화 맨홀'이다. 콘크리트 재질인 조화 맨홀은 철제 맨홀 가격의 5분의 1 정도로 저렴하며, 물건을 빠뜨릴 위험이 있는 구멍도 작다는 장점 때문에 1990년대 말부터 전국 곳곳에 설치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조화 맨홀이 설치된 지 20~30년이 지나 맨홀 뚜껑에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콘크리트는 시간이 흐를수록 경화가 진행돼 장기적으로는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자재다. 더구나 맨홀 두께도 2.5~5㎝에 불과하다. 사고가 난 맨홀 주변에도 이미 균열이 생긴 다른 맨홀들이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 동구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사고가 난 뚜껑은 2006년 설치됐으며 두께는 2.5㎝"이라며 "당시 설치된 조화 맨홀의 두께는 2.5~5㎝가량"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최근 출시되는 맨홀은 하부에 철판이 설치돼 있어 튼튼하지만, 과거에 설치한 것은 콘크리트 자재가 전부"라며 "일반인이 겉으로 보기에는 하부에 철판이 설치돼 있는지를 구별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부산 동구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관내 같은 종류의 맨홀 뚜껑을 확인해 교체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맨홀 추락방지 시설 설치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맨홀 추락방지시설은 맨홀 뚜껑 바로 아래 그물이나 철 구조물을 설치해 뚜껑이 열리더라도 사람이 하수도에 추락하는 것을 막는 시설이다.
지난해 여름 서울 강남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하수도 맨홀 뚜껑이 열리는 바람에 2명이 빨려 들어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서초구는 강남역 일대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저지대 108곳을 우선 선정해 맨홀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했다. 지난달 경남 김해시도 여름철 집중호우에 대비하고 하수도 맨홀 열림으로 인한 각종 안전사고를 예방하고자 보행자와 차량 통행이 잦은 침수취약지역과 어린이보호구역, 건널목, 하수 역류지역 등 191곳에 맨홀 추락방지 시설을 시범 설치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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