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강세론자' 레이 달리오가 이끄는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트, 칼라일 등 미국 월스트리트 큰 손들이 최근 중국 관련 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례 없는 부동산 침체를 필두로 한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의 불확실성이 엎치고 덮친 탓으로 분석된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투자정보업체 프레퀸을 인용해 월스트리트 사모펀드가 지난 10년간 중국 투자를 위해 모집한 자금은 매년 평균 1000억달러에 달했으나, 올 들어 11월 말까지 조성된 자금은 43억5000만달러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브리지워터를 비롯한 대형 헤지펀드들은 최근 중국 관련 보유 주식도 대폭 축소했다. 브리지워터는 3분기에만 전기차 스타트업 엑스펭, PDD홀딩스 등 약 36개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지분을 청산 또는 축소했다. 9월 말을 기준으로 이 회사가 보유한 중국 기업의 지분가치는 전년 동기 대비 60% 감소했다. 대형 사모펀드 칼라일은 중국과 관련한 신규 펀드 모집을 중단했다. 뱅가드, 반Eck와 같은 뮤추얼펀드 역시 중국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중단한 상황이다.
그간 중국 시장에 적극적이었던 월스트리트의 투자 감소는 이미 글로벌 기업들의 이탈, 경기 둔화 우려에 직면한 중국 경제에 또 다른 타격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한 중국 주식, 채권 관련 자금은 올해 10월까지 310억달러 순감했다. 이는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최대 순유출이다.
이러한 배경으로는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 시진핑 체제의 불확실성 등이 꼽힌다. WSJ는 "전례가 없는 부동산 침체는 중국 개발업체들이 발행한 수천억 달러의 부채를 보유한 투자자들을 겁주고 있다"면서 "시 주석이 국가안보를 강조하면서 데이터 접근이 제한되고 외국 기업들에 대한 압수수색, 조사도 이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벤처 캐피털회사 럭스 캐피탈의 조시 울프 매니징 파트너는 "5년 전 중국에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는 중국 정부가 사회 감시를 위해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국가 통제 강화의 징후로 보였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월스트리트 자본의 중국 이탈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대다수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내 사업 리스크를 경계해온 반면, 월가에서는 중국 투자가 가져다줄 이익 잠재력에 훨씬 주목하며 베팅해왔다. 중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중국 기관 자금을 관리하고, 중국 기업을 뉴욕증시에 상장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WSJ는 미국 하원 내 대표적인 대중 강경론자인 마이크 갤러거 미·중 전략경쟁 특별위원장이 지난 9월 월스트리트 인사들에게 대중 투자를 중단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뉴욕을 찾았을 때 다른 분위기가 확인됐다는 점도 함께 보도했다. 그는 이미 월스트리트가 중국으로부터 투자를 회수하고 있고, 적극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모든 이들이 중국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워싱턴에 본사를 둔 컨설팅기업인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그룹의 에이미 셀리코 파트너는 "월스트리트는 중국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데 매우 느렸다"며 "앞으로도 느릴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를 줄이기 시작한 월스트리트 업체들 역시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기간 시진핑 주석의 기업인 만찬에는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 달리오 창업자 등 내로라하는 월스트리트 인사들이 총출동했고, 시 주석의 연설이 끝나자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WSJ는 이러한 대중 투트랙 접근 방식은 지난 9월 갤러거 특별위원장을 만난 대다수 월스트리트 임원진들이 회동 사실을 비공개로 해 달라고 요구한 이유기도 하다고 보도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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