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일한 황제주 에코프로 추락 후 '전무'
펀더멘털 악화로 내년 황제주 등장 기대 낮춰야
증권가 유일한 후보로 삼성바이오로직스 꼽아
국내 증시에서 100만원이 넘는 이른바 '황제주'가 자취를 감췄다. 최근 2년간 증시 부진과 변동성 확대 등으로 하나둘씩 사라지더니 이제 한 종목도 남지 않았다. 주가 50만원 이상의 종목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주가가 비싸다고 꼭 좋은 주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황제주라는 상징성이 있어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 더구나 펀더멘털을 기본으로 주가가 책정되는 만큼 주가가 높은 우량주의 감소는 기업의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사라진 황제주…에코프로 추락
7일 장 마감 기준 국내 증시에서 한 주당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는 없다. 지난 7월26일 153만9000원까지 오르며 황제주에 등극한 에코프로는 60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고점 대비 반토막 이상이 났다. 최근 2년 새 LG생활건강, 엔씨소프트, LG화학,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황제주 지위를 하나둘씩 반납했다.
이들이 황제주에서 내려온 이유는 대외환경 악화에 따른 증시 부진, 펀더멘털 훼손, 투자심리 악화 등에 기인한다. 고금리·고물가 흐름과 함께 2021년 중순 이후 국내 증시가 하방 압력을 받으면서 황제주들도 일제히 무너졌다. 특히 펀더멘털이 악화한 곳은 하락폭이 컸다.
올해 국내 증시에서 유일하게 황제주에 등극했던 에코프로의 신세는 처량하다. 전망치를 밑도는 실적 탓에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면서 증권가에선 매도 의견이 잇따른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의 적정 가치를 10조9000억원으로 추산하면서 목표주가를 42만원으로 내려 잡았다. 김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사실상 밸류에이션 공백 상태"라면서 "본질 가치를 초과한 버블의 영역에서 변동성 전투 참전은 결국 벌금으로 돌아올 뿐"이라고 경고했다.
과거 황제주 중에 현재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한 종목은 LG생활건강이다. LG생활건강은 최근 2년 내 최고가가 178만4000원에 이르렀지만 7일 31만7500원에 마감했다. 고점 대비 하락률이 82.2%에 이른다. 주가 하락의 원인은 실적 쇼크다. 올 3분기에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한 1조7462억원, 영업이익은 32.4% 감소한 1285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영업이익은 5000억원에도 못 미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LG생활건강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6%가량 감소한 4323억원이었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4분기 면세 및 중국 실적에 대한 보수적인 추정, 주요 브랜드 마케팅 투자 및 해외 구조조정 관련 비용의 확대 등을 감안했을 때 LG생활건강은 연중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을 것"이라고 짚었다.
엔씨소프트도 2년 내 고점 대비 하락률이 75%에 이른다. 엔씨소프트는 7년 만에 시가총액 5조원이 무너지기도 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없다면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신작 게임이 부재한 상황에서 경쟁이 심해지며 기존 게임 유저들이 이탈하고 있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LG화학과 삼성바이오로직스도 2년 내 고점과 7일 종가를 비교하면 하락률이 각각 55.3%, 31.4%에 이른다. LG화학은 지난해 물적분할한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서 꺾인 투심이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배터리 사업 분리가 결국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져서다. 실적 부진도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LG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은 8604억원을 기록했다. 사업 부문별로는 양극재 등 첨단소재 부문에서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31% 하락한 129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가는 사업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키움증권은 83만원에서 67만원으로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다. 삼성증권(75만→70만원), 하이투자증권(93만→66만원), 미래에셋증권(80만→62만원) 등도 낮췄다. 이재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황제주의 부진은 결국 펀더멘털 악화 때문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모멘텀이 있어야 투자심리가 살아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50만원 종목도 품귀…삼바 황제주 기대
50만원 이상의 종목도 많지 않다. 7일 종가 기준 한 주당 주가가 50만원을 넘는 주식은 삼성바이오로직스(70만9000원), 에코프로(63만2000원), 태광산업(61만4000원), 영풍(53만8000원), 고려아연(52만2000원) 등 총 5개다. 2년 전에는 LG생활건강이 당시 유일한 황제주였고, 그 뒤를 이어 태광산업·삼성바이오로직스·LG화학·삼성SDI·엔씨소프트·영풍·효성첨단소재·크래프톤·효성티앤씨 총 10개 종목이 있었다. 그러나 1년 후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영풍·태광산업·LG화학·삼성SDI·LG생활건강·고려아연·LG에너지솔루션만 이름을 올리면서 8개로 줄었다. 올해는 증시 부진이 더 심해진 영향을 받아 삼성바이오로직스·태광산업·영풍·태광산업만 남고 에코프로가 새롭게 등장했다.
기업 주가가 기본적으로 실적과 성장 비전을 토대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현재의 우량주 감소 흐름은 그만큼 국내 기업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황제주에서 내려온 종목(액면분할 제외)을 보면 실적 악화가 공통된 특징으로 꼽힌다.
내년에도 황제주 등장 기대는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전망대로라면 내년 상반기까지 상장사의 실적 하향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4년 상장사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최근 3개월간 5.3%가량 하향 조정됐다. 7월 말 이후 하향 조정이 멈추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는 "경기 상황이나 하향 조정폭을 감안하면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 이익 모멘텀 개선 가능성은 작으며, 실적 하향 조정 장기화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짚었다.
황제주의 등장이 요원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나, 증권가의 기대를 받는 종목은 있다. 주인공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목표주가를 100만원 이상으로 제시한 곳은 10개 증권사에 달한다. 공매도 금지와 기술 혁신 등으로 제약·바이오 업종의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 덕분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340억원으로 창립 이래 첫 분기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목표주가를 110만원으로 제시하면서 “위탁개발생산(CDMO) 부문에서 고환율이 유지됐고 4공장 상업화 물량 생산이 시작되면서 3분기 호실적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며 "4공장 가동에 따라 2025년까지도 실적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내년 바이오 업종 전망도 밝다. 신한투자증권은 내년 연간으로 주목할 테마로 바이오·헬스케어를 꼽았다. 핵심 변수는 펀더멘털 변곡점인데, 현재 주당순이익(EPS)이 바닥에서부터 개선 중이라고 짚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 내 2%대였던 거래대금 비중은 소외주로서 지위와 빈 수급을 나타낸다"며 "펀더멘털 변곡점 도래 시기와 맞물려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변수인데, 내년 이익 개선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바이오가 주도 테마 등극 요건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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