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최대 유통기업 이온 韓냉동식품 인기
요크마트, 韓김치·라면 등 매운맛 확대
'4세대 한류' 열풍, K-푸드까지 이어져
역대급 엔저에 국내 수출기업은 '시름'
농식품부, 차별성 높은 품목 발굴 노력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의 이온(AEON)스타일 신우라야스점. 일본 최대 유통·소매 기업인 이온은 지난해 하반기 이곳에 각 지역의 냉동식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매장을 열었다. 눈에 띄는 건 순두부찌개, 김치찌개라면, 치즈떡볶이 등 한글로 적힌 K-푸드 4개의 냉장 매대가 매장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대 위에는 일본어로 'K-Food 식탁에 앉히다'라는 노란색 광고 문구와 함께 최근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식품 중 하나인 떡볶이 사진이 걸려있었다. 이온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일본 내 한국 냉동식품 매출이 급증하자 품목을 강화했다. 한국을 방문하지 못하는 일본인들이 'K-푸드'로 관심을 돌리며 시장이 부쩍 커진 탓이다.
K-푸드의 인기는 이온몰이 운영하는 바로 옆 카페란테(Caferrant) 매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커피와 세계과장 등 수입 가공품을 주로 판매하는 이곳에는 전체 매대 중 절반 가까이 한국 제품으로 채웠다. 한국 제품의 선호도가 워낙 높다 보니 매장 내 '아시아 푸드' 코너에서 'K-푸드'를 따로 분류했다. 한국에서 수입해온 각종 음료와 과자 등 제품들이 즐비해 국내 식품매장을 방불케 했다.
도쿄 신주쿠역 인근 식자재 전문 매장 '요크마트'. 이곳은 일본 최대 편의점을 운영하는 세븐앤아이홀딩스 산하의 대형마트다. 주목할 점은 최근 일본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의 '매운맛'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매장 내 관련 K-푸드가 곳곳에 배치됐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매운맛으로 유명한 삼양의 '불닭볶음면'을 비롯해 농심의 신라면 등이 주요 제품으로 자리매김했고, 동원에서 2018년 일본 판매를 시작한 '떡볶이의 신' 역시 인기 즉석조리 제품으로 부상했다. 김치 코너에서는 국내산 제품이 오리지널을 강조하며 매대 중심을 차지했다. 하기석 동원재팬 대표는 "최근 일본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국의 매운맛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면서 상당히 친숙한 음식이 됐다"며 "일본에서 판매하는 동원 제품 중 김에 이어 떡볶이 제품이 2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의 대(對)일본 농식품 수출액은 코로나19를 전후해 전반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농수산식품의 일본 수출액은 2020년 20억달러에서 지난해 21억6000만달러로 8.0% 상승했다. 연초류, 김, 참치, 인삼, 과자류, 파프리카 등이 대표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최근에는 치킨, 떡볶이 등 K-푸드가 빠르게 자리매김 중이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일본에 불어닥친 '4세대 한류' 열풍과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다. 2000년 초반 '겨울연가', '대장금' 등으로 시작한 한류 1세대 열풍이 2010년 '소녀시대', 2020년 방탄소년단(BTS) 등으로 이어지면서 스타들이 선호하는 K-푸드로까지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상영 aT도쿄지사 본부장은 "1세대 한류 열풍을 시작으로 2010년 잠시 한일관계가 냉각했을 당시에는 현지 유통업체가 한국 제품을 받지 않아 한글 표기를 자제하는 등의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면서도 "최근에는 4차 한류 열풍으로 한국 제품을 더욱 드러내놓고 홍보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한류 열풍은 다음날 오전 도쿄의 신오쿠보 거리에 위치한 한인 타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K팝 열풍으로 시작한 한류가 K-푸드로 이어지면서 일본 청년에 인기 있는 주요 번화가로 떠오른 지역이다. 인근에는 K팝 연예인의 사진과 브로마이드를 판매하는 매장과 호식이두마리치킨, 홍콩반점 등 한국의 주요 요식업체 매장이 들어섰다. 한국 여행객에게 유명한 잡화점 '메가돈키' 야외 매장 앞에는 대표 한국식품이 매대를 점령했다. 후쿠다 이치카(22)는 "트와이스가 떡볶이를 먹는 모습에 호기심에 먹어본 매운맛에 빠져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한인 타운을 방문한다"며 "삼겹살, 치킨을 주로 좋아하는 데 최근에는 매운 곱창에 빠졌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의 K-푸드 열풍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엔저 현상으로 국내 수출기업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윤 본부장은 "엔저 현상으로 국내 식품 수출 기업이 최근 영업이익의 역마진 상태 속에서도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손해를 보며 제품 판매에 나서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가격 변동에 따른 공급 불안과 한국산을 대체하는 유사 상품의 확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에 정부는 내년 한국 고유의 차별성이 있는 신규 수출 품목을 발굴하고, 'K-Food' 공동로고 표기 등 한국 제품의 마케팅 강화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제작지원: 2023년 FTA 분야 교육·홍보사업>
도쿄=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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