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5일(현지시간) 투자자들의 신중한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보합권에서 혼조 마감했다. 노동시장 둔화를 시사하는 고용지표로 국채금리가 하락하고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힘을 실으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만 상승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은 2%대 오름세를 보이며 시총 3조달러를 재돌파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79.88포인트(0.22%) 떨어진 3만6124.56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2.60포인트(0.06%) 내린 4567.18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4.42포인트(0.31%) 상승한 1만4229.91로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에서 기술, 통신, 임의소비재 관련주를 제외한 나머지 8개 업종이 일제히 하락했다. 애플은 전장 대비 2%이상 올라 시총 3조달러대를 다시 넘어섰다. 인공지능(AI) 대표주인 엔비디아 역시 2%이상 올랐다. 테슬라, 아마존, 구글 알파벳도 일제히 1%대 상승세롤 보였다. 오픈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인 깃랩은 월가 예상을 웃도는 실적과 강력한 가이던스에 힘입어 11%이상 뛰었다. CVS 헬스 역시 예상을 상회하는 연간 수익 가이던스를 공개한 후 4%가까이 올랐다. 중국 전기차업체 니오는 3분기 차량 판매를 공개한 후 1%이상 상승했다. 반면 무디스가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텐센트, 핀듀오듀오, JD닷컴, 알리바바 등 뉴욕증시에 상장된 대표 중국 관련주들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이밖에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인수합병(MA&) 조사 소식에 엑손모빌과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스도 각각 2%가까이 밀렸다.
투자자들은 다음주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이번주 공개되는 고용지표, 국채 금리 움직임 등을 주시하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주 연속 이어진 뉴욕증시 랠리는 이번주 들어 고점 부담 등에 따른 숨 고르기 장세로 전환된 상태다. 경제매체 CNBC는 "이날 주가 움직임은 전날 하락장에 이어 시장이 너무 빨리 급등했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AXS 인베스트먼트의 그렉 바숙 CEO는 이날 시장 분위기를 "Fed와 금리 궤적 측면에서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불확실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공개된 미국의 10월 채용공고는 2년 반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노동시장 냉각 조짐을 재확인시켰다. 미 노동부의 10월 구인·이직(JOLTs)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채용공고 건수는 873만건으로 전년 대비 약 61만건 감소했다. 이는 다우존스의 추정치 940만건을 훨씬 하회하는 수치이자 2021년 초 이후 최저치다. 구직자 1인당 일자리도 약 1.3개까지 줄어들었다. 이밖에 같은날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11월 비제조업(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7로 전월치(51.8)와 월가 전망치(52.4)를 모두 상회했다. S&P글로벌 11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8로 예비치 수준에 부합했다.
코메리카은행의 빌 아담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뜨거웠던 노동시장이 확실히 냉각되고 있다"면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고용과 사직 급증으로 임금 인상이 급격히 가속화됐던 광란이 끝났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스튜어트 폴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이 완화하고 경제활동이 둔화하고 디스인플레이션이 단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Fed가 내년 1분기 말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날에는 ADP 고용보고서, 오는 8일에는 노동부의 11월 비농업 고용보고서가 공개될 예정이다.
노동시장 둔화 시그널이 재확인되면서 이날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17%선으로 밀렸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58%선으로 떨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2%이상 오른 103.9선에서 움직였다.
현재 시장에서는 다음주 열리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금리 동결이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이달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99.9% 반영하고 있다. 내년 1월까지 동결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도 85%를 웃돈다. 이후 내년 3월 또는 내년 5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은 각각 64%, 90%를 웃돈다. 다만 현지 언론들은 제롬 파월 Fed 의장으로선 자칫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치솟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에 선을 그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골드만삭스가 금융시장에 반영된 내년 인하 전망이 과도하게 책정됐다며 옵션 거래를 추천한 데 이어, 블랙록 역시 인하 폭에 대한 시장의 낙관론이 지나치다고 경고했다. 웨이 리 블랙록 전략가는 "이러한 희망이 실망으로 이어질 리스크가 있다고 본다"면서 "더 높은 금리, 더 큰 변동성이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UBS의 마크 하펠레는 "시장은 통화정책에 대한 좋은 소식이 너무 많다면서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12월 증시 상승폭에 대한 기대를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11월 강력한 랠리 이후 뉴욕증시의 잠재적 상승폭은 좀 더 완만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는 경기 불확실성 등의 여파로 하락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0.72달러(0.99%) 하락한 72.32달러에 장을 마쳤다. 4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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