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쟁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엑손모빌이 추진 중인 600억달러(약 78조9000억원) 규모의 인수합병(M&A)과 관련해 조사에 나섰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FTC는 엑손모빌과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스 측에 M&A에 대한 추가 정보를 요청했다. 파이어니어는 전날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서류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번 거래와 관련해 두 회사 모두 당국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2024년 상반기에 합병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FTC는 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반독점법 위반에 해당하는 기업 간 M&A에 대해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기구다. 통상 M&A 조사에는 약 10개월이 걸린다고 WSJ는 로펌 데체르트를 인용해 전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의 입장과 달리, 당초 내년 상반기로 제시됐던 인수 마무리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엑손모빌은 지난 10월 미국 셰일오일 시추업체 파이어니어 인수를 발표했다. 파이어니어는 미 주요 원유 생산지인 텍사스 퍼미언 분지에서 시추량 3위를 기록 중인 업체다. 엑손모빌은 이번 인수를 통해 퍼미언 분지에서 생산량을 현 두배 수준인 일 130만배럴까지 확대하는 등 미 최대 원유생산자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가 그간 유가 폭등 속에 막대한 이익을 얻어온 '석유공룡' 대기업들에 강경 자세를 취해온 점을 고려할 때 경쟁당국의 승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잇따랐다. 올해 최대 규모인 이번 M&A가 성사될 경우 석유산업 내 판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지난 11월 척 슈머 미국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상원의원 22명은 엑손모빌과 셰브런이 대규모 M&A에 성공할 경우 시장지배력이 과도해지면서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기름값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FTC에 발송하기도 했다.
WSJ는 이번 M&A에 대해 "독점 금지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랐다"면서도 "일부 분석가들은 엑손모빌과 파이오니어가 전 세계 석유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기에 이번 거래가 휘발윳값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반독점법 위반 소송에 직면한 기업들이 M&A 계획을 결국 취소하기도 한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앞서 2016년에는 핼리버튼과 베이커휴스의 합병이 법무부 및 해외 경쟁당국의 불승인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후 뉴욕증시에서 엑손모빌과 파이어니어의 주가는 전장 대비 각각 1.4%가량 떨어진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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