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정개특위서 국힘, "野 입장 무엇인가"
李 병립형 시사 이어 홍익표 "모든 약속 지켜야 하나"
이낙연, 김부겸, 손학규 등 '병립형' 회귀 반대..갈등 격화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12일)을 일주일 남겨놓은 5일까지 선거제 개편 방향을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일찍부터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한데 이어 최근 민주당도 '위성정당 금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해야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병립형'으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인 위성정당 금지는 지도부를 중심으로 현실론을 잇따라 꺼내고 있어 선거제 개편을 둘러싼 신구 세력 갈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선거제 개편을 놓고 평행선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민주당은 위성정당 방지법 우선 처리를 강조했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올 11월 중순에 민주당이 위성정당 금지법을 정개특위 법안 2소위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안건 채택을 요청했지만, 국민의힘이 동의하지 않고 거부했다"며 "결국 2소위 소속 민주당 의원 전원 서명 날인을 통해 위성정당 방지법을 안건에 추가해달라는 동의서를 제출했다. 정개특위 2소위가 아직도 열리지 않고 있으니, 국회법 절차에 따라 위성정당 방지법이 정상적으로 심의되고 처리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전체회의로의 직회부를 주장했다.
그러나 비례대표 배분 방식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국민의힘 측은 "도대체 민주당 입장이 뭔가. 병립형인가 준연동형인가"라고 지적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선거는 승부다,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겠나'라고 한 이재명 대표의 말씀은 민주당이 병립형으로 하겠다는 말인가"라며 "민주당의 내부 사항까지 시시콜콜하게 따지고 싶진 않지만, 다음 주 12일이면 본인 선거구인지도 잘 모르는 예비 후보자들이 공약을 얘기하며 선거운동을 하게 된다. 하루속히 비례대표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입장을) 먼저 정해달라고 하시는데, 문제의 발단은 국민의힘이 예전 선거법으로 회귀하자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민주당 당론이었던 (지역구와 비례의원 수) 240 대 60 (으로 하는) 연동형 비례, 병립형 부분도 섞어서 함께 논의해볼 수 있다는 가이드 라인에서 협상이 진척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올초)공론조사에서 국민들은 '비례성을 높여달라'는 요구가 높아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도 상당히 열려있는 모습을 알 수 있었는데, (오히려 국회는)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비례성과 대표성을 충족 못 시키다 보니 결론을 못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성정당 방지법을 포함해서 연동형 비례제에 대한 개선 요구가 있는데도 실질적인 논의가 정개특위에서 진행되고 있지 못해 여러 의견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빨리 양당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민주당 지도부를 포함해 국민의힘 지도부에 다시 한번 거듭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대선 공약 때부터 위성정당 금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내세웠지만 최근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인가"라며 '병립형'으로 회귀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당내 잡음이 커지고 있다.
이날 홍익표 원내대표도 CBS라디오에 나와 최근 이낙연 전 대표가 이 대표를 향해 대선 당시 공약한 총선용 위성정당 방지와 연동형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지킬 것을 촉구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모든 약속을 다 지켜야 하느냐"고 말했다.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나 위성정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홍 원내대표는 병립형 비례대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연합비례정당 추진 등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놨다. 그는 "병립형을 주장하는 분도 있고, 또 연동형 중에선 위성정당을 하지 말자는 분이 있고 반반이다"라며 "연동형 중 절반은 '위성정당은 아니지만, 연합비례정당은 가능하지 않겠냐'길래 그 역시도 반대 측이나 언론에서 보기엔 변형된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낙연 전 대표는 물론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손학규 전 대표 등 민주당 중진들이 나서서 병립형으로의 회귀에 반대하고 있어 선거제 개편 논란으로 시작된 갈등이 신구 세력 충돌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들 모두 친명 중심의 당 운영과 병립형 회귀·대의원제 축소 방침 등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어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연합 전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 강성 지지층은 이 전 대표를 향해 '당 통합에 저해된다'는 이유로 출당을 요청하고 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MBC라디오에서 이와 관련해 ""당에서 몰아내면 받아야지 어떻게 하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총선 때 당에서 역할을 요청하면 수락할 것인가'라고 묻자 "내 역할이나 직책에는 관심 없고, 국가를 위해 이 시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가 1번 관심사"라고 했다. 또 '국가를 위한 역할도 당을 통해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요즘은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며 재차 창당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와의 정치적 연대설이 나오는 것에는 "현 상황에 매우 깊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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