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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앱' 모르던 그 할머니…멀어지는 택시 울며 바라만 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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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식당 이어 병원도 앱으로 일원화 추세
앱 통한 예약만 받을 경우 의료법 위반 소지
"비이용자는 대기시간 길어져" 불만도 나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진료를 예약받는 동네 병·의원이 늘면서 노인 등 디지털 소외층의 불편함이 커지고 있다. 특히 유료 병원 예약 앱 없이는 진료받기 어렵다는 환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무엇보다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이나 노인 등의 '치료받을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할머니가 택시를 잡지 못해 대로에서 우는 것을 본 택시기사가 택시앱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사진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한 할머니가 택시를 잡지 못해 대로에서 우는 것을 본 택시기사가 택시앱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사진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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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X(옛 트위터)에는 일요일 소아청소년과 대기 명단 사진을 공유하며 "1시 52분에 도착한 아이는 앱을 이용하지 않아 아직 대기 중인데 3시 5분에 도착한 아이는 앱으로 먼저 들어갔다. 아픈 애들 데리고 뭐 하는 거냐"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누리꾼의 의견은 엇갈렸다.

한 누리꾼은 "해당 앱으로 인해 병원 대기 시간이 줄었다"며 환호했지만, 일부 누리꾼은 "앱을 이용하기 힘든 노인들은 아침 일찍 병원에 대기해도 예약자로 인해 하염없이 기다리는 상황도 있다"며 반감을 표하기도 했다.


특정 방식으로만 예약 환자 받는 병원 늘어
처음 '똑닥' 앱이 나왔을 때는 환절기마다 반복되는 소아청소년과 환자 대기 줄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현장에서 큰 호응을 받았다. 입소문을 타고 누적 가입자만 1000만명, 이를 활용하는 연계 병원만 1만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출처=YTN]

처음 '똑닥' 앱이 나왔을 때는 환절기마다 반복되는 소아청소년과 환자 대기 줄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현장에서 큰 호응을 받았다. 입소문을 타고 누적 가입자만 1000만명, 이를 활용하는 연계 병원만 1만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출처=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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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가 일어나는 이유는 '똑닥'이란 앱 때문이다. 해당 앱은 민간기업 비브로스가 운영하는 비대면 진료와 병원 접수, 예약 서비스를 제공한다.


처음 '똑닥' 앱이 나왔을 때는 환절기마다 반복되는 소아청소년과 환자 대기 줄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현장에서 큰 호응을 받았다. 입소문을 타고 누적 가입자만 1000만명, 이를 활용하는 연계 병원만 1만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유선 전화와 똑닥으로 함께 예약을 받아왔던 병원들도 아예 똑닥 예약으로 일원화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이 가운데, 비브로스는 지난 9월부터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유료화로 전환해 매달 1000원, 연간 1만원을 납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예약이 순식간에 끝나는 소아청소년과를 다니는 이들이라면 선택의 여지 없이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이용자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똑닥'으로만 예약 환자를 받는 병원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아픈 사람은 누구나 찾을 수 있어야 할 병원이 특정 유료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진료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진료가 가능함에도 특정 예약 방법만 유도한다면 진료 거부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료 거부는 자격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이나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일부 병원에서 유료 앱을 이용하지 않으면 진료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치료받을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진한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지금은 월 1000원이지만, 향후 독점 구도가 형성되면 가격을 올려 의료 이용 기회에 격차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앱 사용이 익숙지 않은 노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자신보다 늦게 온 '예약자들'을 바라만 보는 경우도 생긴다.


논란이 확산하자 똑닥 측은 "놀이공원 '패스트트랙'처럼 우선권을 주는 것이 아니고, '줄 서기'를 대신해주는 서비스일 뿐"이라며, "병원에 현장 접수와 모바일 접수를 병행하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55세 이상 키오스크 이용률 45%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설치된 키오스크는 2019년 18만 9951대에서 2022년 45만 4741대로 3년 새 두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고령층의 키오스크 이용률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사진출처=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설치된 키오스크는 2019년 18만 9951대에서 2022년 45만 4741대로 3년 새 두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고령층의 키오스크 이용률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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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닥과 같은 앱을 포함해 택시 예약 앱, 매장 내 키오스크 등이 보편화하면서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고령층은 대중교통 앱이나 키오스크를 사용할 때 일상의 불편함을 여전히 호소하고 있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사람 많은 곳에선 일부러 택시 앱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택시 기사의 사연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택시 기사가 택시 앱을 사용하지 않게 된 사연은 한 할머니가 택시를 잡지 못해 대로에서 우는 것을 발견하고부터다. 이로 인해 택시 기사는 병원이나 마트, 터미널 등 사람 많은 곳에서는 모바일로 택시 예약을 못 하는 노인들을 위해 택시 앱을 사용하지 않는다.


택시 앱뿐 아니라 최근 식당과 카페를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키오스크도 고령층을 비롯한 디지털 취약 계층에게는 높은 장벽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설치된 키오스크는 2019년 18만 9951대에서 2022년 45만 4741대로 3년 새 두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고령층의 키오스크 이용률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서울디지털재단의 '2021년 서울시민 디지털 역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55세 이상 고령층의 키오스크 이용률은 45.8%에 불과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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