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먹는 아메바' 감염돼 2주 만에 숨져
치사율 97%…따뜻한 담수에서 수영 피해야
호텔 수영장에서 물놀이한 뒤 귀통증을 호소했던 10살 소녀가 '뇌 먹는 아메바'에 감염돼 결국 숨졌다.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콜롬비아에 사는 스테파니아 빌라미즈라 곤살레스(10)는 지난 여름휴가 중 호텔 수영장에서 물놀이한 뒤 귀통증과 발열, 구토 등의 증상을 보였다.
소녀는 집에 돌아온 후 상태가 다소 호전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2주 후 경련 등 증세를 나타내더니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곤살레스의 사망 원인은 '뇌 먹는 아메바'로 알려진 네글레리아 파울러리(Naegleria fowleri) 감염 때문이었다.
곤살레스의 가까운 친척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아이들과 가족이 이런 상황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야기를 공유한다"며 "(스테파니아의 죽음으로) 우리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곤살레스가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호텔의 책임자는 안전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호텔 측의 형사 책임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 먹는 아메바'로 불리는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강이나 호수 같은 따뜻한 담수에서 수영이나 다이빙을 할 때 주로 감염된다. 코를 통해 들어간 후 뇌로 들어가 조직을 파괴하는데 감염 자체는 드물지만 진행 속도가 빠르고 별다른 치료제가 없다. 감염될 경우 치사율은 무려 97%에 이른다. 감염 초기에는 두통, 구토, 메스꺼움, 발열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면 환각, 발작, 균형 감각 상실, 인지 능력 저하 등이 생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 1962년부터 2020년까지 보고된 감염 사례 151건 가운데 생존자는 4명에 불과하다. 전 세계적으로는 2018년까지 381건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CDC는 따뜻한 날씨에 민물에서 수영한 뒤 구토나 발열 등 세균성 수막염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치료받을 것을 권고한다. 또 전문가들은 담수에서 수영할 경우 가급적 잠수나 다이빙을 피하고, 어린이는 코로 물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수영용 코마개를 착용하라고 당부한다.
최근 있었던 감염 사례로는 지난 8월 대만 타이베이에 사는 30대 여성이 자국 내 물놀이 시설을 두 차례 방문한 뒤 뇌 먹는 아메바에 감염돼 숨진 일이 있었다. 당시 이 여성은 두통과 발열, 오한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해 일주일 만에 사망했다. 또 지난 7월에는 미국 네바다주에서 두 살 아기가 이 아메바가 감염돼 숨을 거뒀다.
국내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뇌 먹는 아메바에 감염된 사례는 아직 없다. 다만 지난해 12월 태국에서 4개월간 체류하다가 귀국한 50대 남성이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감염으로 사망한 사례가 있었다. 이 남성은 현지에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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