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 내년 코스피 전망
금리 인하의 영향 판단 상이…상고하저·상저하고·N자형 등 전망 엇갈려
코스피 저점 1900~2300포인트.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대체로 올해보다는 내년 시장이 더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지수 하단(저점)을 놓고는 엇갈렸다. 하단과 상단(고점)의 변동폭이 컸고 보수적으로 바라보면서 2000선 붕괴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유망 업종으로는 공통으로 반도체를 꼽았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4년 코스피 밴드는 1900~2500을 제시하는데, 600의 변동폭은 지수 예측에 의미를 둘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상·하단 밴드의 의미를 둔다면 2000선 붕괴의 위협이 주식시장이 잠재돼 있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2024년 국고채3년물 금리가 평균 3.43%를 기록할 것이라는 교보증권 채권 애널리스트의 의견을 반영했고, 높은 금리환경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면서 "그럴 경우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기업의 생산마진은 악화하고, 현재 확인되지 않은 재무적 위험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코스피 예상 밴드를 제시한 증권사 중에서는 교보증권의 하단이 가장 낮았다. 이어 DB금융투자가 하단을 2150으로 낮게 내놨다.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SK증권, 삼성증권 등은 코스피 하단을 2200선으로, NH투자증권은 2250선, 현대차증권은 2300으로 예상했다.
하단을 가장 낙관적으로 제시한 이재선 현대차증권은 투자전략팀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민감도가 올해 대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며, 금리 인상 마무리 시점이 임박할 가능성이 크다면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사이클"이라면서 "2024년은 경기동행지수가 바닥을 찍고, 경기선행지수가 반등하는 경기 확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큰 해"라고 설명했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대체로 내년 코스피의 고점을 2600~2800으로 예상했다. 평균은 2700 정도다. 가장 높게 제시한 곳은 DB금융투자다. 코스피 상단을 2950으로 예상했다. 다음은 KB증권으로 2810까지 내다봤다. 대체로 올해보다는 나은 투자 환경을 예상하면서 코스피의 상승 여력이 3~15%는 있다고 전망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 파트장은 "한국의 수출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실질 가처분 소득이 의외로 탄탄하다"면서 "내년 하반기부터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 회복이 강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택 KB증권 주식전략팀장은 "매크로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경기도 느린 반등을 재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상고하저 vs 상저하고
시장의 흐름을 보는 시선도 갈렸다. 한국투자증권·KB증권·신한투자증권·IBK투자증권 등은 상반기를 더 좋게 예측했다. 미국 금리 상승 사이클이 일찍 종료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하반기에 금리 상승 사이클이 종료되더라도 국내 시장에 시장금리가 먼저 움직여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상반기엔 상승, 하반기엔 횡보세를 나타낼 전망"이라면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투자 환경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에는 상승 모멘텀 부재로 지수가 횡보할 가능성이 커서 개별 종목 중심의 트레이딩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투자분석부 연구위원은 "반도체 중심 수출 회복,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증시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다"면서 "다만 하반기에는 미국 경기 침체 부각 변수가 있다"고 짚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경기가 양호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를 밸류에이션 상승으로 반영할 상반기에 증시 랠리를 예상한다"면서 "다만 하반기에는 선진국 침체 리스크, 이에 따른 재정위기 부각이 증시에 부담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고금리 환경 속 기업 실적 개선이 지연될 것으로 보는 교보증권과 NH투자증권 등은 증시가 하반기에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은 1분기 낮은 지수대에서 출발해 3분기에 코스피가 고점에 다다를 것으로 봤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은 미국 대선이 있는 해인데, 1972년 이후 미국 대선이 치러진 해의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통상 9월이 고점이었다"면서 "리스크 요인으로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 미·중 관계 악화, 중국 부동산 리스크, 한국 크레디트 리스크 등을 상정할 수 있지만 확산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글로벌 투자전략팀장은 "1분기 2200~2600, 2분기 2350~2750, 3분기 2250~2650, 4분기 2300~2700으로 N자 형태 지수 등락을 전망한다"면서 "다만 내년 국내 증시가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설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뒤늦은 경기 둔화, Fed 고금리 동결 대응, 산발적 신용·금융 불안, 11월 미국 대선 전후 과정에서의 정치·지정학 리스크 확대 등의 부정적 요인이 많다고 짚었다.
하나증권도 내년 6월 Fed가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한다는 가정 아래 N자형 패턴의 지수 흐름을 전망했다. 내년 2분기 말부터 3분기 중반까지 코스피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글로벌투자분석팀장은 "2001년 이후 Fed가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했을 때마다 2008년을 제외하고는 코스피가 평균 11~13% 하락했다"면서 "경기 침체가 시작될 때쯤 금리를 내리기 때문에 금리 인하 초기엔 경기 침체의 충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익 기저효과 두드러지는 업종은 반도체
유망 업종으로는 일제히 반도체를 꼽았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 투자전략은 미국 기업이 투자하는 곳에 있다"면서 "한국 수출은 중국을 배제한 변형된 세계화 속에서 미국 대형 우량 기업과 연관된 IT첨단 산업, 즉 반도체가 양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이익 기저효과가 두드러지는 업종은 단연 반도체"라며 "중국발 수요 회복과 신흥국의 반도체 수요,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선진국의 기대감이 이어진다면 반도체의 이익 영향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반도체 순이익은 2023년 2조6000억원에서 2024년 34조4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할 것"이라며 "2022년의 이익 레벨로 복귀하는 건 무리지만 이익 추정치가 늘어나고 있어 반도체 비중을 늘리기에 무리가 없다"고 짚었다. 순이익 증가율이 높은 디스플레이·유틸리티·조선·화학·하드웨어·헬스케어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DB금융투자는 추천 전략주로 반도체·철강·순수화학을 꼽았다. SK증권은 정부 재정지출 확대 수혜를 봤던 테마보다는 자체적으로 구조적 성장이 가능한 AI 및 반도체를 선호한다고 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증시는 경기 우려로 반도체·이차전지 주가가 정체된 가운데 유동성 회복에 민감한 종목의 강세를 전망한다"면서 "하반기에는 경기 회복 기대감과 대선 수혜로 다시 반도체·이차전지가 강세를 보이며 지수도 재차 상승할 가능성을 높게 전망한다"고 말했다.
배당주, 경기 민감주 등도 유망하게 봤다. 삼성증권은 상반기에 반도체·이차전지 등 성장주 위주로 투자하고, 미국 대선과 맞물려 불확실성이 커질 하반기에는 은행·보험·통신 같은 배당주 위주로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KB증권은 미국 정부 지출이 이어지면 금리가 상향 평준화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배당주·보험주를 추천했다. 현대차증권은 부진했던 제조업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시클리컬(경기 민감주) 업종인 화학·철강·운송 등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것을 조언했다. NH투자증권은 내년 미국 대선, 대규모 투자, 한국의 고령화 추세 등을 고려할 때 시간을 아껴주는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 업종이 뜰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술 기업(인터넷·IT솔루션, 제약·바이오)과 아껴진 시간만큼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기업(엔터·게임, 화장품·의류)이 유망하다고 봤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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