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왼팔'로 불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다음날인 1일. 법원과 검찰의 차후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씨가 받아서 이 대표의 대선 경선 비용으로 쓰였을 것으로 의심되는 돈의 불법성을 법원이 사실상 인정하면서 '대장동 개발비리'와 관련된 재판들과 검찰의 수사에도 영향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재판 중 가장 먼저 나온 법원 판결이다. 김씨의 사건은 대장동 개발사업이 추진된 동기·목적과 관련돼 있어 최대 수혜자로 의심되는 이 대표와의 유일무이한 연결점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이 불러올 파장이 결코 작지 않을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보고 있다.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로부터 불법 선거자금과 뇌물 등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불법성 인정된 6억… 이재명 수사 불가피
법조계는 전날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김씨의 두 혐의 중 김씨가 받은 뇌물보다 정치자금에 대해 법원이 사실상 '불법성'을 인정한 점에 주목한다.
김씨는 2021년 4~8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와 공모해 민간업자 남욱씨로부터 4차례에 걸쳐 대선자금 명목으로 8억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중 실제 김씨에게 전달된 6억원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하고 이른바 '배달사고'로 전달되지 않은 2억4700만원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자금이 불법적인 목적으로 조성됐더라도 실제 전달돼 범죄가 실현되는 '기수(旣遂)'가 이뤄지지 않은 돈이라면 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유동규, 정민용, 남욱이 법정에서 내놓은 진술이 세밀하고 구체적인 묘사를 하고 있어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들은 김용이 유원홀딩스, 광교포레나, 경기도청 인근 등에서 돈을 받아서 갔다고 진술하고 관련 증거들도 내놨다. 여기에는 애초 김씨가 유씨에게 대선 자금 명목으로 돈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한 내역이 나오고 검찰이 낸 공소사실에서도 자금의 목적이 '대선 경선'으로 적시돼 있는데, 재판부는 김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이러한 사실관계도 사실상 인정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관련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씨가 받은 자금의 용처를 추적하고 있는 검찰은 이 돈이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 기탁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의심되는 정황들이 있다. 김씨가 돈을 전달받은 시점은 2021년 4~8월이었고 이 대표는 2021년 6월28~29일 농협 계좌로 3억2500만원을 입금받았다. 이후 이 대표는 2021년 공직자 재산공개 때 현금 3억2500만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하고, 이 중 1억원을 대선 후보 예비경선 기탁금으로 냈다. 당시 김씨는 이 대표의 대선캠프 총괄부본장으로 일했다. 김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된 만큼 검찰은 자금의 최종 목적지가 됐을 가능성이 있는 이 대표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할 가능성이 크다. 수사가 본격화되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가 입건되려면) 돈이 흘러갔더라도 정치자금법을 위반하려 했다는 고의 입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해당 자금의 출처는 물론, 그 돈을 쓰면 정치자금법 위반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경선기탁금으로 썼다는 것이 증명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은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현금과 모친상 조의금으로 기탁금 등을 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 본부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배척할 이유 없어"… 유동규 진술 인정은 직격탄
이번 판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대장동 관련 사건들에서 검찰이 내세운 공소사실을 관통하고 있는 유동규씨의 진술의 신빙성을 재판부가 인정했다는 점이다. 유씨의 증언은 김씨의 주요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는 이 대표 등 다른 관련자들의 재판에서도 같은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애초 자신과 관련된 혐의를 전면 부인하던 유씨는 지난해 9월26일 처음으로 태도를 바꿨다. 지난해 10월5일경에는 김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실에 대해 제보했다. 이에 대해 김씨와 민주당 측은 유씨가 검찰의 회유와 협박에 못 이겨 허위사실을 증언했다고 반발했다.
재판부는 김씨와 민주당 측의 주장대로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을 갖고 유씨의 증언을 배척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유씨 진술의 신빙성은 궁박한 처지를 이탈하려는 의도 혹은 피고인(김용) 측이 지적하는 인간됨 등의 사정을 들어 일괄해 배척할 것은 아니며 개별 진술에서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 일관성, 여타 증거들과의 주요 부분이 합치되는지 등을 봐 구체적, 개별적으로 평가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유씨가) 정치자금 위반은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고 뇌물은 10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난 후에 진술하고 있으므로 모든 세밀한 사정까지 정확하고 세밀하게 기억해 진술하는 것은 무리"라고도 덧붙였다.
선고 후 유씨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이재명을 위한 도구였다"며 "수혜자는 이재명"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김씨 측 김기표 변호사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항소심에서 다투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직 재판이 끝난 게 아니어서 좀 더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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