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스님이 29일 입적한 경기 안성시 칠장사 화재와 관련해 경찰이 합동 감식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에 착수한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오전 과학수사대, 안성경찰서,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과 함께 불이 난 칠장사 내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에 대한 합동 감식을 벌인다. 감식팀은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해 현장을 살펴보고, 정밀 감정이 필요한 잔해를 수집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현장의 연소 패턴 등을 살펴보며 발화 원인과 확산 경로 등 전반적인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승스님은 전날 오후 6시50분께 칠장사 요사채에서 난 불로 입적했다. 소방당국은 소방대원 60여명과 펌프차 등 장비 18대를 투입해 화재를 3시간 만에 진압했다. 현재까지는 방화나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일각에서 요사채에 다른 스님 3명이 함께 있었다는 말도 나왔으나, CCTV 확인 등을 통해 자승스님 혼자 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화재 현장 주변에서는 자승스님이 입적하기 전에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가 2장 발견됐다. 해당 메모에는 "CCTV에 녹화돼 있으니 번거롭게 수사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 절차상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국과수에 자승스님의 시신을 보내 DNA 대조를 의뢰했다. 칠장사는 1983년 9월 경기도 문화재 24호로 지정됐다. 목조 건물인 요사채는 화재에 완전히 무너졌지만 문화재 훼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승스님은 조계종 33대와 34대 총무원장을 지낸 조계종 고위 인사로, 서울 강남구 봉은사 회주를 맡고 있다. 자승스님은 최근까지 강한 포교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에 따르면 지난 27일 자승스님은 매체를 통해 "앞으로 내가 주관하는 순례는 없을 것 같다"며 "나는 대학생 전법에 10년 동안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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